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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몰아쳤던 뉴타운 개발의 광풍은 권력자들과 토건족들의 이익을 위해 서민들의 피와 눈물을 짜냈다. 노동당 당원들은 전국 각처에서 이 터무니없는 사업에 반대하며 서민들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위해 앞장서 싸웠다. 그중에서도 의정부 뉴타운 반대투쟁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뉴타운 계획 취소를 이끌어낸 목영대 위원장의 활동이 주목된다.


<사랑과 혁명의 정치신문 R>에서 목영대 위원장의 뉴타운 반대투쟁 일지를 연재한다. 주민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 하며 지역사업의 모범을 만들어낸 목영대 위원장의 격렬했던 투쟁의 시간들을 돌아본다.





뉴타운 반대투쟁의 ‘영웅’들과 해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하나씩 둘씩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결전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싸움이 시작된 결정적 계기는 의정부시가 뉴타운 결정고시를 주민들 몰래 신청했던 사건이었다. 시간을 그 때로 돌려보자.

전국적으로 뉴타운에 대한 사회여론이 점차 바뀌어가던 그 때에도 어김없이 달력은 넘어갔다. 난관에 봉착한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들로 인해 정부의 고뇌가 깊어지는 시기에 2011년 새해가 밝았다. 대통령자문기구인 사회통합위원회가 ‘재개발 구역지정 일몰제’를 내놓을 정도로 사안은 심각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도만 보더라도 12개 시군 뉴타운 지구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었다. 이미 군포시 금정뉴타운과 평택 안정뉴타운은 지정해제 또는 취소되었다. 안양 만안뉴타운을 비롯한 많은 뉴타운 지구에선 연일 주민들의 항의가 몰아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특기할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1월 6일, 새해 벽두에 기독교계가 뉴타운 반대운동에 동참했던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이날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 대강당에서 시국기도회를 가졌다. 재개발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잘못된 재개발정책의 시정과 교회차별 철폐를 위한 시국기도회”를 가진 한기총은 이미 15일간 단식을 해온 재개발지역 목회자연대회원과 목사 및 신도 약 1천여 명과 함께 대학로를 거쳐 종로4가까지 거리행진까지 진행했다.

대규모 뉴타운사업이 교회에도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재개발 지역에서 전체 교회의 5분의 1이 넘는 1만 2천여 교회가 사라지고 있다. 김포한강 신도시의 우 74개의 교회 중 2개만 살아남았고, 인천 뉴타운 루원시티에서는 68개 교회 중 3개만 살아남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교계의 움직임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있었고 우리는 이러한 교계의 동정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0년 말부터 의정부에서도 뉴타운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회의 불이익에 대해 집중 홍보를 펼쳐왔다. 우리는 의정부시의 ‘뉴타운 종교시설 존치 및 대토계획서’를 확보해 “가능, 금의지구 교회에도 일방적인 뉴타운 추진계획이 추진되면 임차교회를 비롯한 영세교회들은 대부분 쫓겨나고 교회공동체는 파괴될 것이며 자가교회들도 일부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홍보를 했다. 이런 사전작업과 한기총의 조직적인 뉴타운 반대운동의 여파로 인해 의정부의 교계에서도 상당한 반향이 있었다.

전국적인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교계에서도 반응이 나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주민공청회를 마친 의정부시가 경기도에 결정고시 신청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뉴타운 사업은 한 번 결정고시가 되면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형식적으로야 결정고시를 한 다음에도 각 구역별로 조합설립여부를 놓고 주민들이 결정할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실상 이것은 허울뿐이었다. 조합설립단계로 들어가게 되면 개발추진세력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합추진을 밀어붙인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그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조합설립을 위해 개발업자들이 엄청난 돈을 뿌리고 OS요원들을 풀어 조합설립추진 동의서를 받게 된다. 그 단계까지 가버리면 뉴타운을 중단시킨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 OS요원이란?

본래 outsourcing의 약자이나 뉴타운 재개발지구에서는 홍보도우미라고 불린다. 조합추진세력이 채용한 아르바이트로, 주민들을 직접 대면해 발로 뛰며 조합추진동의서를 받아내는 사람들이다. 동의서 한 장당 십수 만원 이상을 주기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네를 돌며 주민들을 만나 조합추진동의서를 받아낸다. 이들은 “헌집주면 새집준다”, “구질구질한 동네 아파트로 바뀌면 새아파트 받고 추가로 1억원 이상 받는다”, “우리도 번듯한 동네에서 살자”, “땅 50평이면 3억짜리 아파트 받고 20평은 2억 돌려받는다”는 등 온갖 감언이설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물품을 살포해가며 동의서에 도장을 받아낸다. 부천 심곡동에서는 실제 압력밥솥을 전체 소유자에게 뿌려가며 동의서를 받아내도 하였다.

