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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쌍용차의 상황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2008년 11월, 2009년 4월 그리고 지금

 

 

어제도 또 혼자 잤습니다. 쌍용 파업 현장에서 어쩌다 보니 천막 한 동을 혼자 다 차지하고 잤습니다.

 이렇게 큰 평수를 나 혼자 먹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혼자 자려니 으스스 무섭기도 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지금 저는 천막 안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천막 바로 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노동자들이

아침 조회(?) 같은 걸 하나 봅니다. 발랄하고 어설프게 무슨 체조도 하고 농담도 하고 이런 구호도 외칩니다.

"동지들! 사랑한다. 총파업투쟁 승리하자!"

작년 11월, 쌍용 투쟁 현장에 처음 왔었습니다. 미행 팀 쫓아서요. 당시 출투 결합을 마치고 공장 앞
식당에서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음식도 맛있고 식당은 친절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니 더욱 좋았지요.

지난 4월, 저는 질주 팀을 따라 또 쌍용에 왔습니다.
출근 투쟁에 결합하고 지난 번에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었던

그 식당에 다시 갔지요. 4월의 아침은 아직 쌀쌀했습니다. 식당 바닥이 차가워 우리는 보일러를 좀 틀어달라고 했지요.

식당 측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몇 번 더 요청했지만 식당에서는

끝내 안 된다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좀 서운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지만
가슴 한켠이 아팠습니다. 반 년 사이, 쌍용 자동차 공장 앞에 위치한 식당이

손님을 위해 보일러도 틀지 못할 만큼 상황이 악화된 것입니다.

그날 오후, 우리는 쌍용 공장 안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이 하얀 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일 하고 계십니다. 쌍용 식당에서 몇 번 먹어봤지만 음식이 참 맛있었습니다.

2009년 5월, 식당이 폐쇄되어 거기에서 일 하시던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해고될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이 머리에 투쟁의 붉은 띠를 두른 채 요리를 하고 배식을 하고 설거지를 합니다.

배추김치, 낙지 젓갈, 조미 김, 어묵국, 오늘 아침 메뉴입니다. 확실히 아주머니들께서 하셨을 때 보다 맛이 없긴 합니다.

 내가 싫어하는 쇠고기 다시다를 잔뜩 쳐서 끓인 국이 아닐까. 배추김치도, 낙지 젓갈도, 거미줄 친 무허가 공장에서

사카린 같은 걸 넣어서 만든 걸 사온 건 아닐까.

끊임없는 의구심들이 저를 사로잡지만 머리에 띠 두르고 요리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맛있게 싹싹 비웠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머리를 깊이 조아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렇듯 쌍용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짐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렇게 맥없이, 억울하게 해고될 순 없다며 싸워보자고,

싸우겠다고, 공장을 가득 메운 노동자들을 보면 그냥 참 좋습니다. 끝까지, 끝까지, 빼앗긴 공장을 찾는 그날까지….

지금처럼, 처음처럼, 버티고 견뎌냈으면 합니다. 노동자들 당신들과 제가 함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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