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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트위터 친구들, 선거법 위반일까
[현장] 상상마당 열린포럼, '아이폰 신드롬'과 트위터 현상 진단
김시연 (staright) 기자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때 백혈병 아이들 앞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했다고 하셨는데 이 자리에서도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마지막 질문자의 깜짝 요청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머뭇거림 없이 아이폰 오카리나를 입에 갖다 댔다. 아이폰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짧은 순간 100명이 넘는 청중들은 숨을 죽였고 곧 우렁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6일 오후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열린 열린포럼에서 아이폰으로 오카리나 연주를 하고 있다.
ⓒ 김시연
노회찬

'아이폰 신드롬'이 문화생태계에 끼친 영향을 다뤄 관심을 끈 12번째 상상마당 열린포럼은 이렇게 오카리노 연주로 끝을 맺었다. 아이폰의 깜짝 변신은 '기술은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키나'란 주제로 3시간 진행된 토론을 단 30초에 함축하고 있었다.

 

아이폰은 '간지' 나는 '럭셔리폰'일 뿐?

 

6일 오후 2시 서울 홍대 앞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열린 열린포럼에 '파워 트위터'인 노회찬 대표를 비롯해 박영욱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교수, 그래픽 디자이너 박훈규 파펑크스튜디오 디렉터가 패널로 등장해 '아이폰 입담'을 나눴다.

 

이날 토론은 '아이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자연스럽게 갈려 더 열기를 뿜었다. 아이폰, 블랙베리 '쌍권총'을 차고 나타난 노회찬 대표나 '20년 애플 마니아'인 박훈규 디렉터와 달리 '아이팟 2세대'에 만족하는 박영욱 교수는 '아이폰 신드롬'을 비판적으로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는 아이폰을 계기로 기존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로 문화예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상에 주목하면서도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아이폰 신드롬'의 한계를 이렇게 지적했다.

 

"아이폰 디자인은 한마디로 '간지'가 난다. 90%는 전화로 인식하지 패러다임 변화로 인식하진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애플 브랜드나 디자인을 통해 '구별 짓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럭셔리폰'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아직 팽배하다."

 

반면 빅뱅, G드래곤 콘서트 무대 배경 영상을 제작하면서 공연 스태프들과 아이폰으로 영상 자료를 주고받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준 박훈규 디렉터는 아이폰 신드롬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박훈규 디렉터는 "아이폰을 어떤 식으로 내 생활에 적용시키느냐가 중요하지 남이 쓰니까 따라가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 "앞으로 변할 사회가 어떻게 되고 주체가 어떻게 미디어를 쓸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에서 그걸 사용하는 나만의 콘텐츠,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회찬 대표는 "아이폰이 먼저 치고 나서 '아이폰 신드롬'이지 수년 내 아이폰 능가하는 게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애플이 먼저 간 것뿐이고 삼성이 못 간 건 무지몽매해서이지 특정 제품이나 회사에 유리한 신드롬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정리했다.

 

"트위터 지방선거에서 큰 힘 발휘할 것"

 

  
6일 오후 2시 서울 홍대 앞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열린 열린포럼은 ‘아이폰 신드롬’이 문화생태계에 끼친 영향을 다뤄 관심을 끌었다.
ⓒ 김시연
아이폰

2만3000명이 넘는 '팔로워(fallower; 관심 등록자)를 둔 '파워 트위터'답게 노 대표는 아이폰 자체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우리 사회 전반, 특히 정치구조에 가져올 변화에 주목했다. 

 

노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는 트위터와 같은 SNS의 힘이 발휘되는 첫 선거이고 2012년 대선에선 폭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미 대선 때와 달리 우리는 무선인터넷 보급과 스마트폰이 이제 시작되는 단계지만 불과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트위터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면서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얼마 전 SBS 토론 나가면서 어떤 얘기 하면 좋겠냐고 트위터에 질문을 올렸더니 30분 사이에 응답이 400명이 넘었어요. 진보신당 당원수가 제 2만3천 팔로우 숫자랑 비슷한데, 진보신당 게시판에 24시간 전에 올려놓았더라도 댓글이 3~4개 밖에 안 달렸을 겁니다. 그만큼 트위터에선 의사 표현이 아주 적극적이죠."

 

노 대표는 "멀지않은 미래에 온 국민이 트위터, 스마트폰 하는 상황이 되면 4대강이나 세종시 같은 이슈에 대해 그 자리에서 찬반 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 "직접 민주주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못한 걸 감안하면 기술 발전이 정치 문화와 민주주의 방식에 질과 양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노 대표는 "브라질은 2002년 대선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했는데, 투·개표가 단 1시간 만에 끝났다"며 "전자투표를 하면 멀리 제주도 여행 가서도, 직장이나 학교에서도 투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돈은 전자금융하게 하면서 왜 전자투표는 신뢰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중앙선관위에선 우수한 기계까지 만들어놓고도 못 써먹고 있는 건 투표율이 높아지는 걸 두려워하는 분들이 있어서다"고 꼬집었다. 

 

노회찬의 트위터 막걸리 친구들도 선거법 위반?

 

  
▲ 노회찬 대표의 아이폰 오카리나 연주 6일 오후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열린 열린포럼에서 아이폰 오카리나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하고 있다.
ⓒ 김시연
아이폰

"하얀호랑님 좀 전에 트위터에 여기 와 있다고 글 올리셨죠?"

 

이날 토론 도중 노 대표는 틈틈이 실시간 트위터의 위력을 과시했다. 

 

"트위터 아니었으면 못 만날 사람들이 99.9%죠. 얼마 전 막걸리 마시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어떤 분이 막걸리를 한 박스 배달해 주셨어요. 트위터 친구가 보내준 거니 트위터 친구끼리 나눠먹자고 했더니 저녁에 70명이 오더라고요.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 분들을 만났는데 그동안 시간 제약 때문에 못 만난 게 아쉬울 뿐 아주 유익한 만남이었어요."

 

트위터가 대통령선거와 오바마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바로 전날(5일)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선거법에 위반되는지 검토하겠다는 경찰 발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트위터가 이제 막 새로운 소통의 도구로 떠오른 마당에 정부에선 '낡은 선거법' 잣대를 들이대 싹부터 밟으려 하는 것이다.

 

노 대표는 "트위터는 내 말 듣지 않으려는 사람에겐 전달될 방법이 없다. 스팸 메일이나 전화와는 다른 건데 트위터에 대해 선거법 얘기를 한다"면서 "낡은 제도가 기술을 막아선 안 되겠다"고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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