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진보서울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노조 등이 구성한 ‘진보서울 만들기 노동모임(이하 노동모임)’은 22일 오후 3시부터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노동, 진보서울의 희망이 되다’란 제목의 첫 공식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진보서울 만들기 노동모임' 본격 활동
이날 토론회는 내용은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노동모임 중심의 ‘진보적 서울’을 구성하는 내용에 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날 초청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모임(사노준)이 중심이 된 ‘선거연대’에 관한 것이었다.
‘진보서울’을 대하는 노동과 정치의 인식차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국장은 이에 대해 “‘진보적 서울 만들기’가 연대-통합 얘기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다”며 “연대-통합으로 진보적 서울 만들기가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진보서울의 내용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
|
|
▲'노동, 진보서울의 희망이 되다'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
노동모임은 이날 발제를 통해 향후 진보서울을 만들기 위해 ‘진보서울 프로젝트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이와 함께 진보대연합을 위한 ‘진보시장 만들기 공동테이블’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오세훈식의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을 넘어 우리들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반MB가 아닌 반신자유주의 대안서울을 제기하고 투쟁해야 하며, 대중주체의 정치운동을 통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0년 정세에 주동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내년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공동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이중 진보시장과 진보교육감을 동시에 조직해 대안서울-진보서울에 대한 고민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시장 만들기 공동테이블' 구성 추진
그는 이를 위해 “서울본부가 주도하고 노동모임이 주관하되 관련 단위(정당, 단체 등)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내년 1월~3월까지 진보시장 후보 공약을 구성해 각 정당에 수용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진보시장 만들기 공동테이블’을 구성해 “내년 3월 말 경까지 진보시장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이와 함께 “대지자체 공동투쟁을 조직”하고 “사업의 주체와 체계를 형성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동모임을 강화하는 한편, 간부수련회를 통해 노동모임의 내부를 결속하고 향후 진보서울 프로젝트 사업 진행을 위한 정치강사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 정당 토론자들도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연구소 구성은 기존 민주노동당에서도 추진했던 경험이 있다”며 “노조에서 축적된 정책역량, 연구역량을 모을 때 계급적이고 진보적인 서울 만들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했다. 그는 다만 “계획은 좋지만 실현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진보서울 만들기 프로젝트’는 예전에도 나온 이야기”라며 “이것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만들어가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진보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이런 모임들이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로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노준 김재광 서울지역 대표는 “서울이 정치-경제-사회 전반적인 집중도가 높아 지역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찾기 어렵다”며 “그와 같은 상황에서 서울이 가진 문제의 진보적 해법을 고민하는 것이라면 이 모임이 반갑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획이 ‘선거’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동력화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2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으로 발전해야
사회당 장시정 서울시당 위원장은 “반MB-반신자유주의의 대안연대를 만들기 위한 진보서울 프로젝트에 적극 동감한다”며 “진보서울 프로젝트가 구성이 되면, 신자유주의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 뭔지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연합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후보가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선거연합은 최근 양 당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통합’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상규 위원장은 “내가 독자후보론자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민주노동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진보대통합을 만들어 나간다 결의했고 서울시당 대의원대회에서도 ‘진보대통합을 추진한다’고 결정내린 바 있다”며 “진보대통합을 찬성하긴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이고 적극적인,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론으로 결정된 이상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대연합도 좋지만 이제는 한 몸이 되어 같이 해야 한다”며 “연석회의나 원탁회의가 아니라 ‘언제 같이 살 것이냐’의 차원으로 선거연합을 풀어나가야 하며, 그렇게 되면 노회찬 대표와 나는 당내 경선을 해야 하거나, 그게 안 되면 시민단체 후보까지 포함한 진보리그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언직 위원장은 “통합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흐름을 우선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기적으로 지방선거와 관련된 요구이며 중기적으로 선거연합을 통해 신뢰를 구축한 이후 일회적 후보단일화가 아닌 진보가 힘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전제되면 일이 어려워진다"
그는 이어 “선거연합과 통합은 분리할 수 없으나 이를 전제로 접근하면 어려워진다”며 “오히려 선거연합을 통해 신뢰 구축하고 그 이후 진보의 재구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어떻게든 2012년 대선까지는 결판을 내야 한다”며 “지금은 그 논의과정인데, 여기서 가장 뜨거운 주제를 전제해놓고 무엇을 하자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회당은 “기본소득 의제를 중심으로 확산해 나가려 한다”며 “선거연합과 연대 관련해서 사회당도 많이 열려 있다”고 말했고, 사노준은 “인물 중심의 선거연합은 잘된 예가 없다”며 “역량을 만들고 무엇을 중요한 의제로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찾은 최동준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현장의 단위노조에서는 한나라당의 대안으로 진보정당을 보지 않고 차선(민주당)을 선택한다”며 “조합원들에게 의지를 갖고 진보진영에게 표를 달라고 제시할 수 있는 근거와 희망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합’이 전제가 되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건 노동자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며 “15일 남양주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단일선대본’을 구성했는데, 이 지역 지구당 위원장들이 공교롭게도 노동자 출신 위원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정 수준의 정치적 선언을 전제로 하는 선거연합을 이루어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박승희 수석부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억 조직국장,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이 발제를 맡았고,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당 위원장, 진보신당 신언직 서울시당 위원장, 사회당 장시정 서울시당 위원장, 사노준 김재광 서울지역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