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를 바라보는 ‘노심초사’ 진보신당
진보신당은 16일 지방선거 연대를 논의하는 5+4 회의가 '나눠먹기'라며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했다. 진보신당 탈퇴는 단순히 협상 주체의 숫자 하나가 줄어드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노회찬(서울시장)· 심상정(경기도) 등 진보신당의 '투톱'이 지방선거에서 완주하면 수도권에서 야권 연대 의미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16일 새벽 5시까지 진행된 '4+4(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과 희망과대안․민주통합시민행동․시민주권․희망과대안․2010연대)'는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위해 수도권 지역에 단일후보를 내는 방식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창당 2주년 행사를 가진 진보신당 |
서울과 경기 등 광역단체장에서 민주당 후보로의 단일화로 협상이 흘러가자 진보신당이 반발했다. 노회찬 심상정 등 '당의 얼굴'을 주저앉히는 협상이었기 때문이다. 정종권 부대표는 "15일 공문을 보내 합의서에서 진보신당에 관한 모든 구절을 빼달라고 했다. 노 대표와 심 전 대표의 완주는 기본으로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5+4' 탈퇴를 선언한 16일은 진보신당이 창당 2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생활 속 진보를 내걸고 민주노동당과 갈라선 진보신당은 16일 창당 기념 행사를 치렀다. 의원 한 명(조승수)인 '미니정당'이지만 지난 2년간 진보신당은 덩치를 키웠다. 당원 17000명, 이 가운데 65%가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진보 '신당'에 방점을 두고 창당했지만, 유권자들은 '진보'에 방점을 두었다. 민주노동당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지금도 노회찬·심상정 후보 등 당의 얼굴이 거리를 나서도, "민주노동당 의원 오셨네"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진보세력 안에서는 NL(민주노당당)과 PD(진보신당)의 차이를 크게 보았지만, 유권자들은 '초록은 동색'으로 둘 다 진보정당으로 보는 시선인 셈이다. 또 '스타(심상정·노회찬)'만 있지 조직은 약하다는 점도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게다가 이번에 '반MB 기치'를 내걸고 머리를 맞댄 '5+4 회의'를 탈퇴하면서, 진보신당이 야권 연대를 파기했다는 비난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물론 진보신당 처지에서 할 말은 많다. 16일 창당 2주년 기념 토론회 장에서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심상정 노회찬 대표는 진보신당의 얼굴이지만, 여전히 거리에 나가면 '민주노동당 의원'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
이런 우려 속에서도 16일 진보신당은 5+4 대열에서 떨어져 나와 '갈 길을 가겠다'라고 선언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아직 뿌리가 약한데 꽃이 피고 만개하길 바라면 진보의 나무는 뿌리가 뽑힐 수도 있다. 6.2 지방선거는 양극화 세력 대 복지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오직 국민들만 보고 앞으로 가겠다"라고 말했다. 창당 2주년을 맞은 진보신당에게 다가오는 6·2 지방선거는 창당에 버금가는 또 한 번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