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이 '백합'이라면 나는 '대나무'"[오마이]

by 서울시당 posted May 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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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이 '백합'이라면 나는 '대나무'"
"야권, 단일화 외엔 다른 무기 없어 보여"
[2010 인물열전-서울④] "묻지마 단일화= 패배주의" 노회찬 진보신당 예비후보
이경태 (sneercool) 기자
오는 6월 2일 제 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유권자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10 인물열전'을 시작합니다. 인물열전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각 자치단체별 후보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
ⓒ 이정민
노회찬

"단일화만으로 선거를 돌파하려고 했던 판단이 잘못된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실책을 낱낱이 폭로하고 다시는 한나라당에게 서울을 맡길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서울시민의 생각이 어떻든 뭉치기만 하면 이긴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이 아주 굳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6개월째 '홀로' 걷고 있는 노회찬 진보신당 예비후보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노 후보는 다른 야당 후보들과 함께 참석한 지난달 30일 대학생 정치참여 결의대회에서도 "나경원·원희룡은 같은 당이지만 이건(야당은) 정책과 이념이 다른 당"이라며 "어떤 단일화인지가 중요한 것이지 '묻지마' 단일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당시 연단에서 자신이 느낀 생각을 가감없이 말했다.

 

"한명숙 후보가 다른 후보와 더불어 처음 연단에 선 게 그때가 처음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한 후보는 연설 첫 머리에 '선거는 구도다'라고 했다. 선거를 이기는 구도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선거구도'라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나? 현 서울시정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있지만 안 그런 시민들도 있다. 그런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더 다가서려는 노력부터 해야 하지 않나."

 

1심 무죄 판결 이후 대세론을 타고 있는 한명숙 후보에 대한 평가도 곁들여졌다. 

 

그는 "한명숙 후보가 정말 향내 나는 아름다운 백합일지 모르지만, 2년 반 동안 사사건건 이명박 정권과 부딪혀야 할 이번 서울시장에 적합한가"라고 반문했다.

 

노 후보는 또, "이번 서울시장에는 패기와 추진력, 돌파력이 요구된다"며 "백합꽃보단 차라리 시퍼런 대나무가 낫지 않냐"고 말했다. 한명숙 후보의 부드러운 리더십보단 주요 국면마다 '선명성'을 드러내며 싸웠던 자신을 야권의 적합한 단일후보로 올려놓는 비유였다.  

 

노 후보는 이날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야권이 선거연대 외에 아무런 무기도 없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겉멋만 내는 현 오세훈 시장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시민들도 많다"며 "이것을 적극적으로 알려내 세상을 바로 잡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노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잘못 설계된 단일화 논의로 오세훈 지지율만 올라"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
ⓒ 이정민
노회찬

-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 4당과 시민단체가 주도한 4+4 선거연합 협상이 결국 무산됐다.

"물론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선거 후에 냉철하게 단일화 논의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단일화도 필요하지만 그로 인한 전략·전술이 잘못 설계됐다. 지금 한나라당도, 한나라당의 후보들도 지지율이 막강하다. 시민들에게 왜 한나라당을 이번에 패배시켜야 되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 과정이 거의 없었다.

 

단일화 그 자체는 목표가 아니다. 단지 이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그것을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전략·전술적인 고려 없이 과다한 의미를 부여해 단일화가 지상 과제처럼 돼 버렸다.

 

또 지난 안산 재보궐 선거만 보더라도 단일화가 현실상 상당히 어렵다는 것 알 수 있다. 그러나 6·2 지방선거와 같은 전국단위선거에서 정당 5개가 단일화하겠단 것은 과도한 목표였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욕심과 독선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단일화는 공존을 의미해야 하는데 민주당만을 위한 단일화로 전락한 것이다. 야권의 단일화 문제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민주당이 보여준 태도는 굉장히 유감스럽다."

 

- 경기도지사의 경우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고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는 진보정당의 후보 단일화를 민노당 안동섭 후보에게 제안했다. 노 후보도 비슷한 전략을 갖고 있나?

"이미 작년 말 정책과 이념이 비슷한 정당끼리 선거의 유불리를 넘어 진보진영의 대단결까지 내다보고 공동선대본을 꾸려 선거에 임하자고 말한 바 있다. 또 민주당의 경우, 정치적인 필요와 명분, 원칙 등이 점검된다면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전자가 진보진영의 대통합을 과제로 제시한 것이라면, 후자는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열어놓은 것이다. 3일 심상정 후보가 그런 의사를 밝혀 동의했다. 또 아직 민노당으로부터 답이 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미 울산 등 여러 곳에서 협상이 완료되고 추진되고 있다. 진보진영의 문제를 먼저 처리해야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검토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이상규 서울시장 민노당 후보와 단일화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가.

