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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몰아쳤던 뉴타운 개발의 광풍은 권력자들과 토건족들의 이익을 위해 서민들의 피와 눈물을 짜냈다. 노동당 당원들은 전국 각처에서 이 터무니없는 사업에 반대하며 서민들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위해 앞장서 싸웠다. 그중에서도 의정부 뉴타운 반대투쟁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뉴타운 계획 취소를 이끌어낸 목영대 위원장의 활동이 주목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2013년 11월 29일. 

11시부터 진행되는 해단식 준비를 위해 서둘러야 했다. 해단식에 활동보고를 할 동영상도 점검하고, 이진형 위원장님과 이의환 국장과 함께 행사 순서도 최종 검토해야 한다. 10시 경에 한두레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이 썰렁하다. 어제 있었던 뉴타운 재개발 반대 협의회 모임이 밤늦게 끝나는 통에 연탄난로의 불을 갈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옆집인 옷 수선가게에서 연탄불 한 장을 빌려와 난로를 피웠다. 그럭저럭 행사준비점검을 마치고 해단식 장소인 가능2동 노인회관으로 향했다.


멸치육수 냄새가 노인회관 앞 골목 한가득히 진동을 하고 있었다. 아침을 거른 배속이 구수한 육수냄새를 맡자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서둘러 노인회관을 들어서 2층으로 들어섰다. 잔치국수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의 손길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대형 들통에는 박스채 멸치가 들어가 끓고 있었다. 국수는 이진형 위원장님이 직접 만든 전통 손국수다. 어머님들은 홍어무침과 머리고기, 각종 과일 등을 다듬느라 분주했다. 이 음식들을 준비하기 위해 어제부터 애들을 쓰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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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가능2동 노인회관에서 열린 뉴타운 반대 주민대책위 해단식



음식준비를 하는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 내 손에 들려진 현수막을 걸기 위해서였다. 현수막을 펼쳐 걸었다. 글자들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이제 ‘행복한 마을 만들기’, 의정부 뉴타운 반대 주민대책위 해단식”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시에 떠올랐다. 그래, 이제야 말로, 정말 행복한 마을 만들기다. 뉴타운 투쟁을 마무리하고, 오늘 해단식을 끝으로. 새로운 시작이다. 행사장 전면에 현수막을 팽팽하게 걸어놓았다.


해단식 전날 몇몇 어르신들을 뵈러 돌아다녔다. 해단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참석을 부탁드리기 위해서였다. 가능3구역 대표를 하셨던 신순남 어머님과 함께 가능1동 경로당에 들렸다. 경로당에 계신 몇 분 어르신들께 해단식에 오십사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가고는 싶지만 걸어서 거기까지 가기가 어렵다고 하신다. 아차 싶었다. 어르신들의 건강이 3년 전 투쟁을 시작할 때와는 많이 달라졌던 것이다. 고마운 마음이 한량없는 한편 죄송한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경로당을 나와 근처에 사시는 김공호, 한경숙 어르신 댁에 들렀다. 김공호 어르신이 지난 추석 이후 병석에 누워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신순남 어머님과 아내를 동반하고 병문안을 하기로 했다. 2012년 총선 때, 김공호 어르신이 선거사무실을 찾아 오셨다. 내 후보 기호가 6번이라면서 6만원과 함께 정성이 가득 담긴 손편지를 동봉한 편지봉투를 전해주셨다. 파지를 줍던 손으로 건네주시던 그 봉투를 받으며 나와 선본식구들은 모두 울컥하고 말았었다.


그랬던 김공호 어르신이 예전의 강건한 모습은 간데없이 병석에 누워계시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리다. 선거 사무실에 와서 늘 궂은 일과 청소를 도맡아 해주셨던 한경숙 여사님도 남편의 병간호로 많이 수척해지셨다. 두 분은 내 손을 꼭 잡아주시며 병원에 검사하러 가야 해서 해단식에 참석하기 어렵다며 안타까워 하셨다. 두 분 뿐만이 아니라 많은 어르신들이 노환으로 편지 않으시다. 뉴타운 투쟁을 시작했을 때보다 많이 쇠하셨다. 70대 어르신들의 건강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해단식에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노인회관 안으로 한 분 두 분 들어오신다. 반가운 마음에 악수도 하고 얼싸안기도 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오랜만에 뵙는 주민들도 있고 최근까지 재판정에서 뵙던 분들도 있다. 모두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몸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난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해단식은 전문 사회자가 되어버린 이의환 국장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우선 해단식에 참석해주신 내외빈 소개가 있었다. 뉴타운 재판 자문변호사로 애썼으며 현재 경전철시민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훈 변호사, 의정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경호 회장, 노인정의 책임을 맡아 고생하시는 서기현 회장, 구리 뉴타운 대책위원회의 허연수 위원장, 남양주 이원주 총무, 안양 뉴타운 대책위원회의 김헌 위원장 등 각지에서 오신 분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의환 국장은 또 한 사람, 요새 뉴타운 투쟁을 기록하고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책으로 엮느라 힘을 쏟고 있는 아내 최혜영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노인회관 3층 강당은 150명이 넘는 주민으로 가득 찼다. 역전의 용사들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딱 그렇게 보였다.. 그동안 엄청난 힘을 보여준 이 주민들 앞에서 해단식 인사말을 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는지 잠깐 긴장이 되었다. 마이크를 잡고 주민들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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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필자, “이제는 행복한 마을을 가꿉시다!”



