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예산 ‘민생보다 전시행정’ [경향]

by 서울시당 posted Dec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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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서울예산 ‘민생보다 전시행정’

ㆍ보육·일자리 분야 줄이고 축제·경관 개선 늘려
ㆍ타당성 조사 없이 ‘시의원 선심사업’ 대거 반영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서울시 예산을 심의하면서 보육·일자리 창출분야 예산은 줄이고 전시·축제 예산과 도로경관 개선 등 선심성 예산은 크게 늘렸다.

서울시의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2010년 서울시 예산안을 심의, 의결했다.

경향신문이 이날 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 함께 시의회 의결을 거친 내년도 서울시 예산을 분석한 결과 예산이 조정된 389건 중 시의회에서 신규로 포함시킨 사업 113개, 기존 예산 증액 사업 199개, 기존 사업 감액이 77개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보다 280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민생보다는 선심성 예산 위주의 심의가 뚜렷이 드러난다.

우선 서울시의회는 내년 서울지역 축제와 전시회 예산을 당초 시가 신청한 2403억원보다 63억원이 늘어난 2466억원을 배정했다. 서울시 예산안에 없었던 전국 비보이 베스트 챔피언십 지원(2억원), 한류스타국제가요제(5억원), 씨름대회(3억원) 등이 신설됐다. 서울종교문화행사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에도 5000만원이 배정됐다.

이와 함께 단종의 부인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정순왕후> 제작비로도 3억원이 배정됐다. 예산 배정의 근거도 모호하다. 지방재정법에는 5억원 이상의 지역축제나 자체 재정이 10억원 이상인 사업은 자체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타당성 조사 등을 하지 않았다.

반면 저출산 대책으로 꼽히는 보육시설 운영지원, 다자녀가족 영유아 양육지원 등 보육 분야는 46억원이 줄어든 1594억원에 그쳤다.

당초 서울시 예산안에 없던 영어마을저소득층 학생참여지원(20억원)과 어린이집 유아영어프로그램운영(5억원)이 포함된 수치다. 어린이 영어교육을 제외하면 보육시설 지원 등 저출산 관련 지원금은 대폭 삭감됐다.

시의회는 일자리 관련 예산도 줄였다. 청년실업 대책추진(무역서포터즈)과 중소기업인턴십 확대는 각각 11억8300만원, 45억원이 늘었지만 희망근로프로젝트와 공공기관 인턴제 운영 예산은 각각 347억800만원, 59억7200만원 감소했다. 창업지원 등을 포함한 전체 일자리예산은 276억2200만원이 줄었다. 반면 자치구 공원·도로 정비 예산은 크게 늘었다. 도림천로 등 야간조명 경관사업 등 서울시 예산안에 없던 사업이 예산에 반영된 것.

민주노동당 이수정 시의원은 “도로 사업 등 신규로 편입되거나 기존 사업 예산이 늘어난 사업의 대부분이 아파트 열린 녹지나 동네 공원 조성, 시설 보수, 학교 공원화 사업”이라며 “대부분 시의원의 관할 지역에 대한 선심성 예산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김상철 정책기획국장도 “예산 편성에서 가장 핵심은 이 사업을 할 만한 건지 안해도 되는 건지 살펴보는 타당성 검토”라며 “서울시의회는 문제성 예산이라고 지적한 것은 건드리지 않고 시의원들에게 필요한 예산을 우겨넣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임아영기자 amic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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