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국민참여당 대표를 비롯해 핵심 인사들이 ‘서울시장 출마’를 부추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 역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혀 출마 여운을 남기고 있다. 유 전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배경에는 다목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은 차기 대권을 위한 디딤돌 효과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 따른 대중 인지도 상승효과와 언론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 한명숙-국민참여당 유시민-진보신당 노회찬 3자가 연합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와 해볼만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당과 당원들의 요구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유시민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장 당선여부를 떠나 서울지역에 국민참여당으로 출마하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주목받기위해서는 ‘유시민’이라는 상품성과 대중성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유 전 장관으로서 예비후보자들과 당원들의 이런 요구를 무시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민참여당에서는 설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을 하고 있지만 유 전 장관은 ‘확답’을 주지는 않고 있다. 일단 그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18대 총선에서는 대구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다시 고양시를 떠나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는 것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월말까지 유 전 장관은 주소지를 서울로 옮기지 않은 배경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선거와는 달리 주소지를 광역시로 이전해야 한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서울로 이사했느냐는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가족들에게도 유 전 장관은 아직 ‘이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유 전 장관이 서울로 이사할 경우 어디로 갈 것인지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지역구인 은평을로 이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항간에는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측이 적극 지원을 약속하며 자신의 지역구로 이사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문 전 대표로서는 자신의 의원직 상실 배후로 정권실제인 이 위원장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으로서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보일 경우 한달 뒤 벌어지는 은평을 재보선에서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친박 인사들의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혀 있는 이 위원장은 무소속 친박 후보가 출마할 경우 협공을 당해 유 전 장관이 어부지리를 노릴 수도 있다.
관건은 지역구의 반응이다. 높은 유 전 장관의 대중 인지도에 비해 낮은 지지도, 친노 정당으로 알려진 국민참여당의 한계, 문국현 전 대표에 대한 지역구민의 실망감 등이 혼재하는 은평구는 18대 총선 분위기와는 달리 ‘미워도 이재오’라는 정서가 강하게 퍼져 있다는 게 지역구민들이 전하는 민심이기 때문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