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장보기' 탓하기 전에…"
[복지국가SOCIETY] "신종플루 유행, 공공의료 강화 계기로 삼자"
기사입력 2009-10-13 오전 9:58:59
지난 몇 달간 우리나라 국민들은 신종플루로 인해 많은 걱정을 하였고, 지금도 걱정을 하고 있다. 작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일부에서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음에도 시민들이 과도하게 반응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확률이 미미하더라고 쇠고기를 먹을 때마다, 이것을 먹고 만에 하나라도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언뜻 언뜻 스쳐 지나간다면 매우 곤혹스럽고 황당한 일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신종플루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국민이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고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신종플루로 인해 지난 8월 15일과 8월 16일 이틀 연속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언론과 국민여론은 신종플루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신종플루에 걸릴 확률과 신종플루로 인해 사망할 확률을 고려하면, 신종플루로 사망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제까지의 사망할 확률에서 새로운 사망 확률이 더해진 것이므로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국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고 걱정하였다면, 혹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서 신종플루에 대해 토론을 하였고, 신종플루 관련 세미나를 기획하며 보건소와 거점병원들을 살펴보았던 바, 신종플루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 국민들은 신종플루에 대해 보건의료체계와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신종플루와 관련하여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특히 언론을 접하면서 도대체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럽다.
신종플루로 인해 지난 8월 15일과 8월 16일 이틀 연속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언론과 국민여론은 신종플루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신종플루에 걸릴 확률과 신종플루로 인해 사망할 확률을 고려하면, 신종플루로 사망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제까지의 사망할 확률에서 새로운 사망 확률이 더해진 것이므로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국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고 걱정하였다면, 혹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서 신종플루에 대해 토론을 하였고, 신종플루 관련 세미나를 기획하며 보건소와 거점병원들을 살펴보았던 바, 신종플루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 국민들은 신종플루에 대해 보건의료체계와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신종플루와 관련하여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특히 언론을 접하면서 도대체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럽다.
▲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플루 특진비 폐지와 치료비 지원을 요구했다. 신종플루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이용해 장사에 열을 올리는 병원이 많다. 공공의료가 튼튼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프레시안 |
보건소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신종플루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느라고 업무를 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국민들이 정보를 접하는 것은 정부의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홈페이지와 언론 매체를 통해서이고, 직접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대하면서 정보를 얻으려면 주로 보건소 등을 통하게 된다. 주위에 의사들이 많지만 정작 의사의 얼굴을 대하면서 상담을 하거나 목소리를 통해서 관련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소 자신을 잘 알고 있어서 언제나 믿고 찾아가 충분한 진료를 받고 또 필요할 때 전화 등으로 수시로 상담할 수 있는 '일차의료 의사(주치의)'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이 병원 저 병원을 스스로 찾아다니는 소위 '의사 장보기'에 익숙해져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자기가 진료하는 환자가 다시 자기를 찾아올 지 확신할 수 없으며, 환자의 과거 병력을 자세히 모르고 진료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회적인 진료에 익숙하고, 환자에 대한 진료의 책임성이 약하게 된다. 즉 진료의 지속성, 책임성, 포괄성이 결여되어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주치의 제도가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여 국민들 모두에게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가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신종플루 확산 상황에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정부에서는 주치의에게 필요한 신종플루 대응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주치의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얼굴을 대하면서 알기 쉽게 상담을 하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스스럼없이 상담을 하여 궁금증을 풀 수 있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주치의가 옆에 있으므로 얼마나 마음 든든하고 믿음이 가겠는가. 이렇듯 우리나라에 주치의 제도가 있었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신종플루에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정부는 신종플루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공무원들은 며칠 씩 밤을 새며 효과적 대처를 위해 고생하고 있다고 하고, 또한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불안해한다. 보건소 공무원들 역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나 지역 주민들이 잘 알아주지 않고 불만한 토로한다고 하소연한다. 의료기관이나 의료진, 특히 거점병원과 거점병원 의료진들은 초기에 정부의 별다른 지원도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언론이 문제점만 부각시킨다고 불평한다.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불만이고 걱정을 하는 등 모두가 불만이다. 이것은 소통의 부재로 인한 측면이 강하다. 이렇듯 보건의료부문에서의 소통의 부재는 분절되고 비체계적인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주치의 제도가 시행되면, 1차 의료(주치의, 외래진료), 2차 의료(전문의, 입원진료), 3차 의료(세부전문의, 입원진료)로 연결되는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기에 용이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신종플루 거점병원은 지역의 큰 병원을 위주로 지정되었다. 큰 병원에는 '고 위험' 환자가 많고,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출입하므로 큰 병원을 거점병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또 이들 신종플루 지정 대형병원들이 초기에는 격리 진료실을 마련하지 않는 등 혼선을 빚기도 하였으며, '고 위험' 환자와 사람들이 많은 거점 대형병원으로 신종플루 의심 환자가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는 주치의 제도가 없고,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실정에서는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우리나라가 주치의 제도가 있고,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보건의료체계를 가지고 있었다면, 거점 대형병원들은 중증의 신종플루 확진 환자를 격리 입원하여 진료하는 등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 신종 플루 거점병원이 건물 밖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지역 내 공공병원들이 전염병 환자를 위한 시설을 미리 갖춰뒀더라면, 나타나지 않았을 풍경이다. ⓒ뉴시스 |
주치의 제도와 별개로 참여정부 때 추진하다 중단한 "공공의료 비중 30%로 확충(인구 5만 명 당 도시보건지소 설립, 지역 거점 공공병원 확충, 국립대학교병원을 광역 거점 공공병원으로 육성 등)"과 공공병원의 제대로 된 역할 강화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신종플루 확산 국면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보건지소, 보건소 등의 보건기관이 신종플루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지역 거점 공공병원이 2차 의료를, 광역 거점 공공병원인 국립대학교병원이 3차 의료를 담당하고, 거점 공공병원들은 일정 부분의 '음압 병실(전염병 환자를 위한 특수병실)'을 확보하고 있었다면, 공공보건의료체계만으로도 신종플루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신종플루에 대응하는 광역 거점 국립대학교병원들의 최근 역할은 너무나 간단했다. 감염진료실 등을 만들어 환자를 진료하고, 확진 환자를 입원 치료하는 것, 소위 일반 병원으로서의 '단순' 역할에 그쳤던 것이다. 만약, 국립대학교병원이 광역 거점 공공병원으로 육성되어 그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되어 있었다면, 광역 지방정부의 보건위생과 등과 협력하여 전염병 예방을 위한 기획, 기술 지원 등의 좀 더 차원 높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신종플루 확산을 계기로 공공보건의료의 확충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금도 급성 병상이 많고, 민간 병상이 늘어나고 있는데, 공공의료 확충 주장이 타당한가? 라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보건의료기본법, 지역보건법 등에서 국가의 보건의료 자원 관리와 관련된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바, 이는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의료공급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병상자원의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의료자원의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36조 제3항에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되어 있고,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신종플루의 확산을 계기로 이 법의 내용이 충실히 실행될 수 있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희망해 본다. 그래야 보편적 복지국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감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경북대학교 예방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