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무료 무선인터넷 실현" [바이러스]

by 서울시당 posted Feb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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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무료 무선인터넷 실현"
[정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국민이 불행… 체벌은 가르치는 사람의 무능력"
  정국진 기자   realbydream@gmail.com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바이러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성장기 경험, 청소년 정책에 대한 철학 등을 밝히며 공약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 오세훈 시장이 ‘디자인 서울’이나 시장 홍보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학생들을 위한 예산에는 인색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배고파서 밥 사먹을 돈으로 성형수술만 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대신 그는 학생들에게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이 제공되어야 하며, 학생들이 준비물을 갖추는 데 부담하는 비용을 교육당국이나 시 당국이 대신해야 한다면서 진정한 의미의 의무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거비 등 생활비와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제시하면서, 서울 어디서나 무료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춰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서울이 청소년 자살률 1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한국만의 잘못된 입시 정책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 대학교 학업 성취도 1위의 핀란드 식의 교육 모델을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하겠다고 했다. 실생활이나 직장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데도 지나치게 영어 교육에만 집착하는 현실이 바뀌어야 하며, 대학은 진정한 학문 탐구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의 교육 철학을 밝혔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우려되는 문제점은 학생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체벌은 어른들의 무능력 탓이며, 체벌하지 않고도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어른들이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노 대표가 이와 같은 교육 철학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성장기 경험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어른 대접을 받으며 어른다운 책임을 가질 것을 주문받았다는 그는, 학창시절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며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런데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을 때는 남들보다 시간을 알차게 사용한 덕분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1956년생인 그는 1020 세대와는 청소년 캠프나 대학 강연회를 통해 소통한다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진보신당과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진보신당 당사에서 한 시간여 이루어졌다. 기자가 받아든 명함에는 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새겨져 있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노회찬 대표가 아이폰과 무선인터넷 망을 이용하여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 접속해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김용제

- 1020매체 <바이러스>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대표님의 성장 과정을 들어보면서, 1020 세대들이 삶의 본으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중학생이었을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 지금 고등학교는 무시험으로 가잖아요. 우리 때는 입학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중학교 때도 고교 입시 준비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요즘 대학생들처럼, 학업 이외의 활동을 많이 했어요. 운동도 많이 했고요. 펜싱 플러레는 전국소년체전 부산 지역에서 준우승을 했어요. 첼로도 연주했고요. 자연을 굉장히 좋아해서 생물반도 했어요. 곤충 채집을 해서, 표본으로 만들어서 전시회까지 했어요. 청소년적십자(RCY) 활동도 했고요.

- 우리 교육현실에서는 그 중에 하나 하기도 버거울텐데, 다방면으로 활동하시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어요?

= 즐겁게 했어요. 늘 바쁘긴 했지만요. 시험 기간에는 하루 2시간만 잠자고 공부한 적도 있어요.

- 부모님께서 학교 공부에 더 신경쓰라고 말씀하지는 않으셨나요.

= 학교 성적 가지고 채근하신 적은 없어요. 오히려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으라며 문화 교양을 중시하고 권장하셨지요.

- 부모님의 교육 철학이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 우리는 가족 회의를 가졌어요. 제가 주체 의식이 있는, 자기 생각을 가지는 사람으로 크기를 바라셨던 것 같아요.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날 수 있어서 지금도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평생 아버지에게는 한 번 맞았어요. 어머니에게는 많이 맞고 자랐는데, 그나마 중학생이 되고서부터는 맞은 적이 없어요. 중학생부터는 어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셨대요.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집안의 정식 손님처럼 대해주셨고요. 다만 어른 대접을 받는 대신에, 어른처럼 행동하라고 하셨고요.

- 아버지께 딱 한 번 체벌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무슨 이유에서였나요.

