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다시쓰는 출마의 변
우리가 꿈꾸는 정치가 낡았을까요?
우리의 정치방식이 낡았을까요?
더 많은 인력과 재정만 확보되면, 제대로 된 진보정치를 펼칠 수 있다거나 무기력에 빠져 있는 당을 구해 낼 수 있다는 주장은 ‘진보정치가 처한 위기의 다른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경험적 해법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편적 해법입니다.
진보정당의 위기가 당 조직 크기의 작음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인력이 없고, 이를 운용할 재정이 없다는 것에서 만들어진 위기일까요? 지금보다 상근자가 더 많았던 진보정당 시절에도 진보세력의 쇠락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제 더 많은 상근활동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안 찾기를 잠시 멈추고,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답할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제대로 질문하기’가 필요합니다.
어떤 학자는, 정당이 대중과 유리돼 관료화된 국가기구의 일부가 되는 현상인 ‘정당의 국가화’, 정부가 대중의 의사보다는 자본의 이해를 더 중시하는 현상인 ‘정부의 기업화’, 산업화된 미디어가 대중의 공적 문제보다는 스스로 정치적 의제 설정을 독점하고 편향된 정치적 가치를 선전하는 기구로 변모하는 현상인 ‘미디어의 정당화’, 정치인들이 대중의 의사를 대표하기보다는 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선전하는 데 주력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상인 ‘정치인의 미디어화’를 탈정치의 정치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정당은 ‘사회적 참여와 사회운동을 향해 더 많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그 학자는 조언합니다.
당선된 정치인의 숫자와 지지율만이 그 정당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정치 말고, 당원들에게 당비 내는 것과 투표하는 것만을 요구하게 되는 정치 말고, ‘대중들이 힘을 갖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꿈꾸는 정치의 모습을 공유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정치를 꿈꾸는가?
우리가 꿈꾸던 정치는 낡았는가?
무엇을 바꿔야 우리가 꿈꾸는 정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동안 우리가 해온 정치방식의 어떤 부분이 실패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이런 물음들에 답해 가는 과정에서 진보정치 쇠락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직의 움직임’을 바꿔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정당은 대표가 책임정치라는 이름으로 운영해야 하며,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당을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왜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일까요?
대표와 상근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해온 지금까지의 진보정당들이 일정한 궤도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기력해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면서도,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지 못하는 것은 운동의 경험적 상식 때문입니다. 너무 당연해서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
당비 내는 당원들을 우리의 정치에 참여시킬 수 없으면서 당 밖 대중들을 어떻게 정치의 주체로 참여시킬 수 있을까요? 순차적인 과정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정치의 대리인으로서 활동가를 떠올리고 그 활동가의 정치와 속도에 맞춰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경쟁하는 정당들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길 희망하지만 재정이나 인력 면에서 따라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이런 경쟁방식이 지속가능할까요?
사람마다 배움의 속도와 참여의 정도는 다릅니다. 의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당원과 가끔씩 기여할 수 있는 당원 모두가 당의 성장에 기여 가능한 방식으로 당 운영을 바꿔야 합니다. 효율과 속도를 중시해온 지금까지의 정당과는 다른 움직임으로 조직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당원들의 삶의 속도’로도 당에 기여할 수 있는 여백과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2.
현실에서의 정치는 지리적, 세대적, 문화적 제약을 초월하여 의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는 자발적 지지로 작동하는 장치 같은 것이어서, 자발적 참여일 때에만 소속감을 느끼고 정치에 참여합니다. 지역정치라는 이름으로 고착화된 조직편제를 넘어, 당원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의제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시키겠습니다. 그래서 지역을 넘어선 기획과 당을 넘어선 기획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3.
지금까지 우리의 결정은 무겁지 않았고 실행은 집요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대변하는 이미지도 의제도 없습니다. 정치를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이유입니다. 특히 집요한 실행은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는 힘입니다. 집요한 실행의 가능은 공유하고 공감하는 당원이 많아질 때 가능합니다. 집요한 물음과 실행으로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겠습니다.
만들고 싶었던 우리의 정치, 그 첫 마음을 다시 살립시다.
언제부터 진보정치가 고통 받는 대중들을 대리하여 정치하는 것이었을까요? 고통 받는 대중이 ‘힘을 갖게 하는 것’이 진보정치 아니었습니까? 우리의 곤궁한 처지를 한 번에 뒤바꿔줄 도깨비방망이나 키다리아저씨 같은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합시다. 지금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라는 사실과, 당원들이 우리 당을 선택했을 때 가졌을 첫 마음과, 당의 힘은 쌓여가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믿고, 행동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약]
다양한 형태(의제 및 주체) 당협 추진
우리는 사회운동의 대상과 주체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권, 문화/예술, 정보통신, 미디어, 언론, 장애인, 빈곤, 청소년, 동성애, 환경, 여성, 평화, 교육, 노동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에 주목하고 개입하는 당원들. 당의 지역 당협 의무편제와 부문위로의 활동 권장으로 다 담아낼 수 있을까요?
