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지난 4일 <PBS>라디오 PD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은평을의 10월 재보궐선거가 열릴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이후 이 지역이 정치권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창조한국당은 물론 야당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선고일이 지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여당 사무총장으로부터 선고일은 물론 사실상 선고결과까지 언급되며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고, 선거가 열린다 해도 한나라당 후보는 이미 '행동'에 돌입한 데 비해 거론되는 야당 후보들은 출마의사조차 밝힌 바 없기에 선거가 급하게 진행되는 것 자체가 야당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이 지역에 구체적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현 상황에 대한 대응방식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은평을에 재보궐선거가 확정이 되더라도 그 기한이 매우 짧아 선거를 준비하지 않을 수도,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선거를 준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은평선거 기정사실화
한나라당은 이미 재보궐선거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권·언론 일각에서 은평을이 이번 재·보선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답했으며, ‘한나라당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이번엔 이 전 최고위원이 되지 않겠느냐”고 답한 바 있다.
여기에 국내로 돌아와 정계복귀를 노리고 있는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근 은평을 지역을 누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주변에 “입각이 아닌 선거를 통해 정계에 복귀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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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사진=문국현 의원실) | 그러나 이에 대해 창조한국당은 연일 ‘사법살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8일 <BBS>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여당 사무총장이 대법원이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될 재판일정, 결과를 확실하다는 듯 방송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누가 주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재판 결과를 정해놓고 있다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독립성 무시도 통탄할 일이며 정적에 대한 사법살인”이라며 “유죄설을 유포해 국민들에게 세뇌시키고 여론으로 재판을 해버리면서 사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야당들 역시 장광근 사무총장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6일 “대법원 선고일이 지정되지도 않은 사건의 결론을 집권당 사무총장이 알 수 있었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7일 “사법부에 여당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장광근 사무총장의 부적절 처신은 매우 유감”이라며 비판했다.
김근태 손학규 등 거론
그러나 이와 별개로 민주당에서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등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 맞선 거물급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고 진보신당에서도 심상정 전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가 거론되는 등 각 정당별로 ‘재보궐 선거가 이루어질 경우’에 대한 대책이 수면 밑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진보신당의 경우 은평당원협의회에서 6일 워크샵을 열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당의 한 관계자는 “원래 계획되어 있었던 워크샵”이라며 “정세가 있는 만큼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논의’의 수준은 아니”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신언직 서울시당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이 미정인 상황에서 어떤 멘트도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으나 “만약 선거가 열린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하려 한다. 현재로서는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도 “예의주시해서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심상정 전 대표도 현재 상황을 보고 있으며, 향후 행보는 당과 의논하여 결정할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