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명륜동 통일문제연구소(소장 백기완)가 '명륜4가 구역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헐릴 위기에
처했다. 현재 이곳은 사업 승인만 되면 재개발이 시작된다.
지난 1988년 이곳 명륜동에 둥지를 튼 통일문제연구소를 살리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상임대표 이수호)가 만들어졌다.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연구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운동의 텃밭 통일문제연구소를 죽이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 회견에는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
진보신당 박창완 서울시당위원장,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오세철 대표,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대표, 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
수상한 명륜4가 재개발…통일문제연구소만 희생양
통일문제연구소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 '명륜4가
재개발'은 수상한 구석이 많다. 곳곳에 절차상 문제가 존재한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종로구청과 조합 측은 주민의 80%가
찬성하니 통일문제연구소가 재개발을 수용하라는 입장이었지만 주민도 점점 돌아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찬성했던 주민의
돌아선 데는 이유가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주민은 시공사가 직접 땅을 매입해서 재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도장을 찍었지만, 알고 보니 조합을 통해
우리가 재개발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었다"며 절차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법적 절차상 문제점도 존재한다. 명륜4가
재개발 시공사가 선정된 2005년 당시 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은 조합이 먼저 만들어진 후 조합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시공사인 동부건설은 조합이 만들어지기 2년 전인 2005년 이미 선정돼
있었다.
현재 일부 주민이 종로구청에 재개발 절차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구청장을 항의 방문하고 절차와 관련된 '내용증명'을
요구했지만, 구청 측은 묵묵부답이다. 관리·감독해야 할 종로구청은 '주민과 조합의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종로구청 주택과 담당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구청이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수상한 재개발 사업으로
통일문제연구소만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통일에 대한 시민의 바람" 명륜동에 위치한 통일문제연구소 건물은 지난 1988년 '통일 마당 집 벽돌쌓기 운동'을 통해 지어졌다. 시민들이 벽돌 한 장 한 장을 후원해 탄생된 집인 것. 외국에서 어렵게 살던 동포들이 성금을 보내오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이 통일을 바라며 동전을 모아 보내오기도 했다. 비대위는 이날 기자 회견문을 통해 "통일문제연구소는 이 땅 4000만 민중과 함께해 온 통일과 민주주의의 산실"이라며 "연구소 벽돌 하나하나에 열사와 민중의 바람, 그리고 통일, 민주, 민중해방 세상을 향한 염원이 깃들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연구소를 개발조합이든 건설업자든 구청이든 그 누구도 한마디 의논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허물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의미만으로 통일문제연구소가 포함된 이 지역의 불법 개발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을 놓고 종로구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연구소가 상징성이 있다 하더라도 굳이 명륜동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냐"며 "다른 지역으로 가도 되는 문제 아니냐"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