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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도 망치지 못한 '아주 특별한 외박'

[비정규직 절망 공장, 희망 심기 <1>] 동희오토 노동자들

기사입력 2010-08-11 오전 8:22:22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특별한 외박이 진행됐다. 진보신당 당원과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에서 함께하는 노숙 체험이다. 이름 하야 '1박 2일 외박 DAY'. 초저녁부터 삼삼오오 모여들던 사람들이 자정이 가까워지자 서른 명을 훌쩍 넘어섰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예고돼 있던 밤에 그렇게 모인 이들은 누구하나 더위에 불평하지 않았다. 웃고 떠들다가도 진지한 고민들을 나누는 가운데 밤은 점점 깊어갔다.

간접고용 문제는 우리 모두의 과제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담당 국장은 당에서 기획하여 조직된 연대가 아니라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만들어낸 '특별한 외박'이라고 이야기했다. "강남, 서초 당원들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양재동 투쟁 현장을 지나가다가 연대하면서 시작된 거죠."

진보신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동희오토 현장 소식과 연대 방법에 대한 논의들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동희오토 조합원들과 대화를 하면서 100% 비정규직 공장이라는 실험적 모델에 대해 사회구조적인 면에서 많은 인식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동희오토 조합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발해야 할 시기가 온 것 아니냐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이번 특별한 외박은 서울, 인천, 경기지역뿐만 아니라 전북당협에서도 함께했다. 정 국장은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신 것에 대해 감동을 받았다.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자리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면서 "그동안 동희오토 투쟁에 지속적으로 연대하긴 했었지만 새벽에 함께 깨어난 것은 처음이었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이 당원들을 많이 챙겨줬고, 이들과 함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었다"고 그날의 소회를 밝혔다.

부천당협의 강현구 당원은 "고3 때 입당했는데 투쟁에 결합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동희오토 투쟁현장에 연대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문제가 내 친척, 내 가족의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멀기만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동희오토 해고노동자들의 승리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라며 1박 2일 노숙농성에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건물 옆에는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이 있다. 한 진보신당 당원은 동희오토에 연대를 갔다가 하나로마트 파견직 간접고용 여성노동자들을 보면서 간접고용 문제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현재 진보신당 내에서 동희오토 투쟁에 자발적 참여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 국장은 이번 현대자동차 대법원 판결(현대차 생산라인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회사인 현대차에서 직접 고용한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최병승 동지뿐 아니라 수년에 걸쳐 이루어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들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라고 당의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는 "실질적으로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현대 대공장들의 사내하청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될 수 있도록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많은 부분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업종의 사내하청문제, 청소년 노동자들의 문제 등 한국사회의 다양한 간접고용 문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해서 좀 더 의미있는 대안들을 제시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당 차원에서 비정규운동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하반기 당이 추진할 전당적인 대국민 정치활동으로 '비정규직 확산저지와 노동자 권리찾기'를 채택하려 논의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특수고용 산재보험 전면적용 추진'과 동희오토 등의 간접고용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중이라고 답했다. 100% 비정규직 공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에 답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누구를 위한 공사인가

"물대포를 쏘거나 모래를 뿌리거나 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아침에 엄청난 소음으로 괴롭혀서 놀랐어요. 청소하는 척 하면서 엄청난 소음이 나는 도구를 조합원들 머리 위로 갖다 대더라고요. 그건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에요. 지금도 귓가에 그 소리가 맴도는 것 같아요."

정 국장의 말처럼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은 늘 작은 전쟁 중이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에게 가하는 사측 용역경비들의 탄압 정도는 이미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진보신당 게시판에 오르고 있는 현장 탄압의 모습들은 연대의 여론을 굳히고 있다.

"비인간적인 사측의 탄압에 대해 분개했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당원들 각자의 느낌들이 이런 자리를 만든 것 같다." 서초당협의 한 당원은 조합원들이 탄압받는 현장을 목격하고 이렇게 적었다.

