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책임회피에만 골몰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 권력에 안주하고 자정 능력을 상실한 기득권 적폐일 뿐
양승태 대법원장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끝내 거부했다. 양 대법원장은 어제(28일) 법원 내부 통신망과 전국 법관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국 법관대표회의가 요구한 사항 중에 법관대표회의 상설화는 수용하고, 추가조사는 거부했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 4월 진상조사위원회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자율적인 조사과정을 거쳐서 이미 결론을 내렸다”라며 더 이상의 추가조사를 거부했다. 이모 판사에 대한 의혹투성이의 인사발령에 양승태 대법원장 자신이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는지, 그리고 블랙리스트가 들어 있는 것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의 컴퓨터에 대한 조사도 없이 흐지부지 끝난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를 그대로 믿으라는 것이다. 전국 법관대표자회의 상설화라는 양보도 기존의 법관대표회의를 정례화한 것에 불과하다. 일선 판사들의 개혁 요구를 쥐꼬리만 한 양보로 무마시키며, 며칠 안 남은 퇴임 때까지 눈치를 보며 버티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6차 사법파동이라고 할 이번 사태의 계기를 제공한 핵심 의혹에 대해서 양 대법원장이 끝까지 진실규명을 회피하고 있다. 사법부의 자정 능력에 대한 신뢰가 더욱 추락하는 순간이며, 이제 사법부 스스로에 의한 사법개혁은 며칠 후 개최가 예정된 법관대표자회의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재발방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기회에 사법개혁을 위한 실마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마저 실패한다면, 외부로부터 개혁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정치권에서 국정 조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로서는 원치 않는 일이겠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이 자초한 일이다.
헌법상 대법원장에 부여된 권력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원칙은 사법부 종사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권력의 주인이며, 모든 권력의 존재 이유인 국민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권력에 취해 안주하고, 자정 능력을 상실한 사법부는 개혁대상에 불과하다.
(2017.6.29.목,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