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경남도의원] 진주의료원 협상 타결에도 농성 풀지않는 이유
여영국 경남도의원은 진보신당 소속으로 경남도의회 내 야권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의 부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비록 폐기되었지만 4월18일 여-야 대표간 잠정합의안을 만들 당시 야권 협상단이었습니다.
현재 경남도의회 소속 야권 도의원들은 25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 강행처리를
대비해 도의회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시작한 경남도청 옥상 철탑농성이 시작한 지 8일만인 지난 23일 끝났다. 이날 윤한홍 경남도행정부지사,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명의로 합의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합의는 △진주의료원 폐업 1개월간 유보,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화 재개,
△철탑농성 해제 등 3개 항이 담겨 있다.
이번 합의는 4월 25일 전후로 예상된 폐업발표에 대한 압박감이 높아지고, 철탑 농성을 벌였던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의
건강이 악화되는 시점에서 도출됐다. 노동조합이 마음이 쫒기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경남도의회는 여전히 대치 상황이었다. 야권 도의원들의 원내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와 새누리당은 상임위에서 날치기 통과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개정안 처리문제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남도와 노조가 합의문을 만들었다.
경영부실이 '강성노조' 탓이라니
끝없이 대결로 치닫던 진주의료원 문제가 노-정간 합의를 통해 대화 국면을 형성하게 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환영할만하다. 그동안
'폐업을 전제로 한 대화'라는 입장만을 고수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태도가 변화된 것도 다행스럽다.
이제는 진정성이 문제다. 홍준표 도지사는 노동조합을 없애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적인 양 비춰지는 모습을 스스로 지워야한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협상테이블에 들어오기 전에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성 있는 대화로 정상화를 위한 대안모색이 가능하다.
대화에 앞서 홍준표 도지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강성노조'라는 잣대를 벗어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진주의료원 경영부실의 원인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사심 없이 따져보고 살펴야 한다. 그리고 나면 진짜 사태의 원인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관리감독 소홀했던 보건복지국
나는 최근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과 경상남도 보건복지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2006년∼2011년 사이 두 차례 진행된
진주의료원 종합감사 결과에 근거해보면, 이들은 진주의료원 경영진이 저지른 19건의 '업무상횡령', '배임행위'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감사결과만 보더라도 경영부실 원인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경영부실의 원인진단을 제대로 짚은 상태라면 정상화를 위한 대안도 제대로
나올 수 있다. '정상화의 길'과 '폐업∙해산의 길'은 사실에 근거한 판단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결국 홍준표 지사의 결단에 달려
있다.
그러나 솔직하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홍준표 지사는 2월 26일 폐업방침 발표이후 기습작전 펼치듯 노동조합을 범죄집단인 양
몰아세웠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입원환자들을 강제로 퇴원ㆍ전원조치했다.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노동조합 조직력 약화를 꾀해
왔다. 일절 대화도 없었다.
오로지 폐업을 위해 기차는 달려왔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대화 '코스프레' 끝에 폐업 강행할 가능성도
한 달간 폐업유보 하기로 한 협상타결 배경에 대해 우려스런 소문들이 들리는 이유기도 하다. 여러 소문 가운데 첫 번째는 이번 합의가 홍
지사에게 가장 큰 부담이었던 철탑 농성 해제를 위한 꼼수라는 것, 두 번째 민주개혁연대의 주민투표 추진에 대한 바람빼기 전술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소문은 진주의료원 폐업의 책임을 홍준표 지사와 경상남도가 피하기 위해, 경남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조례를 강행 처리하려는 전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들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도의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민주개혁연대 도의원들이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회의장을 봉쇄한 채 한 달 가까이 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 4월 18일 어렵게 마련된 여-야 대표간 잠정합의안을 거부한 것도 새누리당 의원들이었다. 이들의 거부로 잠정합의안은 사실상 백지화
됐다. 현재 경남도의회 여야 교섭단체 간에는 그 어떤 의견교환도 없다. 오직 4월 25일 새누리당의 태도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잘못하면 의회 내에서의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부디 이런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
독선적 태도로 의회마저 무시하는 홍준표 도지사에게 의회는 적어도 적극적 대화를 권고하고, 충분한 대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더불어
필요하다면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중재 노력도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경남도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한 발언을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다.
사실 제일 심각한 비극적 시나리오는 홍준표 지사가 한 달 동안 대화 흉내만 내다가 결국 폐업을 강행하는 경우다. 대화를 가장한 기간
동안 입원환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노조의 저항력을 완전히 와해시키 후 폐업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니,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경계심을 늦추기 어려서는 안 된다.
홍준표의 '선별 공공의료' 오세훈의 '선별 무상급식'
23일 홍준표 지사는 서민의료 정책을 발표했다. 공공의료를 차상위 계층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모든 34개 지방의료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강성노조 흔적이 없는지 살피고, 서민의료기관으로 전환을 검토하겠단다. 의료원 운영에 국비지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마치 대통령 후보의 정책 발표를 접하는 느낌이다. 민간병원에 비해 차별성도 없고, 경쟁력도 없는 공공의료기관을 특정계층을 위한 선별
의료기관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도 별로 없다.
전면 무상급식에 선별 무상급식으로 대응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보는 느낌이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주제넘은 홍준표 지사의
제안이지만 공공의료문제를 전면적으로 쟁점화 시킨 홍준표 지사에게 한편으로는 감사를 드려야 하나?
오세훈은 홍준표의 미래다
차제에 모두가 나서 공공의료 의제를 전국적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공공의료 후퇴 기도를 막아야 한다. 또 하나는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전국행동을 조직하여 공공의료 확대가 '대세'임을 확인시켜 나가야 한다.
부디 홍준표 도지사도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경남도민과 국민의 뜻에 따라주길 바란다. 오세훈 전 시장을 비롯해, 오만하고 독선적인
독재자의 말로는 늘 비참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비오는 봄날의 경남도의회 농성장의 밤은 기약도 없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