재개발지구의 주민들은 처음엔 거부하다가도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기회가 없어서 결국은 끈질긴 OS요원들의 현혹에 넘어가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주고야 만다. 그러나 나중에 집을 철거할 때쯤 모든 진실을 알고 나면 “도장 찍은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면서 피눈물을 흘리곤 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보다 강력하게 절차상의 문제를 부각시키기로 했다.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고 지정고시신청을 강행한다면 엄청난 반발과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결정고시를 신청하기 전에 “주민 동의 없는 뉴타운 추진을 반대한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가자”라며 의정부시장에게 집요하게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주민들에게 계속 홍보했다.


의정부 시장, 결국 주민의견 수렴 약속

결정고시 신청이 시시각각 다가왔다. 우리는 더 강하게 시장면담을 요청했다. 매주 시청 앞 집회를 진행하고 귀찮을 정도로 민원투쟁을 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시장면담을 요구했다. 그리고 2011년 1월 10일 주민들을 최대한 의정부 시청으로 모았다. 시민들과 함께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공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몰려든 주민들이 삼삼오오 시장실로 올라가는 계단에 진을 치며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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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책위가 의정부시장과 간담회를 하는 동안 계단농성을 진행한 주민들 



시장면담을 하면서 누차 강조한 것은 주민의견을 수렴하라는 것이었다.
“경기도 재정비촉진심의위원회에 결정고시 신청을 올리기 전에 찬반의견조사를 위한 검토위원회라도 하자. 주민찬반의견조사를 다시 하고 설명회도 좀 해보고 그러자. 주민의견수렴 없이 진행하면 나중에 큰 불상사가 일어날 것이다.”

시장면담에서 시장과 격론을 벌이며 주민들 입장을 논리적으로 대변해주신 정영섭 고문님은 그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날 감기가 몹시 심하게 왔어요. 앓고 있는데 위원장님한테서 전화가 왔죠. 지금 주민들이 모여드는데 숫자가 많지 않으니까 와달라고. 내가 아프다고 하니 그럼 쉬시라고 하는데, 불안한 마음에 그냥 누워있을 수만은 없어서 옷을 두껍게 입고 갔어요. 갔더니 100여 명은 모였더라구요. 그리곤  시장하고 싸우기 시작했죠.”
몸이 불편하셨지만 그날 정영섭 고문님은 시장을 매우 곤란하게 만들어 놓으셨다.“그 때는 제가 활약을 좀 했어요. 시장하고 막 토론을 하고, 안시장이 뉴타운을 시와 주민들의 ‘공동사업’이라고 하길래, ‘이게 무슨 공동사업이냐? 당신들은 우리가 손해나면 보상해 줄거냐? 무슨 시장으로서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거냐?’라고 밀어붙였죠. 시장은 우물쭈물 했고 논리가 밀리자 결국 우리를 슬슬 피했어요.”

그러던 중 안시장이 “그렇다면 경기도 재정비촉진계획 결정고시 이후에라도 주민찬반조사를 해서 과반이 넘으면 촉진구역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구두로 답변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답을 인정할 수 없었다. 
“구두로 하는 약속이 무슨 소용이냐? 정확하게 내용을 작성해서 문서로 내놔라.”
우리의 끈질긴 요구에 결국 고재기 과장이 서면으로 그 내용을 담아 자신의 서명을 넣어 가져왔다. 일단 서면으로 답변을 받았으나 그 내용에 대한 검토와 주민들의 합의가 있어야 했다. 토론을 거듭한 끝에 ‘결정신청을 하기 전에 전제되어야 할 요건 및 이후 구성될 검토위원회의 역할과 찬성의견 요건’을 담은 요구안을 문서로 작성해 대표가 서명하여 제출했다. 그리고 이 요구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며 다시 한 번 시장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장은 외부행사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시청을 나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대로 밤이 깊어갔다. 김밥 한 줄과 빵 한 조각, 우유로 끼니를 때우고 주민들은 계속해서 시장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정영섭 고문님은 그렇잖아도 감기로 불편한 몸에 힘을 많이 쓰시는 통에 몸을 떨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특히 어르신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주민들은 당장 뉴타운 취소를 하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만큼 주민들의 절박함은 컸다. 그러나 주민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들은 주민들을 에워쌌다. 출동한 의정부경찰서 경비과장은 강제연행을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경찰 버스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여경에 구급차, 소방차까지 출동해 있는 상황이었다. 급기야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해산하지 않으면 연행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오히려 불을 질렀다. 어르신들이 들고 일어나 “모두 연행해!”라며 소리를 질렀다. 기세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경비과장이 움찔할 정도였다. 특히 할머니들은 “다 잡아가보라!”며 완강하게 버티면서 항의를 했다. 결국 경비과장은 두 번이나 경고를 하다가 연행을 포기했다. 주민들 분위기가 워낙 심상치 않은데다가 연로하신 분들이 계단에 걸쳐 앉아 있었는데 경사도 높고 난간도 엉성한 계단에서 연행을 잘못했다가는 큰 불상사가 날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했으리라.