“해단식이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식상한 말이지만 그 이상의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지난 3년 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저나 여기 계신 여러분들 모두 그 3년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뉴타운 계획 취소를 이끌어낸 여러분들은 진정 대단한 분들입니다.”


회상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모두 알고 있으니까. 여기 모든 사람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으니까.


“그 투쟁의 성과를 모아 이제 우리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봅시다. 그간 우리의 투쟁이 내 집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면 궁극적인 목표는 내 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자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제 서로서로 동네에서 건강하게 관심 가져주며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 곳곳에서 연대하며 함께 행복한 마을을 가꾸어 갑시다.”


주민들이 박수로 화답해주었다. 내 인사말을 이어 금오지구 이진형 위원장이 인사를 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뉴타운 투쟁과정에서 우리를 얽어맸던 재판도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주민들이 모아주신 기금으로 벌금도 내고 뉴타운 투쟁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모두 모여 투쟁의 승리를 함께 축하하고 마무리하게 되어 기쁩니다. 참석하신 분들 모두 건강하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가능지고 이종환 위원장의 인사가 이어졌다.

“그동안 투쟁하신 분들, 구역장님들을 한 분 한 분 불러보겠습니다. 이분들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종환 위원장은 가능동 구역장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고 주민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구역장들의 소개와 인사가 끝난 후 이종환 위원장은 감사의 말씀으로 마무리를 했다.

“시장면담 16번, 억수 같은 빗속에서, 매서운 추위 속에서, 또 뜨거운 땡볕에서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각 지구 위원장들의 인사말씀을 듣는 동안 바로 한 달 전 있었던 선고공판이 생각났다. 10월 31일, 녹양동 의정부 지방법원에서는 시청점거 뉴타운 반대농성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앞서 최종변론을 했던 바로 그 재판이었다. 법원으로 향하는 길가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이었다. 법원 앞 공영주차장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다.



“우리가 승리했다!”


사건을 맡아 변론을 담당하던 김성훈 변호사 사무실로 올라갔다. 가볍게 차 한 잔을 마시고 함께 법원으로 행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네 주민들이 법원 앞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고일이라 그런지 꽤 많은 주민들이 와 주셨다. 대략 30명 쯤 되는 듯하다. 모두들 반갑게 맞아주신다. 결심공판 때와는 달리 재판받고 있는 분들이 모두 출석했다. 오늘 이 지긋지긋한 재판이 끝난다고 여겨서인지 먼저 자리를 잡은 어르신들과 조금 늦게 도착한 어르신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결 가벼운 표정들이다. 그런데 법정 뒤편에 청원경찰들이 늘어서 있었다. 낯설었다. 그동안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재판이 시작되고 우리 7명은 법대 앞으로 나와 섰다. 간단히 판결문에 대한 안내를 마친 판사는 나를 비롯한 피고인 7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선고를 내렸다.


“피고인 김옥강씨가 김동수(뉴타운과 계장)의 멱살은 잡았으나 7~8미터 끌고 가지 않았다고 한 것, 박준호씨가 김동수의 낭심을 잡고 패트병으로 얼굴을 때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 윤순조씨와 이동순씨가 밀가루는 던졌으나 계란을 던지지는 않았다고 한 것, 목영대, 장경태, 김순례씨는 3월 30일과 4월 1일에 경찰과 시청으로부터 퇴거명령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모두 동영상이나 사진체증, 그동안의 증언 등을 통해 피고인들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이러난 경위와 의정부시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감안해 벌금을 감액합니다. 목영대 150만원, 장경태 50만원, 김순례 50만원, 이동순 70만원, 윤순조 70만원, 박준호 100만원, 김옥강 70만원으로 감액합니다.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으로 대신합니다.”


