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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혁명의정치신문 R에 노동상담 사례 연재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안을 받은 직후 10분만에 뚝딱 10개의 소재를 정하여 이렇게 상담사례를 적겠다고 했으나 2주가 지나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니 조금씩 독촉의 강도가 세졌습니다.

 

제가 혼자서 쓰는 것 보다 노무사 당원, 노동상담을 하는 당원들이 돌아가면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섭외를 해야지, 찾아봐야지 하다가 계속 미루게 된 것입니다. 여러 노동상담 사례를 갖고 있는 당원들은 연락을 주십시오. 그리고 아직 제가 연락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서운해 하지 마시고 먼저 연락을 주십시오. 아직 아무에게도 연락을 못한 상태이며, 일단 제가 ‘연재를 시작하며’부터 적어 보고 출발을 알리려는 것입니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 총파업이 벌어졌을 때, 그 노동법이 무언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말로만 알았지 몸으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시 그 겨울방학 원래는 공장에서 일을 해 볼 생각이었는데, 파업의 불길이 쏫아 올라 공장일은 포기하고 파업현장으로 매일 나갔습니다.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제 철폐를 외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구호보다 노동자들이 세상을 멈출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2004년 상지대 경비, 청소노동자를 조직하여 노동조합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노동조합을 만드는데 일조하였습니다. 이후 노동법을 더 배워서 노동자를 위해서 쓰자고 맘을 먹고 공부를 하여 2006년에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 이후 노무사로 이주노동자 상담소, 거리상담소에 다니기도 하고, 상담전화, 온라인상담 등을 하고 직접 사건들을 여럿 하면서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접해왔습니다. 임금, 해고, 산재, 노동조합, 산업안전 등 다양한 곳에서의 문제들은 하나하나가 다 그 개인에게 중요한 문제였고, 저는 어떤 경중도 따질 수 없이, 모두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하고, 사건을 진행했지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누구나 가능한 사건은 맡기지 않고, 아무도 할 수 없는 사건도 맡을 수 없습니다. 애매하거나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것, 할 수 있을 듯 없을 듯 하는 사건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쉬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건의 수만큼 고민의 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갈 때도, 잠을 자다가 잠시 깼을 때도, 아이들과 놀 때도 문득문득 생각이나곤 합니다.


연재는 제가 직접 담당했던 사건을 중심으로 하나씩 적어보겠습니다. 과로사와 근골격계질환을 판정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점들, 경복궁 옆 화재사건을 담당하면서 느꼈던 점, 미등록이주노동자와 노동부에 출석조사 갔을 때 사용자가 신고를 하여 도망가는 것을 도왔던 기억, 매 맞으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기억이 납니다.


앞서 서두에서 밝혔듯이 여러 당원들과 함께 ‘노동상담사례’를 만들어가도록 해볼 생각이고, 저는 그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열심히 제 고민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겨서 고맙다고 얘기들은 사건도 하나하나씩 기억납니다. 당연히 이겼어야 하는데, 노동부 행정기관의 보수적인 행태 때문에 이기지 못한 억울한 것들도 기억이 납니다. 한 참 지나서 후회하는 사건들도 있어서 미안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했는가 스스로 물어보지만 답을 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스쳐 지나며, 기억하며 연재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우리 일하는 사람들이 당당히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이 연재가 조금의 도움이라도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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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31.


노동상담사례 연재를 시작하며

노무법인 삶 대표노무사 최승현


[ 최승현 (노동당 부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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