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취득세 감면분 보전, 근본해법 아니다

by 서울시당 posted Apr 2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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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감면분 보전, 근본해법 아니다”
2011-04-12 오후 1:08:15 게재


서울시 "정부방침 수용"에 자치구들 반발

진보신당 "오세훈, 관선 단체장 구습 답습" 

취득세를 추가감면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강력히 반발해오던 서울시가 '정부방침 수용'으로 급선회하자 자치구들이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오세훈 시장이 지방자치를 이끄는 민선시장이 아니라 관선시장으로 전락했다고 꼬집는다.

서울시는 11일 대변인 기자회견을 통해 10일 당정청 9인 회동에서 부동산경기부양을 위해 취득세 추가감면을 요구한 정부방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종현 대변인은 "정부가 기존에는 세금이 감면되면 거래량이 늘어나는 만큼 그 비율을 고려해 보전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취득세 감면분 전액을 보전해주기로 함에 따라 정부 방침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득세 문제로 주택거래가 위축되는 등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대승적 차원'에서 한발 물러섰음을 시사했다. 

◆서울시 "대승적 차원에서…" = 당정청 합의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시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면 공적자금기금에서 이자비용까지 포함해 전액 인수하게 된다. 올해 세수 부족분은 지방정부에서 지방채를 발행, 정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내년 예산으로 지방채를 상환하는 형태다. 이 같은 계산에 따르면 서울시가 보전받는 금액은 7000억원 가량. 당초 취득세 감면에 따른 추산 손실액 6048억원보다 1000억원 가량 많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방재정에 대한 논의 없이 정부입장을 받아들였다는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 관계자는 "기초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인하조치에 합의했다"고 지적한 뒤 "지방채를 중앙에서 사주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당정청 협의내용 철회를 주장했다. 

'돈 줄을 쥐고 있는' 서울시를 의식, 평소 의견표명을 않던 개별 자치구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충실 동작구청장은 "취득세 감면이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할지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이 취득세 추가감면에 합의한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치구의 부족한 재정을 채워주는 중요한 재원인데 아무런 협의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추가감면하면 상대적으로 고가주택이 많은 지역이 혜택을 보게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김기동 광진구청장도 "지방채 발행이 아니라 국고에서 상반기에 100% 보전하고 이후 법 개정을 통해 지방세와 국세 재원배분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구도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 수용하기 매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수감소분 보전이 당장 해결책은 될 수 있더라도 지방재정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노원구 역시 "취득세 감면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구 관계자는 "양도세 등 다른 세원이 있는데 굳이 지방채를 발행하고 이를 정부에서 인수하면서까지 지방세를 감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실질적 보전여부 불투명" = 자치구들은 실질적인 세수감소분 보전방안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했다. 구청장협의회 관계자는 "지방채 발행분과 이자를 광역에서 받아 기초에 주는 방법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며 "광역 지자체 결정에 따르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실질적인 보전여부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동북권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치구와는 구체적으로 얘기된 것도 없고 서울시 입장을 발표한 뒤에도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며 "지방채를 전액 서울시에서 발행해 자치구 세수감소분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냐"고 되물었다. 서남권 자치구 관계자도 "보전금액에 대한 얘기만 됐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보전해주는지, 정말 보전을 해줄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관선 지방자치단체장의 구습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11일과 12일 연일 논평을 내고 "자주재원인 지방세를 포기하고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서 지방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선지방단체의 구습"이라며 "오세훈 시장이 관선 시장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당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은 단순히 지방재정 손실문제가 아니라 지방재정의 독립성·자주성과 연관되는 문제"라며 "오세훈 시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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