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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음악회> 홍보 포스터. 'KBS 열린음악회' 타이틀 아래 들어가 있는 부제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
ⓒ 최지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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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간판 음악프로그램인 <열린음악회>가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 탄생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안팎에서 공영방송 KBS가 특정 재벌 오너 일가를 위한 방송이냐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에 KBS노동조합이 공개적으로 해당프로그램의 편성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고, 진보신당이 법원에 방영금지가처분신청을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KBS 측은 "이병철 회장이 언급된 부분은 실제 방송에선 모두 삭제되고,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로만 방송될 것"이라며, 방송 강행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삼성가(家) 신세계 백화점이 협찬·후원
이번 논란은 KBS가 지난 27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앞에서 <열린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음악회 행사의 부제는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고 붙었다. 전국적인 방송망을 갖춘 지상파가 특정 재벌오너를 창업자를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신세계백화점은 고 이병철 회장의 친딸인 이명희씨가 회장으로 있다. 최근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회장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녹화 당일 직접 음악회를 관람한 강민서(43·여·부산)씨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현장 분위기를 "이병철 회장의 생일잔치였다"고 혹평했다. 강씨는 "출연가수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 회장 탄생을 축하하는 멘트를 했고 사회자인 황수경 아나운서도 축하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초대장과 행사 안내책자에 모두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란 말이 들어 있었다"며 "안내책자에도 들어간 이 회장의 젊은 시절 사진은 공연장 옆 백화점 벽면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대형 걸개로 걸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가수 태진아를 비롯해 김종국, 그룹 카라, 성악가 최현수, 부산대학연합합창단 등이 출연했다.
강씨는 "이병철 회장의 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세금포탈과 불법승계 배임 등으로 수사를 받다가 꺼림칙하게 사면 받아 많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것이 바로 몇 달 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그 그룹 창업주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올해는 나라를 구하려 목숨을 던진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 해"라며 "안중근 의사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기업체 회장 탄생 기념식을 열어야겠냐"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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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음악회> 안내책자에 나온 이병철 전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
ⓒ 최지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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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 음악회는 못할망정…"
이같은 소식이 28일부터 인터넷과 트위터(인터넷 사용자들끼리 주고받는 단문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지자, 누리꾼의 비판도 거세졌다. 누리꾼 'yrclaire'는 "(사회자나 출연자의) 축하 멘트가 (나중에) 편집되더라도 주제 자체가 부적절한데 100% 편집은 불가능... 아예 방송을 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청원게시판에선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열 것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도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삼성이 창업주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장소와 돈을 제공하고 공영방송 KBS는 주문자 생산방식(OEM)으로 간판 프로그램을 제작해 갖다 바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열린음악회>가 이 시점에 누군가를 기념하는 방송을 해야 했다면 그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병철씨가 아니라 서거 100주기를 맞은 안중근 의사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노조는 "4월 4일로 예정된 '이병철 기념' <열린음악회> 편성은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며 김인규 사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가 방영금지가처분신청 하겠다고 하니까 이병철 관련 장면과 멘트 빼고 방영하겠다면서 녹화현장은 몰라도 방송은 이병철 100주년과 무관하다네요"라며 "정신 나간 KBS에 정신이 열린 음악회"라고 지적했다.
KBS "현장과 방송은 전혀 달라"... 신세계 "지역 정서 반영"
이에 대해 KBS 측은 "현장과 방송될 내용은 전혀 다르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는 4월 4일로 예정된 방송도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음악회를 현장에서 직접 지휘한 권영태 책임프로듀서(CP)는 "(열린음악회가) 지역이나 기업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100번도 넘게 있었지만 방송에서는 다 걸러진다"고 해명했다. 또 "현장에서는 정치인이나 기업인 같은 VIP가 있으면 소개도 하고 홍보도 하지만 방송에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KBS 홍보실 관계자도 "신세계에서 협찬을 했는데 협찬 업체가 만든 초청장이나 안내책자 문구 하나까지 간섭할 수는 없다"며 누리꾼들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KBS가 아닌 신세계 쪽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되지도 않았는데 논란이 된다는 것이 황당하다"며 "방송에 부적절한 것이 있다면 방송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특정인(이병철)을 홍보하는 내용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며 "우리는 방송에만 신경쓸 뿐, 방송과 현장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센텀시티점이 개점 1주년을 맞이해 프로모션 차원으로 기획됐고 신세계만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부산시 등 지자체와 지역 여러 단체가 함께 결정한 것"이라 설명했다. 또 '이병철 100주년'이란 주제에 대해 "지역에 정서적 공감이 있다"며 이 "역시 지역사회와 논의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회 과정에 '신세계'라는 회사 명칭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현장에서도 초대장이나 안내책자 사진 말고는 별다른 것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