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TV 토론의 사례는 여당조차 복지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세 후보는 일제히 연임에 나선 오 시장을 상대로 겉치레, 포장에 돈을 너무 많이 썼다며 전시행정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뉴타운·한강 르네상스·디자인 등 개발과 이미지 중심의 시정을 해온 오 시장조차 “시 예산은 주로 서민복지 예산으로 집행됐다”고 해명해야 했다. 이같이 일자리·보육·집·교육·노후 등 생활 세계의 요구를 누가 더 잘 충족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이제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좌우하는 중요한 준거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물론 시민들의 욕구에 반응한 결과이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들은 압도적으로 지역 개발보다 복지 공약을 선호하고 있다. 개발과 토건사업이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는커녕 악화시키고 있다는 자각의 결과일 것이다. 지난 대선의 경제살리기 구호는 민생을 더욱 어렵게 했고, 총선의 뉴타운 공약은 서민들의 삶의 조건을 악화시켰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너도 나도 뉴타운으로 몰려가며 쌓은 욕망의 탑은 용산 참사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면서 한국사회가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 관심과 투자를 돌리는 지방선거는 분명 정치적 진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위장한 콘크리트 토건세력이 아닌, 서민의 삶과 행복을 우선시하는 세력의 진출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시민들의 관심사와는 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생명과 생태를 위협하며 포클레인으로 강바닥을 파내 어항을 만드는 대표적 토건사업인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토건주의를 지방선거에서 복지 세력의 승리를 통해 제동을 걸 수 있다면 선거는 아직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