정치는 자발적 지지를 전제하는 것이기에, 당원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삶의 조건에서 당에 기여하는 활동이 가능하도록 열려있어야 합니다. 연구자 당협이나 헌법연구 당협, 지하철 1호선 이용자 당협, 경기도 연구 당협 등도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기준이야 필요하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당협을 추진하겠습니다. 운영방식은 당 부문위의 운영원리를 참고하여 설계하겠습니다.(재정포함)
당 활동 평가 측정 지표 재설정
1%대 득표, 측정도 안 되는 정당지지율, 감소하는 당원수와 당비. 현재까지 당을 평가하는 측정 지표들입니다. 이 측정지표에서는 가능성이라는 요소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문을 닫아야 하는 정당입니다. 이 시대 진보세력의 존재이유를 측정하는 지표가 이런 것들이어야만 할까요?
우리 당이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반자본주의 정당을 지향한다고 할 때, 그에 걸 맞는 측정 지표를 가져야 합니다. 기존의 당 평가 지표로 사용된 내용에 ‘당원의 사업제안건수와 당의 지원건수’ ‘자발적 모임 수와 활동건수’ ‘당 주요 사업에 당원들의 참여자수’ ‘정책 및 기타 토론회의 개최 횟수와 참여자수’ ‘정책수립과정에서 당원참여자 수’ ‘당의 대중(동맹군)과의 토론 및 경청건수’ ‘지역을 넘어선 사업 기획건수’ ‘당을 넘어선 기획건수’ 등을 추가로 넣어 당 활동 평가 측정 지표를 재설정하겠습니다.
정치기획 토론 및 의견 나눔 투어
당이 대중을 만나는 정치 사업은 집요한 실행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기획의 준비와 공유 정도가 더 중요합니다. 집행부가 제안하는 정치 사업을 추인하는 방식으로는 집행부만의 사업으로 남게 됩니다. 6개월간, 경기도 지역에 적합한 정치기획을 만들기 위한 당원 토론과 의견 나눔 투어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모인 의견으로 3분기 내에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도당의 정치기획을 확정하겠습니다.
그동안 진행해온 방사능안전급식조례, 생활임금조례, 노동시간단축 투쟁, 최저임금 투쟁 등의 활동 평가도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당의 대중(동맹군) 정하기와 백과사전 만들기
우리 당은 ‘우리의 대중(동맹군)’을 논의하여 명징하게 정한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상징적으로나마 공유하고 있는 ‘그 대중’에 대해 경쟁 세력보다 많이 알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정치는 분명하지 못하고 자주 길을 잃어 왔습니다.
당원들과 6개월간의 토론과 의견 나눔을 통해 ‘우리의 대중(동맹군)’을 정하고, 그 대중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데이터를 모아 백과사전을 만들겠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과사전을 이용해 정책연구에도 활용하고, 사업도 기획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년 1회 ‘당원자녀 대상’ 방학캠프 개최
당원 자녀들이 인권, 노동, 녹색, 소수자, 역사 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당의 시각에서 사회를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예비당원으로 만들자는 의도이기도 합니다. 또한 자녀를 캠프에 보내는 당원들끼리의 만남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당원들 간의 교류와 정치가 확장될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내용과 규모에 따라 인근 시도당과 연계하거나 타 정당과의 공동 개최도 고려하겠습니다.
권역별 운영위 개최 및 품앗이 연대 기획
당이 힘들어질수록 당협이라도 제대로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당협에만 몰입하게 됩니다. 그나마 이런 시도도 당원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당협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당원수가 적은 당협은 사고 당협을 면하는 정도로 자족할 뿐입니다. 인근 당협의 힘을 빌려 당원수가 적은 당협에서도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월 1회 진행되는 도당운영위원회를 반기에 1회로 축소하고, 1년간 권역별 운영위원회로 전환하여 개최하겠습니다. 권역별 운영위원회를 통해 인근 당협끼리 함께 사업을 기획하여 집행하는 경험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당 소식 및 정세 등을 소통하기 위한 웹진 발간
당의 사업과 방향을 당원들이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매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러한 노력은 미미해 보이지만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당협별로 이런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당협 현실에서 버거운 일입니다.
분기 1회 도당 웹진을 만들어, 당 소식과 정세, 당의 정치적 활동 방향 등에 대해 당원들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