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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은 '오세훈의 정원'인가?

사실상 집회·시위 '원천 봉쇄'…'열린 광장' 애초 취지는 사라져

기사입력 2009-08-03 오전 11:57:58

조선 건국 이후 600년간 서울의 중심축이었던 광화문·세종로 거리가 1년 3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1일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간 광화문·세종로 일대는 '시민의 거리'가 아니라 사실상 '권력의 공간'이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세종로 거리는 커다란 선전판을 세워놓고 계도성 표어를 선전하는 '통치의 거리'였다. 수십 개의 가로등형 카메라가 설치된 미국 대사관 앞은 언제나 삼엄한 경계가 유지되는 '감시의 거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2007년 발표된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은 시민사회의 환영과 기대를 받았다. 서울시는 조선시대 왕, 신하, 백성이 함께 어울린 육조거리를 광장으로 조성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미 대사관 등 국가 기관이 밀집한 '권력의 공간'이 시민들의 '열린 광장'으로 바뀔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사실상 불허'해, 과연 광화문광장이 시민을 위한 공간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지난 1일 시민들에게 처음 개방된 광화문광장의 모습. ⓒ프레시안

서울시 조례, 광화문광장서 집회·시위 사실상 불허해

지난 5월 28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광화문광장 조례)를 발표했다. 조례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등 '열린 광장'이라는 광장 조성 취지가 무색하다.

광화문광장 조례 제6조(사용허가 또는 사용제한)를 보면,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청 순위에 따라 허가하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우선하여 허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사전에 사용이 허가되더라도 "국가 또는 서울특별시가 공익을 위하여 광장 사용이 필요한 경우" 허가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 이는 정부와 서울시의 관주도 행사에 사용의 우선권을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광화문광장이 '서울시와 정부를 위한 행사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조례를 보면 시장이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져서 광장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즉, 조례가 밝힌 광장의 사용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제1조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서울시장의 자의적 판단 아래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광장에서 진행하려던 추모제를 서울시가 불허하면서 내세웠던 논리가 '서울광장의 사용 목적에 맞지 않는다'였다는 것에 비추어보면, 결과적으로 광화문광장 사용 또한 서울시의 판단에 따라 허가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광장의 사용 허가를 서울시가 임의대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례의 8조와 9조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서울시장은 광장 사용이 이미 허가된 행사라도 "국가 또는 서울특별시가 공익을 위하여 광장 사용이 필요한 경우", "시민의 안전 확보 및 질서유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제 8조 허가사항 변경) 허가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

또 이미 광장을 사용하고 있는 와중에도 "허가된 사용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광장 사용 허가를 취소하거나 사용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제 9조 사용허가의 취소·정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집회 금지 통고를 내리기 24시간 전에 보완 통고서를 보내는 등, 고지 시간을 따로 두고 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조례에는 그런 고지 시간조차 없어 서울시가 광장 사용 도중에 사용 중지를 명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조례의 내용을 따져보면 앞으로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광화문광장 조례는 공공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규정을 사실상 위반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화문광장의 사용에 있어서도 서울시가 관주도 행사 및 전시회를 우선적으로 허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를 허가하지 않을 경우 '평등권 침해'라는 지점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당시 "추모행사는 허가대상이 아니다"라며 서울광장 내 분향소 설치를 불허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특수임무수행자회의 위령제는 허가한 바 있다.

"서울시가 독점하는 광화문 광장은 광장이 아니라 행사장일 뿐"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광장은 열려있을 때만 광장이라 부를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광장조례개정서울시민캠페인단은 지난 31일 성명을 내고 "서울시가 독점하는 광화문광장은 광장이 아니라 서울시의 행사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광화문광장은 서울광장과 마찬가지로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서울광장보다 이용하기 더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며 "일반 시민이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광장은 이미 열린 광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화연대, 참여연대, 서울광장조례개정캠페인단, 민주당서울시당, 민주노동당서울시당, 창조한국당 서울시당, 진보신당 등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조례를 통해 또다시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광장을 관 주도 하의 '닫힌 공간'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광장조례 개정운동에 참여하고있는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광화문광장은 열린 광장이 아니라, 관의 홍보를 위한 홍보장으로 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해 445억 원이라는 세금을 쏟아 부어놓고도, 시민들은 광장 사용을 위해 서울시와 경찰청에 이중으로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서울시가 주최하는 관 행사의 경우 어떠한 허가 조치도 없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주변에) 미국 대사관 등 주요시설이 있는 점을 감안하고 광장 자체가 보도로서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규모 인원들이 동원되는 행사는 가급적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개방 이틀째 표정

광화문광장 개방 이틀째를 맞은 지난 2일, 광장은 서울의 새로운 상징물을 보려고 몰려든 시민들로 하루종일 붐볐다. 청계천에 이어 광화문광장이 '도심 속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되면서, 벌써부터 서울시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방 첫날인 지난 1일 18만5847명, 이틀째인 2일 20만6325명 등 모두 39만 2172명이 광화문광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 개방 이틀째인 2일 20만6325명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프레시안

이날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은 성지예(23) 씨는 "청계천 이후에 이어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또 생겨서 좋다"며 광화문 광장이 "서울시의 또다른 관광 명소로 자리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장 양쪽이 5차선 도로여서 사고 위험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장과 차도를 구분하기 위한 안전 턱이 15센티미터에 불과해 시민들의 안전사고나 차량의 광장 난입의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휴일 광장을 찾은 최은영(36) 씨는 "광장이 생겨서 좋지만 아이들이 많이 오는데 좌우에 5차선 차도가 있어서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도 옆에 펜스라도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광장의 미관을 위해 펜스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광화문 광장은 교통 경찰관이 광장 주변을 둘러싸고 사람들의 차도 진입을 통제했다.

광장의 '민주적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역시 가족들과 함께 광장을 찾은 주부 김모(40) 씨는 "작년 촛불 집회 이후, 집회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서울시가 (집회를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광장을 만든 게 아닌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광장은 시민들이 함께 모이고 정보를 공유할 때 진정으로 열린 광장이 되는데, 이번 광장은 단순히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구실로 시민들의 입을 막고자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사실상 집회·시위를 원천봉쇄한 서울시의 광장 사용 조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 새로 조성된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물을 맞으며 뛰어놀고 있다. ⓒ프레시안
▲ 광화문광장은 양쪽으로 5차선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프레시안

/선명수 기자,최형락 기자(=사진)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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