판결문 낭독이 있은 후 재판정에는 망치소리가 세 번 울려 퍼졌다. 선고는 단 5분만에 끝났다. 우리는 우르르 법정에서 몰려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가능 8구역 박명래 여사가 “어이구, 지들 유리한 건 다 사진 찍어서 냈구먼.”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자 가능4구역 김유부씨가 “아 좋아, 다 가서 노역으로 대신해! 150명이 가서 하루만 일하면 되겠네.”라고 호기 있게 소리쳤다. 그러자 금의지구 이진형 위원장이 “좋아, 좋아. 우리 다 같이 가는 거야!”라며 맞장구를 치신다. 금의3구역 팽동진 대표는 “그래, 시청 가서 안 시장 이빨도 닦아 드리고 세수도 시켜 드리면 좋겠네, 봉사활동으로. 허허”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대책위 구역장 중에 가장 젊은 가능2구역 이병구 대표는 “지난번 경기도청 앞 집시법 선고건도 사회봉사로 대신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하지. 내가 점심값은 지원해줄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민들은 웅성웅성 한마디씩을 하며 법원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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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이후 재판정에서 우루루 몰려 나와 잠시 환담을 나누며



나는 주민들에게 법원 정문 앞에 모두 잠깐 모여주십사 하고 부탁을 했다. 늘 해오던 대로 모두 둥그렇게 모여 간단하게 약식모임을 가졌다. 가능3구역 신순남 여사가 한마디 하신다.

“아 뭐 벌금은 낼망정 모두 반가워. 오랜만이야. 하하하”


주민들이 모두 모인 후 그동안 재판을 받느라고 고생하신 6명을 앞으로 모시고 한마디씩 소회를 밝히시라고 했다.

“내 평생 법원에 오는 것도 처음이고 벌금 맞기도 첨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이제 끝이 나서 속이 시원해.”

재판 당사자들이 한마디씩 이야기를 마친 후, 나는 모두 애쓰셨다고 치사하고 함께 박수를 쳤다.


그동안 투쟁을 이끌었던 금의지구 이진형 위원장에게 인사말을 권했다.

“저는 시청농성 당일 그곳에 없어서 저만 재판에 쏙 빠진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동안 미안했던 속내를 처음으로 내비치는 이진형 위원장이었다.


다음으로 이의환 정책국장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어쨌든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을 우리의 투쟁으로 막아낸 것입니다. 벌금이 감액된 것도 나름 큰 성과입니다. 여러분 모두 훈장을 받으실 일을 하셨습니다. 뉴타운을 막아내셨으니까요.”


마지막에는 내가 소회를 밝혔다.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투쟁은 승리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의정부에는 13개 재개발 구역과 1개 재건축 구역이 남아 있습니다. 관심 갖고 연대합시다. 필요할 때 지원하고요. 1심은 끝났지만 이후 대책은 모여서 서로 의논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뒤 구석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계신 가능8구역 김재환 고문님을 모셨다. 8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집회 때마다 늘 피켓을 들고 앞장서서 싸웠던 분이다. 우리가 힘들고 지쳤을 때 늘 열정적으로 투쟁의 의지를 불어넣어주신 분이기도 하다. 지난 3년 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손을 맞잡고 둥글게 자리를 잡았다. 김재환 고문님이 선창을 하고 거기에 맞춰 우리 모두는 손을 높이 올리며 만세 삼창을 했다.“우리가 승리했다! 우리가 승리했다! 우리가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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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를 마치고 법원 밖에서 서로 마무리 인사를 나누는 주민들



평생 동안 잊지 못할 3년


사실 1심 선고 이후의 대책이라는 것이 별다르게 나오지 않았다. 공판이 끝나고 대책위 간부들과 구역장들이 모여 논의를 했지만 항소를 하지는 않기로 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3년이나 끌어왔던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지 못한 것은 모두에게 아쉬움이었다. 벌금이 줄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답답한 심정을 가시게 하지 못했다. ‘결국 이대로 재판 결과에 승복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꽤나 속이 상했다. 하지만 주민대표 대다수는 항소를 하기 보다는 여기서 매듭짓기를 원했다. 


항소를 하더라도 무죄판결을 받아낸다는 보장이 없었고, 더 이상의 벌금 감액 역시 쉬워 보이지 않았다. 또한 변호사 비용에 대한 부담과 실익을 장담할 수 없는 재판을 앞으로 몇 년이나 지속해야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컸다. 싸움이 마무리된 마당에 앞으로 주민들에게 더 이상의 재판비용 등을 모금하기 힘들다는 판단도 있었다. 몇 분은 그래도 항소를 해야 우리 모임이 유지될 수 있고, 그래야 혹시라도 갑자기 재개발이 들이닥치면 거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선은 재판을 받았던 사람들이 중심이 된 이 모임을 친목모임 정도로 유지하면서 이후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로 결론을 모았다.