한편 8월 9일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는 난데없는 대공사가 펼쳐졌다. 이름하야 '인도에 잔디깔기'. 본사 쪽으로 파헤쳐진 부분은 보도블록 재공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인도 위에 잔디를 깔기 위해 나머지 보도블록마저 다 들어내는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좁은 인도는 양쪽으로 쳐진 노란 바리케이트로 대부분이 침범당한 상태이다. 자그마한 돗자리에도 통행에 방해가 된다며 항의하던 현대-기아자동차 측이 이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현재까지도 현대-기아자동차 사측에 고용된 용역경비들이 바리케이트 옆을 지키고 있다.

꺾여버린 하청노동자의 목소리

하루 전인 8월 8일 오후 2시 50분경 현대-기아자동차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던 조합원들의 농성장이 사측의 용역경비들에 의해 침탈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용역경비들은 농성장 자리에 집회신고를 내고 농성장을 철수하지 않으면 집회 방해로 신고하겠다며 조합원들을 협박했다. 용역경비들은 무단으로 현대제철 조합원들의 농성장과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의 농성장을 모두 철거하고 조합원들을 도로 밖으로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3명이 서초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연행의 근거는 '불법집회'였지만 조합원들은 집회를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농성장이 침탈, 철거당한 후 피켓이나 현수막 없이 현대-기아자동차 표지석 앞에 연좌하고 있었을 뿐인데도 연행당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연행이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부지회장은 경찰의 이와 같은 부당한 행위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갑자기 농성장을 침탈하여 농성장 집기들을 다 가져가버렸다. 교섭하자고 공문 보내놓고 이게 무슨 경우냐"라며 사측의 대응에 항의했다. 현재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는 8월 11일 하청업체와 교섭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경찰이 조합원들을 연행해 간 근거는 불법집회 및 해산명령 불이행이다. 불법집회의 근거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항의에 "불법집회냐 아니냐는 판사가 판결할 문제다. 우리는 집회방해 신고로 해산명령을 할 뿐이고 그에 대해 불이행하므로 연행한다."고만 밝혔다.

"불법집회의 근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농성장을 철거하고 조합원들을 연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청우 조합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김주원 조합원은 몸자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연좌해있다는 이유만으로 연행되었다. 8월 9일 오전 1인 시위도 경찰에 의해 저지되었다. 근거를 물으며 항의하는 조합원들에게 경찰은 "1인 시위 역시 집회의 연장이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의 농성장은 길 건너 코트라 앞으로 옮겨져 있는 상태다.

김주원 조합원은 8월 9일 면회 자리에서 "연대동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농성장을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간절한 당부를 전했다. 양재동 본사 건너편 코트라 앞에서는 8월 8일 저녁 8시부터 농성장 침탈 및 불법연행을 규탄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지회는 이후 사측의 탄압을 규탄하는 문화제를 계속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

특별한 1박 2일 내내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과 진보신당 당원들은 노래 공연과 퀴즈쇼, 토크쇼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밤을 지샜다. 갑작스런 소나기도, 축축해져버린 돗자리도 그들의 특별한 외박을 망치지는 못했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부대낄수록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는 신뢰가 깃들기 시작했다. 어려움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연대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의 다른 말이다.

"용역경비들의 욕설과 비인간적인 행동들에 분노했습니다. 아직 학생이라 도울 수 있는 일이 많진 않겠지만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다해 동지들과 연대하고 싶습니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에게 전하는 강현구 당원의 진정어린 메시지다.

현재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에 하청업체의 교섭 공문이 기아-현대자동차 직원을 통해 전달된 상태다. 이번 교섭은 지난번 교섭제의와는 달리 노숙농성장을 철수해야 간담회에 응하겠다는 전제조건도 없었다. 현재 교섭일은 8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 교섭에서 요구할 것 역시 원직복직과 민주노조 인정입니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김주원 선전부장은 노조의 뜻이 확고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교섭이 잘 진행되어 복직이 되고 사측과 해결 접점을 찾게되면 적금도 붓고 부모님께 효도도 하면서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당연한 요구가 먼 소망이 되어있는 나라. 우리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이 나라에선 정녕 요원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 밤을 넘기고 나면 동희오토 조합원들의 특별한 외박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script type="text/javascript"> document.onload = initFont(); </script>

/이혜정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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