【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정부가 7일 부동산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안이다.
이 제도는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가장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 대책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정부는 현재 시장상황이 과거 집값 급등기와 달라 이같은 규제가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봤다. 다주택자를 더 이상 부동산 투기꾼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전월세 주택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임대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도 담겼다.
즉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줄이면 더 많은 수요자들이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게 되고 이를 통해 전월세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미 집을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심리 자체가 저조하고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어 당장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정부가 다주택자의 불로소득을 인정해 줬다는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7년만에 폐지 추진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일정비율을 세금으로 걷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참여정부 시절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2주택자는 양도차익의 50%를, 3주택 이상 보유자는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지난 2009년 4월 임시국회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2년간 한시 감면하는 선에서 합의됐다.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6~35%의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강남3구의 3주택자는 45%의 세율을 적용하는 안이다.
당초 올해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한 차례 더 유예되면서 2012년 12월31일까지 한시 감면 조치가 연장됐다.
MB정부 들어 양도세 중과 폐지는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지만 '부자감세' 논란과 세수 감소 우려로 번번히 무산된 바 있다.
정부가 이번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 제도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주택소유와 거래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공공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다주택자를 통한 전월세주택 공급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다주택자를 투기수요가 아닌 민간임대사업자로 보고 순기능을 인정해 줄 테니 돈이 있는 사람은 집을 사라는 신호인 셈이다. 정부가 지난 두번의 전월세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거주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것과 맞물린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이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시장이 정상화돼야 주택의 신규공급이 원활해지고 중장기적으로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도 안정화된다"고 말했다.
◇단기적 효과 크지 않아…투기조장 우려도 제기
시장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시세차익을 사실상 용인해주겠다는 것인데 현재 주택시장 상황은 집을 팔아 이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현재 글로벌 경기침체와 DTI규제로 거래 활성화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며 "단 베이비부머나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집을 하나 더 사서 임대사업을 하려는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심리가 저조하고 당분간 계절적 비수기가 겹쳐 거래활성화 효과를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소극적이고 매수자들의 매수심리가 시세차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급매물에만 반응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내년 중 국회에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게획이다. 이미 여당과는 합의가 됐으며 국회와 협의만 잘 되면 앞당겨 시행할 수도 있다는게 국토부의 입장이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집 부자들의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거주하지도 않는 집을 빚내서 사들이고 불로소득의 사유화도 허용해주겠다는 것은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울이 외국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와 같은 거래세까지 무력화시킨다면 부동산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가 시행된 2009년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거래 활성화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2009년부터 부과유예 상태로 유지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폐지하는 것은 최소한의 주택시장 건전화를 위한 안전장치를 없애버린 것"이라며 "집값이 추가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강남부자들의 투기 심리를 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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