"물밑에서 접촉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진보서울시장 만들기'라고 해 진보신당과 민노당, 사회당 등 야3당과 민주노총으로 구성된 '3+1' 공식테이블이 있다. 이곳에서 서울시장 문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공동정책강령도 발표했고 여기에서 단일화 방안이 제안될 것을 본다."

 

"'백합' 같은 한명숙, 훌륭하지만 MB정부와 맞설 수 있겠나"

 

- 5+4 협상에서 진보신당이 나온 뒤 선거정국에서 급속히 주변화 됐다.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후보 본인의 정책, 비전 등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략상 실수라고 보진 않나?

"단일화만으로 선거를 돌파하려고 했던 판단이 잘못된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실책을 낱낱이 폭로하고 다시는 한나라당에게 서울을 맡길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서울시민의 생각이 어떻든 뭉치기만 하면 이긴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이 아주 굳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단일화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단일화만 바라보고 있는 게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는 뜻이다. 정치공학적 발상에 너무 기대었다.

 

한명숙 후보 등과 함께 참석한 지난 30일 대학생 정치참여 결의대회 때도 그렇다. 한 후보가 다른 후보와 함께 연단에 선 게 그때가 처음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한 후보는 연설 첫 머리에 '선거는 구도다'라고 했다. 선거를 이기는 구도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선거구도'라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나? 현 서울시정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있지만 안 그런 시민들도 있다. 그런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더 다가서려는 노력부터 해야 하지 않나.

 

또한 5+4 협상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던 것이 3월 16일인데 당시 진보신당이 참여했다면, 민주당이 그를 추인했다면 지금 현재 단일화 효과를 야권이 거두고 있을까? 없었을 것이다. 천안함 사건 등 여러 가지 사안을 제외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압도하고 있는 정당 지지율만 보더라도 선거 전술상 야권연대에만 의존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 한명숙 후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노 후보의 부인이 한 후보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이 일한 적은 없지만 공인으로 오랫동안 계셨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또 저와 제일 가까운 사람과 인연이 있어 전해들은 이야기도 많다. 참 훌륭하신 분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는 걸어온 길에 차이가 있다. 한 후보가 장관과 총리를 할 때 새만금, 한미FTA, KTX 여승무원 등 굵직굵직한 쟁점에서 있어서는 의견 차가 있었다. 소속 정당의 당론도 달랐지만 정치적 철학이나 정견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한 후보가 인격적·인간적으로 훌륭하신 분이지만 서울시장에 적합한 분인지는 냉정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한명숙 후보, 정말 향내 나는 아름다운 백합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은 이명박 정권과 2년 반 동안 사사건건 부딪혀야 한다. 패기와 추진력, 돌파력이 요구된다. 백합꽃으로 가능할까? 차라리 시퍼런 대나무가 낫지 않나. 외람되지만 서울시장의 적합도에 있어서는 제가 더 낫지 않나 싶다."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
ⓒ 이정민
노회찬

- 냉정한 검토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논란이 연결되는데, 결국 이계안 민주당 후보가 TV토론 없는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을 받아들였다.

"TV토론을 하는 게 당연하다. 결국에 우리가 가위바위보 해서 후보를 정하는 게 아니지 않나. 어떤 방식의 조사이든 시민이 판단하는 것이다. 주권을 가진 국민이 권력을 위임할 수 있는 후보를 판단하기 위해선 충분한 정보를 줘야 한다.

 

다른 당 내부의 문제에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지만 민주당과 한 후보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계안 후보와 토론하고 의미 있는 공약을 수용했으면 했다. 왜 그런 기회를 피하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지켜보는 사람으로선 그런 우려가 있다."

 

- 한명숙 후보와 본인이 야권 단일후보를 놓고 경쟁한다면 승산은 얼마나 있다고 보나?

"이제 초기니깐 마라톤 출발레이스에 서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지지율은 마라톤에서의 기존 보유기록이라고 본다. 하지만 모든 게임은 새로운 게임이다. 이제 비장의 실력을 놓고 겨뤄봐야지 않겠나."

