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과 서울시 노동조합들로 구성된 ‘진보서울연석회의’는 6일, “서울지역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연석회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의 선거강령 합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노력과 이를 위한 세부논의를 진행키로 하고 1차로 두 명의 노동자 후보를 1차 공동후보로 발표했다.
공동선거강령 작성 합의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지역 진보진영의 진보정치 가치,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대단결과 진보후보 단일화를 이루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는 치명적인 패배를 안기고, 진보진영은 정치적 약진을 이루어 내기 위해 뜻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석회의에 참여한 진보3당과 노조의 정책담당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공동의 선거강령 논의를 위한 실무 협의팀을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가지는 등 후속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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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3당 서울시당과 서울지역 노동조합들이 공동선거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손기영 기자) |
진보신당 신언직 서울시당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3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논의 끝에 노동자 후보를 발표하게 돼 뜻 깊다”며 “진보진영이 힘을 모으고 대단결하는데 작지만 의미있는 합의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김종민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장 역시 “여러 지역에서 선거연합과 관련된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에서 진보진영이 공동 대응을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이후 진보정치 대통합과 진보대단결을 위해 국민에게 희망을 안기는 방식으로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 진보연합 이뤄내
장시정 사회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오늘의 합의 발표는 작은 시작”이라며 “진보정치세력이 진보를 재구성하고 한국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서 적절한 시대적 대안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의문 발표를 계기로 연대의 힘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을 위해 시대대안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형식과 내용 차원에서 실질적인 진보연합을 이뤄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지역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는 서울지역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나서 진보양당의 후보단일화를 이끌어 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류하선 도시철도노조 대협실장은 “도시철도노조의 경우 서울시장이 사장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시철도노조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며 “도시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공공운수연맹이 모여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후보단일화와 공동강령까지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강호원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회공공성 위원장과 허섭 전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을 진보진영의 공동 후보로 결정한 점은 적지 않은 성과로 보인다. 선거연합을 통해 진보진영 단일후보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강 후보는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서울시의원 노원4선거구에 출마하고 허 후보는 진보신당 소속으로 서울시의원 노원6선거구에 출마한다.
진보3당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서울지역 노동조합들은 추후에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진보진영 단일 후보를 추가로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통합 사전 약속, 민노 고집 안해
이와 함께 이번 합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민주노동당 측이 주장하고 있는 ‘통합’과 관련된 내용이 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당대회를 통해 “통합에 기초한 진보진영 연대”에 나선다고 결정을 내린 바 있고, 당 내 지도부는 “선거에 앞서 통합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민주노총도 지난 3월 24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진보통합 서약서'를 써야 민주노총 후보 또는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선택할 것이라는 정치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이번 단일 후보 결정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사실상 ‘통합’과 관련된 문구를 고집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진보 3당이 선거연합에 이견은 없었지만, 원칙과 조건의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며 “특히 민주노동당의 경우 ‘통합선언’을 전제해 다소 어려움이 있었는데, 강기갑 노회찬 대표가 진보진영 대단결을 합의하면서, 우리도 몇 가지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종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진보신당, 사회당 모두 진보진영 단결과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해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당이 합의할 수 있는 단결의 수준으로, 공동대응을 하자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진영 대통합의 문구가 명확히 들어가 있지 않아 당 내에서도 문제 제기와 고민이 있지만 진보진영 통합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과 선거에서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통합을 위한 신뢰가 쌓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4+5 합의틀을 주장하면서 현실적으로는 4+4 협상 구도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서울에서 3+1(3당과 노동조합)이라는 형식 전환이 당내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날 일정상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은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서울시당 위원장)는 이와 관련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부분들은 ‘5+4협상회의’의 틀에서 풀어야 한다”며 이번 합의는 "진보진영이 앞장서 이명박 심판에 적극 나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진보대연합 보다 반MB연대에 방점을 찍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면 진보신당 신언직 위원장은 “반MB연대는 추후 상황과 조건에 따라 검토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진보연대를 중심축으로 인정하되, 반MB연대는 가능한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로 놓겠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