= 전에는 기억이 났는데, 지금은 워낙 오래 전 일이어서… 그다지 큰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 아무튼 수많은 활동을 하시면서도 학업 성취도 우수했기 때문에 요즈음의 기준에서 본다면 ‘엄친아’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 그런 것은 아니고요. 공부는 결과적으로 잘 한 편이었는데, 반항적 기질도 많았어요. 3년 내내 반장을 하면서, 부당하거나 제가 납득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바로 들고 일어났거든요.
 
-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되셨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낯선 환경에 노출되신 셈인데요. 사투리 문제도 있고요.

= 제가 어렸기 때문에 부산의 지역문화에 충분히 익숙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언어 말고는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어요. 지금이야 TV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타 지역의 언어에도 익숙하지만, 지역 간 교류가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사투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초등학교 때 서울 친척 집에 오면, 아무도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거에요. 부산 출신인 한 분이 통역을 해줘야 알아듣고요. 상경하면서 차차 부산말과 서울말을 섞어 쓰게 되었죠.

- 가만 보면 지금도 부산 사투리가 살짝 배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웃음) 홀로 서울에서 자취를 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 뭐, 남들도 다 하는 거니까요… 지금도 요리 같은 것을 하면 남다른 사명감에 불타오릅니다. (웃음)

- 당시 받았던 서울의 첫 인상은 어떠셨나요?

= 중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서울에 오곤 했어요. 서울은 부산보다 대도시고, 구경할 것도 많고 세상이 넓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 넝마주이 한 명이 있었어요. 화려함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곳이었죠. 서울에서 눈을 처음 봤어요. 또 부산에는 스케이트 타는 사람이 없었는데, 스케이트도 흥미로웠고요.

- 고등학생 때도 학업 외 활동(과외 활동)을 많이 하셨나요.

= 독서를 참 많이 했어요. 문학잡지 네 종을 정기구독했어요. 현대문학, 한국문학, 현대사상, 문학과 지성. 연극과 영화도 많이 봤어요. 한 해에 나온 개봉 영화를 다 본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 해에 발표된 한국 단편 소설을 다 읽은 적도 있어요. 미술전람회(국전) 가는 것을 학생의 의무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중섭 전시회가 인사동에 들어왔다고 하면 쫓아가기도 했어요. 친구 집에 그 당시에 한국에선 팔지 않던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있다면 감상하러 가기도 하고요, 삼청동 쪽에 있는 프랑스문화원에서 장발장 같은 프랑스 영화도 많이 보고요.

유신 반대를 하면서 스터디그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대학 교재로 쓰던 서양철학사 같은 책들을 봤었죠. 공부를 하면서 시국을 규탄하고, 4.19 묘지 참배도 가고요.

- 대표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과외 활동을 누린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가 70년대라서 그런 것이었나요, 아니면 대표님과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만 그런 것이었나요.

= 전체적인 학생의 문화는 아니었는데, 그런 문화도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그 당시에 누린 문화 생활이 더 길었어요.
참, 리코더를 불면서 모든 대중가요와 팝송을 섭렵하기도 했지요. 노래책이 집에 많이 있었어요. 지금도 아이폰으로 오카리나를 불곤 합니다. 한 번 불어 볼까요?

▲노회찬 대표가 아이폰을 이용해 오카리나를 불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김용제

- 오카리나 연주 잘 들었습니다. 아무튼, 수많은 학업 외 활동을 하시느라 시간이 부족하시진 않았나요.

= 퍼낼수록 물이 많이 나오는 샘이 있잖아요. 시간이 그런 거에요. 24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해요. 뇌도 우리가 일부분만 사용한다고 하잖아요? 뇌를 100% 다 쓰는 사람은 없지요. 저는 시간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쓰느냐의 문제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다양하게 하게 되면, 휴식이 필요 없어요. 공부하다가 소설책을 읽게 되면 그 자체가 휴식이기 때문에 휴식이 달리 필요없죠. 소련의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라는 책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 학생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이야기를 좀 더 할게요. 손석희 교수와 동갑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어서 관련 자료들을 좀 찾아봤거든요. 원래는 이렇게 얼굴빛이 진하지 않으셨다면서요?