벌금은 그동안 주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준비해둔 비용으로 해결하기로 결의한 바가 있어 주민대책위에서 일괄 납부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하고 남은 비용으로 조촐하게 국수잔치라도 열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이 해단식이 치러지게 되었다. 선고를 받던 순간과 대책을 논의하던 과정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해단식의 순서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 순서는 감사패 전달식이었다. 지난 뉴타운 투쟁과정에서 가장 고마운 분이 누군지 대책위에서 의논을 했었다. 그 결과 설명회와 교육장소로 교회를 무료로 빌려주시며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의정부 교회 김준호 목사님이 단연 1순위로 뽑혔다. 대책위에서는 조촐하게나마 김 목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당일에 목사님이 참석을 하지 못하여 의정부 교회 집사로 계신 가능9구역 대표인 박준호 어르신이 대신 감사패를 받았다.


이어서 그동안의 활동이 담긴 동영상으로 투쟁보고를 진행했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집회와 서명운동, 기자회견, 항의방문, 면담, 농성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각종 투쟁사진들이 힘찬 배경음악에 맞춰 지나간다. 그 몇 년 간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함께 흘러갔다. 그 안에 집을 지키기 위해 울부짖으며 투쟁해온 사람들이 있었다. 평균연령 70세. 평생 내 집 하나 가지는 것이 절박한 소망이었던 사람들. 그들이 거리에서 보낸 3년이었다. 내가 그들과 함께 거리를 뛰어다닌 3년이었다. 그 투쟁과정들은 아마도 평생토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을 감회에 젖게 만들면서 동영상은 끝이 났다.


마무리 인사로 두 분을 소개했다. 정영섭, 김상섭 두 고문님들이었다. 투쟁의 전 과정에서 늘 뛰어난 전략가로 또한 선동가로 상황을 주도해나가신 분들이다. 두 분 모두 지난 총선에서 유세차에 올라 뛰어난 연설을 해주시기도 했다. 늘 열정적이고 감동적인 지지연설이 주민들을 감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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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뉴타운 주민대책위원회 해단식을 마치며



“우리의 삶은 우리가 개척한다”


김상섭 고문님이 먼저 말씀을 하셨다. 전직 교장선생님이시고 이곳 주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계신 분이다. 내가 예전에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 의정부 참여연대의 지역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된 분이다. 요즘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산을 타며 떠돌며 살겠다”던 바람대로 아무런 데에도 얽매이지 않고 등산을 다니며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김상섭 고문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강당 가득 울려 나갔다.


“우리 주민들이 똘똘 뭉쳐 마침내 우리는 뉴타운을 막아냈습니다. 오직 돈벌이 수단으로 뉴타운을 추진해온 건설업자와 주민들의 고통은 나 몰라라 했던 행정관청에 맞서 싸워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그들에 빌붙어 부화뇌동하던 찬성론자들의 모진 협박도 물리치고 태산준령 같은 고개를 넘어 우리는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여러분 존경합니다. 내 인생역정에서 뉴타운 투쟁에 함께 한 것을 저는 두고두고 아마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고향에 있는 우리를 위해 애써온 목영대 위원장의 은공도 잊을 수가 없을 겁니다. 가능동 주민들도 더 높은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힘을 합쳐나갑시다.”


정영섭 고문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우리가 처음 뉴타운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깨닫고 우리의 고통은 시작되었습니다. 집을 잃는다는 불안감으로 밤마다 바윗덩어리 같은 고통과 너무 큰 좌절감을 맛보았습니다. 시장, 시의원, 국회의원 누구하나 똑같이 녹음테이프를 틀어놓은 것 같은 얘기를 듣고 좌절감 끝에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싸웠습니다. 삼복더위에도, 추워서 이빨이 덜덜 떨리면서도,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그래서 도지사와 시장의 무릎을 꿇렸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용사이고 투사입니다. 뉴타운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흘러지나가겠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역의 시의원들 정치인들 모두 우리 손으로 뽑았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뉴타운이라는 재앙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우리를 외면하고 돌보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작자들을 뽑으면 똑같은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의 행복은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개척합시다.”


두 분 고문님의 명연설은 강렬한 울림이 되어 해단식에 참석한 주민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나는 잠시 얼얼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대단하신 분들이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울렁거린 것은 나뿐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난 투쟁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의 행복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고 우리의 삶은 우리가 개척하는 것이다. 뉴타운 투쟁을 승리로 이끈 나를 비롯한 여기 모인 주민들 모두 용사이고 투사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우리는 함께 새롭게 마을을 만들어 갈 것이다. 

‘뉴타운’이 아닌 주민들의 삶이 있는 행복한 마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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