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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제목 달고 ‘통합’ 논의한 이상한 토론회

사민주의연대 토론회, “진보5당에게 미래를 묻는다”
김성일 메일보내기

9월 29일, 광화문 사회민주주의연대 사무실에서는 ‘진보5당에게 미래를 묻는다’라는 다소 모호한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민주주의연대가 주최하고 국민참여정당, 민주노동당, 사회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참여한 이 토론회는 제목으로 보아 진보정치의 대안에 대한 토론회로 예상되었으나, 실제로 토론회의 양상은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두고 개고기를 팔다)'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해도 손색이 없었다.

△ ‘진보5당에게 미래를 묻는다’토론회 <사진출처 : 사회민주주의연대>
당초 주최측은 참석자들에게 ‘토론문을 준비할 필요 없으니 그냥 오라’는 이해할 수 없는 주문을 했고, 특별한 준비없이 참가한 참석자들에게 사회를 맡은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토론회의 취지가 민주노총의 진보정당 통합 추진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임성규 위원장이 진보정당들에게 강하게 통합을 요구하는 인터뷰를 보고, “저렇게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데, 너무 무관심해서는 안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통추위의 일원인 최동준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동석한 점도 의미심장한 장면이었다.
 
“내용없는 통합은 껍데기일 뿐”

첫 번째 토론자인 사회당 서울시당의 장시정 위원장은 “정치세력의 위기는 단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분열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대안을 가져다 주지 못한게 문제”라면서,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화두에 있어서 대안과 방법에 대한 논의가 선결과제”라고 주장했다.

“현시기의 위기는 금융자본주의의 위기와 민주주의의 위기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진보세력이 두 위기에 답을 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 의제를 논의하지 않고 단순히 하나의 세력으로 통합한다는 것만으로 그런 연합이 가능한가에 저희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 위원장은 “내용없는 통합은 껍데기일 뿐”이라며 “사회당은 충분히 그런 의제를 가지고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요즘들어 가장 많이 주장하는 것은 기본소득입니다. 기본소득이 아직 큰 의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기본소득 운동이 구축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본소득 운동을 통해 복지가 국민의 보편적인 권리로 인식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천과제만큼 세력도 중요”

창조한국당의 김서진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현재 진보세력의 힘이 열악함을 지적했다.

“이번에 일본 민주당이 집권했는데, 정책의 내용들을 보면 대단히 포퓰리즘적인 방식으로 선거에 접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사회당이나 공산당이 이런 제안을 가지고 나왔을 경우,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그는 일본의 민주당과 공산당의 위치에 따른 이 문제가 한국의 민주당과 진보정당에도 그대로 대입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계속 주장하고, 이를 위한 실천과제를 요구하면서 이를 뒷받쳐주는 세력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그런 위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그는 성장과 분배라는 대결구도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에서는 빈민층 조차도 경제성장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장과 분배라는 프레임으로 가는 순간 우리는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분배를 내포한 성장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여의도만 쳐다보는 정치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정치”

진보신당 서울시당의 신언직 위원장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보인지도 헷갈리지만, 포괄적으로 진보개혁세력이라고 묶었을 때 그 진보개혁세력이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자기혁신 없이는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요즘 노회찬 대표가 전국적으로 민생탐방을 하면서 4대강 문제 예산 문제를 많이 거론하는데, 하다보면 지지해주는 분들도 많지만 ‘정신차려라’라는 반응이 더 많습니다. ‘당신들에게 이미 한번 기회를 주었는데, 어떻게 먹고 살기는 더 힘드냐’는 것입니다.”

신 위원장은 “우리가 그동안 어떤 정책을 내놓고, 어떤 운동을 할 때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았던가를 곰곰히 따져보았습니다. 결론은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운동들, 제안들이었습니다.”

그는 여의도만 쳐다보는 정치는 더이상 소용이 없다면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도 최근 진보신당은 통신비 인하, 신종플루 무상검진 등을 주장하면서 “생활 속의 진보”, “5만원 진보”라는 화두로 긍정적인 여론을 얻고 있다.

“분열에 대한 성찰 필요”

민주노동당의 김성진 전 최고위원은 “신언직 위원장님이 국민들에게 ‘정신차려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는데 난 작년에 너무 힘들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고 운을 띄웠다.

“분당을 떼어놓고 진보를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평가는 역사적으로 남겨두어야 할 부분들도 있지만, 분열의 과정과 원인에 대해 스스로 성찰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회당에서 이야기한 분열이 근본적 문제가 아니라 대안부재가 문제라는 말에는 적극 동의한다”며, 반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로 진보가 구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정당의 김영대 대외협력위원장은 “우리는 민주당과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새 당을 만들었다”면서 진보정당과의 연대와 단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진보세력의 연대에 있어서 차이보다는 통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회에 참관한 최동준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조합원 여론조사 결과 진보정당의 통합에 대한 지지율이 90% 가까이 나왔다고 밝히면서 진보정당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대환 대표는 사회를 보며 수시로 통합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토론회 말미에는 장시정 사회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직접 지목하여 “더 큰 진보정당에서 기본소득 운동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직설적으로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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