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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여자’가 1인 시위 나선 까닭
[151호] 2010년 08월 02일 (월) 11:01:24 양정민 인턴 기자
어린 시절, 원피스 차림에 자가용을 타고 등교하는 그녀를 친구들은 ‘공주’라고 불렀다. 삶이 고단하다고 느낀 적도 없다. 30년 가까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강남 여자’ 박희경씨(43) 이야기다.

그런 박씨를 ‘강남 좌파’로 바꾼 것은 2002년 대학 동기의 권유로 참여한 효순·미선양 추모 집회였다. 꽃다운 소녀들의 죽음이 월드컵 열기에 묻히는 것을 보며 박씨는 “그동안 너무 내 삶만 생각하며 살았구나” 하고 후회했다. 이후 박씨는 기륭전자 단식농성, 평택 쌍용차 파업, 여주 이포보 고공농성 따위 ‘현장’을 누볐다.

그녀가 요즘 매일 저녁 향하는 곳은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이다. 7월12일부터 이곳에서는 현대·기아차 하청업체 동희오토에서 해고된 노동자 7명이 서산에서 상경해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씨는 이들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7월21일에는 강남 진보신당 당원, 다음 카페 ‘강남촛불’ 회원들과 함께 동희오토 사태를 알리는 유인물 1000부를 시민에게 나눠줬다. 7월27일 낮에는 강남구 학동 언주로에 있는 현대·기아차 지점 앞에서 “정몽구가 직접 나서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퇴근 후 저녁 시간과 주말까지 사회문제에 쏟아붓는 그녀의 일주일은 다른 직장인보다 훨씬 짧아 보였다. “언제 쉬느냐”라는 기자의 물음에 박씨는 “싸움이 없어지면 여유롭게 살 수 있겠죠”라며 웃었다.

   
ⓒ시사IN 윤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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