= 네, 제가 원래 피부가 하얬어요. 지금도 얼굴 빼고 속살, 발 같은 데 보면 여자들처럼 하얘요. 그런데 용접을 하면서 강한 자외선을 받으며 피부가 많이 상한 거죠.

- 그렇다면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으셨겠습니다.

= 당시에는 남녀공학이 아니었잖아요. 그 때는 지금처럼 대학 가기 전에 교제하는 것이 거의 없었어요. 드물게만 있었죠. 앞에서 말한 활동들만으로도 굉장히 바빴기 때문에 제 스스로가 별 관심도 두지 않았고요. 이화여고 개교기념일에 초청받아 첼로 연주를 한 적은 있었네요.

- 남학생들의 로망을. (웃음) 재수로 대학에 진학하셨는데, 많이 힘드셨죠?

= 그럼요. 그 때는 고등학생 때부터 사회적인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 때문에 불려다니기도 했고요. 대학가는 목적이 데모하는 것이었어요.

- 대학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현행 대학 입시 제도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하잖아요.

= 할 말 많죠. 일단은 미안하고요. 제가 정치인이고, 기성세대잖아요. 일단 우리나라 입시제도 문제 많아요. 나쁜 제도, 잘못된 제도 때문에 학생들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힘들지만 실력이라도 높이는 방법이라면 참고 해야죠. 그런데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안 돼요.

전세계에서 비용을 가장 많이 들이고, 대학 가는데 비용이 가장 많이 듭니다. 다른 나라는 학교만 다니면 되는데. 여기는 어렸을 때부터 밤 12시까지 과외받고, 타율학습이자 강제수업인 자율학습을 합니다. (한국은) 대학 들어가는 데 개인과 사회가 지불하는 비율이 가장 많은 국가인데요.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공부도 많이 했지, 공부하는 시간이 1위잖아요. 그런데 전세계 대학 순위에서는 100위 안에 드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

우리가 흘린 땀은 어떡하냐. 입학 시험 치는 나라가 전세계에 몇 곳 안돼요. 미국도 시험 안 치고 서류내서 하는 것 아닙니까. 대학교육 경쟁력 1위로 나오는 핀란드를 보세요. 우리나라 초등학교 중학교 가듯이 그렇게 가거든요. 일 잘하고 성실하고를 따지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따지지 않고 말이죠.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지요.

요컨대, 실제 삶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엄청난 경쟁을 붙이고 엄청난 비용을 들이게 한다는 것이죠. 입시제도를 고치지 않고서는 우리 국민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부존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며, 따라서 그 방법으로 엘리트교육론을 주장할 수도 있을텐데요.

= 저는 믿지 않아요. 서울대학교가 세계 대학교 순위 100위 안에 들지 않잖아요. 서울대 학생들의 실력이 입시 경쟁을 치르지 않는 나라의 학생보다 낮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요. 우수한 인재들을 잘못된 입시제도로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1위인 핀란드는 석차를 매기지 않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참 잘한다, 잘하는 편, 이라는 식으로. 우열반도 없어요. 핀란드 교육 당국자가 이미 다 실험해 봤는데, 우열반은 우수한 학생에게도 좋지 않은 제도라고 합니다. 섞여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학생에 따른 다른 지도를 하지요.

- 진보신당, 그리고 노회찬의 교육 정책은 핀란드 식을 지향하는 듯 보입니다.

= 네, 저희는 핀란드식 교육제도를 지향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공교육 강화이고요. 공부 잘하는 사람이 학원 다니는 나라가 어딨나요. 프랑스에서는 고3이 여름방학 한달 동안 휴가를 가고, 공부 못하는 학생이 기본기를 기르기 위해 학원을 다닙니다.