 

"겉멋 내는 데 혈세 탕진한 오세훈, 주부가 식비로 쓸 돈을 외제화장품에 쓴 꼴"

 

- 오세훈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서울시민들의 혈세를 겉멋 내는 데 탕진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의 골을 메우는 복지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더군다나 서울은 예산도 많다. 그러나 오 시장이 이 예산을 갖고 무엇을 했느냐. 150억 원을 들인 한강르네상스 1호 홍보선이 한강 선박장에 묶여 있다. 실현 불가능한 한강 수륙양용버스 만든다고 그 기반시설 만드는 데 수억을 썼다. 관악구청 사거리를 디자인 거리로 만든다고 멀쩡한 가로등을 철거하고 대학교수에게 의뢰해 한 개 천만 원짜리 가로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복지 부문, 장애인돌보미예산은 줄였다. 이는 주부가 식비 쓸 돈을 갖고 외제 화장품을 사러 간 것과 같다. 이것을 시민의 힘으로 중단시켜야 한다."

 

- 그럼에도 오 시장의 지지율은 1위다. 서울시가 각종 시정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하는 것이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명백히 법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대목이라 생각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예산집행 결과를 보면 오 시장이 재직기간 중 자신의 홍보, 시정홍보비용으로 쓴 금액이 역대 시장들의 2~3배이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비교해도 돈을 갑절로 썼다. 자신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썼다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차라리 그 홍보비용을 해당 사업을 위해 써야 했다. 야당도 무상급식 외에 이렇다 할 정책쟁점을 만들지 못한 것도 오 시장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 노 후보는 오 시장의 '한강르네상스'에 대항하는 한강생태 복원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4대강 반대는 모든 야당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4대강 사업 반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39km 구간은 4대강 사업의 미래다. 수중보를 만들어 물이 썩어가고 있고 강변을 콘크리트로 덮어 공원을 만들었다. 나는 수중보를 철거해 수질을 개선하고 백사장이 다시 생기도록 할 생각이다.

 

한강생태 복원을 통해 시민들이 4대강 사업의 허실을 알고 그 대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동안 한강의 수질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나 여전히 잠실 수중보와 신곡 수중보 사이의 수질은 3~4급수다. 아이들이 발을 담그기도 힘들다. 이런데다 오 시장은 중국을 오가는 크루즈선을 용산까지 오가게 한다고 한다. 물이 썩어 가는데 배를 띄운다는 발상이야말로 전시행정 아닌가."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
ⓒ 이정민
노회찬

- '8+8+8 서울만들기' 공약도 내놨다. 8시간 노동으로 '팔팔'한 서울 만들기라는 내용인데 민간부문의 협조가 가능하겠나.

"물론 민간부문을 다 강제하긴 어렵다. 공공부문은 노동시간 상한제로 현실화가 가능하지만 민간부문은 기업 자력으로 하기 어려운 곳을 지원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미 중소기업 근무시간단축 지원금, 교대제 전환 지원금 등 관련해 국가 정책이 다 마련돼 있다. 단지 명목상 있을 뿐이고 예산도 확보가 잘 안 돼 있다. 국가정부사업이긴 하나 이를 법제화 등을 통해 현실화시키려 한다.

 

또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인 정책이다. 현재 경제성장률 1% 당 창출되는 일자리는 25만 개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일하는 시간을 OECD 평균보다 300시간 정도 적은 2000시간 정도로 낮추고 일자리를 나눈다면 창출되는 일자리가 125만 개나 된다.

 

다만 중소기업 종사자 중 노동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임금은 일부 서울시에서 보조할 생각이다. 1인당 30만 원의 지원금이라면 개인에게 부족할지 모르나 1천 명에 지원할 경우 3억 원에 달한다. 오세훈 시장의 홍보비 정도면 10만 명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 쓸데없는 홍보 않고 일자리 만들고 노동시간 줄인다면 좋지 않은가."

 

- 마지막으로 노회찬이 서울시장이 꼭 돼야 할 이유가 있나. 2012년 대선에 도전할 의사는 없나.

"서울시장과 대통령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규모나 그 권한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집행기관이라는 속성이 비슷하다. 오히려 진보정당의 집권을 위해선 진보정당이 크고 작은 자치단체를 맡아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이 그를 통해 진보세력이 집권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경험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집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PT당도 인구 천만 명이 넘는 상파울루를 두 번 맡은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됐다. 당 차원에서 보더라도 서울시장 선거는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2010.05.05 13:59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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