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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4월 17일] 판을 키워라

이충재 편집국 부국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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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고로 지방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여당보다는 야권일 것이다. 지지도가 낮은 정당과 개인별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보가 불리한 건 당연한 이치다. 야권이 웬만큼 민심을 사로잡지 않으면 이번 선거에서 패배를 면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사실 안팎의 여건과 최근의 정국 상황만으로 보면 이번 선거가 야권에 그리 불리하지만은 않다. 한명숙 전 총리 무죄판결은 현 정권 들어 줄곧 논란이 돼왔던 검찰권 남용의 결정판으로 인식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도 북한이 관련됐든, 아니든 간에 결과적으로는 우리 군의 전투준비태세의 허점을 노출시키는 것이어서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표 상으로는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서민경제에는 여전히 칼바람이 불고, 청년실업 등 고용상황도 별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친이, 친박의 내홍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종교계의 반발, 여권 고위인사들의 릴레이 설화 등 야권에 유리한 호재는 주변에 넘치고 널려 있다.

밥그릇 싸움에 눈먼 야권

역대 지방선거가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면서 지금까지 네 차례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예외 없이 집권당이 패배했다는 결과도 야권에 희망을 주는 대목임에 분명하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열린우리당이 집권했던 2006년 치러진 4회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압승했다. 김대중 정부 집권 말기에 치러진 2002년 3회 지방선거도 한나라당이 16개 가운데 11개 광역단체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요즘 야권이 하는 행태를 보면 이러한 호재를 활용하기는커녕 끝없는 분열과 갈등으로 지리멸렬한 양상이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실수를 해도 야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과 지탄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 길 바쁜 민주당은 연일 주류-비주류간 다툼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한나라당이 전국 대부분의 광역ㆍ기초단체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4년 전 선거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은 오세훈 시장이 한명숙 무죄판결 후에도 여전히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고, 경기와 인천지역도 한나라당 후보인 현역 지사들이 앞선다는 게 여론조사 결과다. 영남은 말할 것도 없고,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충청지역도 야당에 녹록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이 정치를 잘해서 국민의 지지가 높다면야 시비할 이유가 없겠지만, 불과 30%대의 지지세력을 가진 정당이 국회와 지방자치단체를 독식함으로써 야기되는 국정의 일방적인 독주와 견제세력 상실로 인한 민주주의의 후퇴는 우려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이런 현상이 야권의 무능에서 빚어진 것이라면 그 정치집단은 역사적 책임을 방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하다.

야권의 남은 희망은 연대뿐

그나마 현 상황에서 야권이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은 야4당과 시민단체 4곳이 진행하고 있는 '4+4회의'다. 최소한 대결구도를 여야 1대 1구도로 가져가야 해볼 만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만도 다행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맏형' 격인 민주당이 좀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 호남지역 연합공천은 절대 안 된다든지, 다른 야당에 양보했던 서울ㆍ경기 공천지역 일부를 재조정하자는 요구는 제1야당답지 못하다. 지금은 진입장벽을 치기보다는 유력한 주자를 더 끌어들여 흥행과 시너지효과를 높여야 할 상황이다.

궁극적으로는 야권연대 협상에서 빠졌지만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진보신당의 노회찬과 심상정 두 사람까지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정당의 정책과 후보의 자질이 우선시돼야 하지만 바람과 흥행몰이에 좌우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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