우리는 어떤 게 아이들 실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느냐를 봐야 합니다. 현행 교육 정책은 입학시험을 위한 경쟁에 초점을 맞추지, 학문 경쟁이나 근본적인 능력을 기르는 경쟁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기업은 그 좋은 사람들을 뽑아놓고도, 일년에 수억을 들여 재교육을 합니다. 밥 한그릇 먹어도 배가 불러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학부모들 이야기 들어보면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이 많아요. 제 조카들이 캐나다에서는 학교가 즐거운 공간이기 때문에 학교 가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런 애들이 한국으로 오니까 스트레스 때문에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더군요. 이러면 정말 문제 있는 것 아닌가요.

- 하지만 현실을 보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의 ‘영어 교육 문제없게 하겠다.’라는 공약에 대표님이 낙선하시게 되죠. 그게 학부모님들이 원하는 것에 가깝지 않나요.

= 영어 신드롬 같은 거죠. 우리 나라에 대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직장 중 한 곳에 다니는 직장인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들어왔는데. 20년 동안 영어 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겁니다.

우리가 왜 지나치게 영어 공부에 비용을 써야 하느냐는 문제 의식인 겁니다. 정작 영어가 필요한 곳에서는 제대로 쓰이지를 못합니다. 우리나라 외교관들 영어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요. 다른 제 2외국어 능력도 한참 떨어집니다. 아이티에 간 119 구조대원들은 프랑스어 통역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고 하네요.

서울시청 공무원 가운데 영어를 사용해야 할 업무를 가진 사람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업무에는 비싼 돈 들여서 통역을 써야 합니다. 오히려 공무 중에 영어 한마디 안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역의 노인정들 다니는 사람. 그런 사람들도 공무원 되려면 토익 시험 준비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다 쓰고.. 뭔가 크게 잘못돼 있고, 비합리적이라는 겁니다.

- 선거에는 잘 안 먹히는 이야기겠어요.

= 세상은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개화될 거란 희망을 가집니다. 한 마디만 더 하면, 우리가 세종대왕 동상을 광화문에 세웠잖아요. 그것만 하면 뭐해요.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하고 있느냐. 프랑스만 하더라도 매번 영어 외래어에 대해 새로운 단어를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메일 주소에 붙는 골뱅이(@)를 부르는 공식명칭이 아직 없어요. 우리나라 말이 덜 발전하는 거죠.

- 자연스럽게 광화문 광장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죠.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 인도로 붙이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셨는데요.

= 그건 전문가들이 내놓은 의견입니다. 현재의 광화문 광장은 가운데 섬처럼 되어 있죠. 면적이라도 넓으면 나을텐데, 버스 한 차선 정도의 면적이니까 굉장히 좁잖아요. 시민들의 안식을 위한 광장이라기보다는 도시의 상징인 한복판에서 눈요깃거리를 만든 것이죠.  결국은 서울시장의 원맨쇼 무대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 대해서 보여주기에만 집착한다는 식으로 비판하고 계십니다.

= 보여주기, 사람 아닌 콘크리트에 집착했다는 겁니다. 서울의 겉모습을 바꾸는데 치중을 했죠. 그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다만 아이가 밥을 굶고 있고 돈이 없어서 학원도 못 가고 있는데 그 돈으로 화장품 사서 얼굴에 바르면 뭐해요. 불결한 것이야 안되죠. 하지만 세수하는 거랑 화장하는 거랑은 다른 문제죠. 아이에게 학원비 주고, 영양실조 걸리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 돈으로 코 높이는 수술을 했다면, 이건 앞뒤와 우선순위가 안 맞는 거죠.

- 그래서 보여주기를 위한 데 소요되는 예산을 재원으로 하여 무상급식을 공약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네, 그렇습니다.

