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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도 용납 안 되는 MB시대
[광화문 스케치] 경비과장 “피켓 들고 의사표현 하니 불법이다”
2009년 08월 03일 (월) 17:13:53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서울 광화문광장. 개장 셋째날인 3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을 찾은 번잡한 인파 속에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문화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야4당이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도록 한 ‘광화문광장 조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기 때문이다.

11시 5분.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1차 경고를 시작했다. “여러분은 미신고 불법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1차 해산 명령입니다.”

   
  ▲ 시민사회단체와 야4당은 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광장 조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곽상아  

   
  ▲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50여명의 경찰들이 달려와 일렬로 늘어선 모습 ⓒ곽상아  

기자회견 개최를 준비하던 참석자들이 “기자회견이 왜 불법집회에 해당하나요? 아직 시작도 안했다구요” “기자회견은 집회 신고 사안이 아니에요”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통상적으로 기자회견은 ‘집회및시위에 관한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라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의 영역’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경비과장이 한마디 한다. “피켓을 들고 있는데 무슨 기자회견이에요?” 현행 집시법은 ‘시위’에 대해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날 기자회견이 ‘시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피켓’은 기자회견의 단골 소품일 뿐더러, ‘피켓’이 등장했다고 해서 기자회견이 ‘불법집회’로 규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들고 있는 피켓 ⓒ곽상아  
 
이윽고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종로경찰서 방면에서 방패든 경찰 50여명이 달려와 일렬로 늘어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보신당 정호진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광장이란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하는 곳임에도 서울시가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억압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광화문광장을) 반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시청광장(서울광장)과 마찬가지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시 15분. 2차 경고가 내려졌다. “여러분은 미신고 불법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즉각 해산해주시기 바랍니다” 또다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달려가 “불법이라고 규정한 근거가 무엇인가. 자의적 명령에 불과하다”며 항의하자 경비과장은 “플래카드·피켓이 등장했고, 의사표현하는 걸 보니까 집회가 맞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아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표현도 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되묻자 경비과장은 언짢은 기색으로 “기자회견 시작 전에 내가 분명히 (불법집회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왜 경고만 하면, 자꾸 쫓아와서 이러느냐(항의하느냐)”라고 말했다.

   
  ▲ 한 기자회견 참석자가 “기자회견이 왜 불법집회에 해당하느냐”라고 경찰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 ⓒ곽상아  

   
  ▲ 11시 18분, 지원병력 50여명이 추가로 광화문광장에 투입되는 모습. ⓒ곽상아  
 
11시 18분, 지원병력 50여명이 추가로 도착해 기자회견 장소를 둘러쌌다. ‘검거’가 임박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은 시위도 아닌데 집시법 위반이라며 경찰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광화문광장이 어떻게 사용될 지는 오늘 경찰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없는 광화문광장은 서울시의 정원일 뿐이다. 오늘부터 광화문광장을 되찾기 위한 활동을 개시할 것”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시,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청순위에 따라 허가하되 ‘국가 또는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 ‘공연 또는 전시회 등 문화예술행사’ ‘어린이·청소년 또는 여성 관련행사’를 우선하여 허가하도록 한 광화문광장 조례 제6조에 대해 “사실상 광장을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광장 사용이 허가된 이후에도 ‘국가 또는 서울시가 공익을 위해 광장 사용이 필요한 경우’ ‘시민의 안전확보 및 질서유지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서울시장이 사용자와 협의해 허가 사항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제8조와 ‘허가된 사용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그밖에 규칙으로 정하는 사용자의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서울시장이 허가를 취소하거나 사용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제9조에 대해서도 이들은 “기존의 서울광장 조례에 없던 내용”이라며 “서울시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사용허가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불법집회니 즉각 해산하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 ⓒ곽상아  
 
11시 25분, 3차 해산 명령이 내려졌다. “즉각 검거에 들어갈 테니 지금 즉시 해산해주십시오.” 경찰의 압박에도 규탄 발언은 이어졌다. “우리가 (시민들의) 통행에 지장을 줬느냐” “광화문광장은 겉보기엔 열려있으나 사실은 닫혀져 있다” “서울시가 차려놓은 밥상만 구경하라는 것인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등등.

   
  ▲ 기자회견 참석자가 연행되고 있는 모습 ⓒ곽상아  
 
   
  ▲ 사지가 들린 채 연행되고 있는 참여연대 박원석 사무처장. ⓒ곽상아  
 
11시 30분, 경찰이 “집시법에 따라 검거작전을 시행하겠습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기자와 시민들은 뒤로 물러나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평화적 기자회견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경찰은 기자회견 참석자 10명을 연행해갔다. ‘검거’가 시작된 지 5분여만에 상황이 종료된 셈이다. ‘광장 알레르기’에 걸린 정부 덕분에 시민들 표현의 자유는 퇴보하고, 공권력의 자유만이 거리낌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 검거가 끝난 이후 종로경찰서 방면으로 돌아가는 경찰들 ⓒ곽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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