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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목적이 뭔가요?” “당연히 권력을 잡는 것이지요.”

당원이 되면서 자연스레 듣는 문답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당의 목적은 집권이라고 배웠다. 좀 더 배웠다 하더라도 이 문답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필자 /  경기도당 공동대표 김형탁

필자 / 경기도당 공동대표 김형탁

그러나 이 문답을 조금 더 뜯어보면 함정이 있다.

첫째, 이 문답에서 말하는 목적의 주체는 정당이다. 목적의 주체를 정당으로 했기에 이 질문은 뻔한 대답을 유도하고 있으며, 사실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질문을 사람들은 왜 정당을 조직하는가로 해보면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바뀐 질문에 대한 대답은 권력을 잡기 위해서 정당이라는 형태의 조직이 필요하다 정도가 될 터이다. 그러면 권력을 잡는데 굳이 정당이라는 조직을 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노동조합이나 협동조합으로는 권력을 잡을 수 없는지, 아니면 광장에서 권력을 잡을 수는 없는지 고민할 수 있다. 정당이라는 조직을 통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리더라도 어떤 형태의 정당이어야 되는지에 대한 질문도 가능하다. 대중정당이 필요한지, 아니면 전위정당이 유리한지도 살필 수 있고, 계급정당이어야 할지 국민정당이어야 할지에 대한 판단도 가능하다. 이처럼 정당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식으로 질문한다는 것은 사실 기존의 질서를 긍정하고, 그 질서 속에서 정당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이야기할 뿐이다.

두 번째, 권력을 잡는다는 답변도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먼저 권력이 무엇이냐는 의문이다. 권력은 대통령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회의원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대통령중심제이니까 통상 대통령이 되면 권력을 잡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면 권력을 잡는 것이라고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오히려 권력을 헤게모니라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 결국 이 대답도 역시 기존 질서를 그대로 긍정하고, 그 질서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말할 뿐이다.

진보신당은 이 뻔한 문답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정당정치의 질서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하긴 정당정치 자체가 실종된 한국 정치의 현실에서는 정당정치를 올바로 만들어 내는 것도 진보신당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이기는 하다), 그 질서에 순응하는 정당이 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장악해야 할 권력은 선거를 중심으로 한 제도적 권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자라는 말을 쓸 때 이는 선거에서 승리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의 상을 대중의 생활 속에서 실현시켜 내자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정당 자체도 새로운 사회의 이념이 통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아직 완성된 강령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창당할 때 합의한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가 실현되는 정당이어야 하며 이 가치들을 사회에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실천이 이루어져야 할 곳은 바로 지역이다.

진보신당의 지역활동이 주되게 선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정치적 행위를 하는 정당이 선거를 빼놓고 활동한다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당원들이 출마예상자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동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당원들이 더욱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은 자본주의적 생산과 유통을 벗어나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이고, 한국은행에서 찍은 화폐를 매개로 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노동을 교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고, 입시 사교육의 광풍에서 벗어나 대안의 교육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의제21, 마을 만들기가 관제화 되고 있을 때 이를 비판하고 주민들이 주체가 된 마을 만들기를 시도해 야 한다. 마을을 공부하고, 마을 규약을 만들 수도 있고 민회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다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 한 가지가 되더라도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이 시도가 현재의 자본주의적 질서를 뛰어넘는 것이라면 더욱 소중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지역에서 의미있는 실천을 하고자 하면 대단히 막연해 한다. 그리고 설령 의지가 있더라도 기업이라고 하는 조직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길이 없으므로 가끔씩 당원모임에 얼굴 한 번 비추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당비를 후원금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한국사회에서 진보정치의 성장을 가로막는 불행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 현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마을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하고, 지역에서 노는 재미를 붙여야 한다.

진보정당이 가난한 동네에서 오히려 표가 적게 받는다. 아파트단지에서 진보정당 표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오는 현상이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80년대를 살았던 중산층의 부채의식이 발동해서 그런가. 아니면 조금 여유있는 이들의 정치적 관심이 높고 가난한 이들은 정치적으로 의식이 떨어져서 그런가. 그런 설명에도 일정 부분의 진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정당이 아직 동네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진보정당은 받을 수 있는 표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진보신당의 성장가능성을 무한히 믿는다. 다만 00년 집권프로젝트, 이런 기획으로 우리의 성장을 설계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다는 우리가 어느 만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해갔으면 한다.

김형탁 / 경기도당 공동대표



* 이 글은 '진보신당 경기도당 소식지(준)'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http://newjinbo.net/webzin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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