- 그런데 경기도에서도 진보적인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공약했다가 보수적인 도 의회에 의해 좌절된 바 있습니다. 서울시장이 되시더라도 그런 공약을 관철시키기 어려울 수 있겠죠. 그래도 어떻게든 반드시 설득을 해서 관철시키실 수 있을까요?

= 무상급식 말고도 ‘준비물 없는 학교’도 이루고자 합니다. 우리나라가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라서 학습재료까지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지금 그러지 못하는 것은 진짜 의무교육이 아니라 무늬만 의무교육인 거지요. 준비물도 교과서 내 주듯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구체적인 예산까지 잡아놨습니다. 설사 교육감이 거부하면 서울시 예산으로라도 하겠습니다. 아, 두발자유도 요구할 겁니다.

- 하지만 너무 튀는 두발은 금지해야 하지 않을까요.

= 설득을 해야 한다고 봐요. 금지해선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본인의 취향일 수 있죠. 취향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느냐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자유는 보장하되, 너무 튀고 그것 때문에 관심이 집중돼서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납득해서 바꾸는 식으로 가야지 금지해서 바꿔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서로 토론하고 의논하는 과정도 의의가 있다고 봐요.

- 두발자유를 비롯해 체벌 금지 등을 규정한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취지에 공감하시나요? 특히 체벌을 금지하면 어떻게 학생들을 다스릴 수 있겠느냐는 기성세대들의 우려가 있습니다.

= (학생인권조례를) 아주 잘 만들었어요. 체벌해서 다스리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무능력이에요. 체벌하지 않고서도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능력을 키워야지요. 자기가 변해야 해요. 그럴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에 맞추어서 아이를 가르치려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북한도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걸요. 체벌하지 않고도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데. 체벌하지 않고는 너를 키울 수가 없다, 넌 좀 맞아야겠다라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1020 세대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듯합니다. 1020 세대들과 어떻게 교류하시나요.

= 기회는 꽤 있어요. 진보신당에 대학생 당원들이 많죠. 대학강의를 하면서 늘 만나게 되죠. 많진 않지만, 중학생 고등학생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작년 겨울 청소년 캠프에서 아이들의 관심사와 수준에 맞게 직업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했었습니다.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적도 있고요. 모든 행사에 다 참석하진 못하지만, 그런 자리는 소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꼭 가려고 합니다.

-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 창출 계획도 세우시고, 무료 무선인터넷도 공약으로 내거셨습니다. 이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나요.

= 그 재원은 조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서울시장이 자신을 홍보하는 데 쓰는 돈이 일년에 300억, 4년이면 천억이 넘어요. 한강르네상스를 내세우며 중랑천에 배 띄우겠다고 하는데, 중랑천에 배 다니는 게 필요하냐는 거에요. 한강에 수상택시를 띄운다는 것도 하루 2만명이 이용한다는 게 하루 150명에 불과하더군요.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 계획이든 무료 무선인터넷이든 저의 공약사항 때문에 일부러 세금을 더 걷지는 않겠다는 것입니다.

- 한강르네상스에 대해서 비판하셨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경인운하에 대해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이 항구도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는데요.

= 잘못된 발상입니다. 첫째로, 중국 물건을 인천까지 옮겨온 다음 서울까지 차량으로 오는 것과, 같은 거리를 배로 이동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경제성을 가질까요. 둘째로, 바다에 뜨는 배와 강에 뜨는 배는 차이가 있고요. 셋째로, 배에서 내린 물건을 쌓아두는 곳이 필요합니다. 그 배에서 내린 물건을 내려둘 만한 곳이 없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서울까지 배가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경인운하는 땅값 올리려는 정책입니다. 땅값이 높은 것은, 공기가 비싼 것과 같죠. 공기가 비싸면 손해인 것처럼, 땅값이 높으면 결국은 모두가 손해입니다.

-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 우선순위냐 아니냐의 문제가 있는데, 디자인 면에서는 이런 도시가 없습니다. 주택의 절반이 아파트인 나라가 없어요. 외국의 경우 아파트가 많지도 않거니와. 프랑스 건축가가 한국에 낸 책은 ‘한국 사람들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까지 들어가 있어요. 군대 막사 지어놓고 사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상해 한 번 가보세요. 빌딩들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 다르고, 그러게끔 유도하고요. 오히려 디자인에 대한 고려 없이 지은 곳이 서울이에요.

- 그런 문제가 해결되려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가 지방균형발전을 통해 지방으로 유입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사람이 많은 것은 큰 문제죠. 이렇게 몰려 있으면 지방은 지방대로 고통스럽고, 서울은 서울대로 불편해요. 서울은 세계 주요 도시 중 공기 오염도가 제일 높아요. 그로 인해 폐가 나빠져서 고쳐야 하는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죠. 지방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것은 서울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출근하기 위해서 한시간 반 씩 차로 다니는 것을, 이해를 못해요. 여덟시간 근무도 힘든데 말입니다. 걸어서 직장 가는 게 가장 정상적이죠.

인구가 분산되려면 지방에 투자를 해야죠. 아이를 낳으면 병원도, 학교도 그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병원도 학교도, 대학은 더더욱 없어요. 그 지방에서 취직하기도 힘들지요. 그곳에서 결혼해도 문화생활도 어렵고요. 그런데 거꾸로 하면 되잖아요. 교육 문화 의료가 보장될 수 있도록 지방에 대해 투자하는 것. 우리가 지나치게 수도권 중심으로 개발을 해 왔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당시 시정에 대해서 평해 주신다면요.

= 버스교통체계 개편은 참 잘한 일입니다. 청계천의 경우, 우리가 공원 및 녹지가 부족하다 보니 (시민들이) 반기는 건데요. 도시설계 전문가 입장에서는 굉장한 문제가 있는 거지요. 하천을 복원한 게 아니라 하천에 콘크리트를 발라놓고 물을 틀어놓은 것이거든요. 이건 이벤트 용이죠. 인조어항을 만들어놓은 거죠. 복원된 자연은 아니다. 하려면 양재천이나 탄천처럼 해야죠. 독일 이자르 강의 경우, 도심을 흐르는 강을 자연 그대로 살려놓는 프로젝트를 20년간 진행했지요. 이처럼 백년지대계의 차원에서 조금씩 해내 가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질 못했어요.

- 그렇다면 현재의 청계천을 다시 독일 이자르 강처럼 생태하천으로 만들 수는 없을가요?

= 잘못하면 나도 똑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요. 청계천을 국민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이게 문제가 있다고 인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고치자는 여론을 수렴해서 20~30년씩 투자해서 한 번 고치면 다시 안고치는 방향으로 가는 거죠.

- 현 오세훈 서울시장이 잘한 것도 평가해 주세요.

= 다산콜센터. 개선할 부분도 있지만. 시민에게 다가가는 일을 잘해줬습니다. 저희가 오세훈 시장이 잘한 것을 열 가지는 발굴해 보려고 노력해 보려고요. (웃음)

-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1020 세대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흔히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서고금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이기적이라고 기성세대들이 많이 이야기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역사를 봐도 항상 중요한 때는 청년들이 일어났습니다. 이 나라의 기둥이지요. 주눅들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남의 눈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소신을 갖고서,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을 가지고, 주어진 것에 안존하지 말고 새로운 것은 탐구하고 창조하는 것, 그것은 기성세대보다 청년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노회찬 대표 프로필

부산중학교 졸업,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창립, 백기완 대통령 선거운동본부 조직위원장, 한국노동정책연구센터 대표, 진보정당추진위원회·진보정치연합 대표, 국민승리21 기획위원장, 민주노동당 부대표, 민주노동당 4·15총선 선거대책본부장,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민주노동당 삼성불법자금 및 안기부불법도청 특위 위원장, 18대 국회의원 선거 낙선(노원병), 진보신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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