일단은 이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정영섭 고문님을 비롯한 지도부는 “우리가 분열하면 안 된다. 부족하더라도 지도부 의견을 따라주고 다음을 기약하자”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비록 단서를 달긴 했지만 주민 찬반의견수렴을 하겠다는 답변을 과장명의의 문서로라도 받은 것은 매우 큰 성과임을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내일 다시 시장면담을 하자는 확답을 받았다. 이렇게 주민들을 설득한 후 일단 의정부시청 1차 농성을 해산했다.

주민들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워했지만 사실 이날 문서합의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의정부시장과의 끈질긴 교섭 끝에 “결정고시가 떨어지더라도 뉴타운 찬반조사를 해서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면 뉴타운을 제척하거나 취소하겠다”는 공식적인 약속은 투쟁의 성과였다. 주민들의 끈질기고 강력한 요구와 투쟁은 마침내 안병용 시장으로 하여금 뉴타운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의 의견을 묻지 못한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연일 시장실로 쳐들어가 받아낸 의정부 시장의 이 약속은 이후 투쟁을 이어가고 결국 뉴타운 계획의 취소를 이끌어내는 커다란 실마리가 되었다. 특히 주민들이 반대하면 뉴타운도 안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낸 것은 의미가 매우 컸다.


주민 몰래 결정고시 신청한 의정부시

1차 농성 다음날인 1월 11일, 아침 9시 반 경에 주민대책위 집행간부들은 서둘러 시청으로 갔다. 정영섭 고문님을 비롯한 몇 분들은 결국 전날 농성 때문에 감기몸살이 심해 몸져누우셨다. 어른들께 못할 짓을 시키는 듯한 죄스러움에 안타까웠지만 병문안도 못한 채 시청으로 향했다.

그날 의정부시 고재기 과장은 “결정고시 신청을 해서 심의위원회에서 확정이 되려면 통상 3~$개월이 걸린다. 결정고시가 4월 8일 이전에 나야하기 때문에 의정부시는 신청을 빨리 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청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한 바였다. 이의환 국장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경기도의회 최재연 의원을 통해 자료를 받아 경기도 내의 다른 지역 뉴타운 계획이 도시재정비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은 기간을 확인해두고 있었다. 자료에 근거해 우리는 강하게 항의했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볼 때 아직 2개월의 여유가 있다. 내일 다시 실무자 간에 검토위원회 구성 가능 여부에 대한 세부협의를 하자”라며 교섭을 요구했다.

그리고 다시 하루가 흘렀다. 1월 1일 오후 2시, 시청 담당부서와 가진 실무협의에서는 격론과 고성이 오갔다. 우리는 시장과의 면담결과를 이야기하면서 “시장이 의견수렴을 약속했으니 가능한 결정고시가 확정되기 전에 논의했던 과정을 끝내도록 하자”고 설득했다. 그리고 결정고시 신청 전에 충분히 검토위원회의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그런데 갑자기 도시국장 최규인 국장이 충격적인 실토를 하고야 말았다.
“이미 결정고시 신청을 했다.”

실무협의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었다. 최규인 국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의환 국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화를 내며 책상을 두드렸다.
“당신들, 우리를 이렇게 기만하느냐? 그따위로 사업을 추진하니까, 주민들이 반발하는 거 아니냐?”
“두고 보자. 가만두지 않겠다.”
그리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나와 대표들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언성을 높였다.“지금 뭐하자는 거냐? 결정고시 신청을 몰래 하다니. 신청하기 전에 최소한 이야기라도 했어야지, 이미 신청을 해놓고 우릴 가지고 장난치는 거냐?”
“다 필요 없다. 몰래 뒤통수 쳐놓고 무슨 실무협의를 하자는 거냐? 더 이상 실무협의 할 필요 없다.”
공무원들을 닦달하다가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다음날부터 일제히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의정부시의 결정고시 신청을 규탄했다.
“안 시장이 우리를 배신하다니….”
주민들의 배신감과 분노는 걷잡을 수가 없었다. 결정고시 신청 전에 주민의견조사가 가능한지를 검토하기로 하고 바로 다음날 실무검토를 하자던 안 시장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주민 몰래 결정고시 신청을 했다. 이 이중적인 태도에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폭발적인 상황에 기름을 끼얹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때는 검토위원회 구성까지 운운하면서 뉴타운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줄 것처럼 말했던 문희상 의원이 난데없이 뉴타운 찬성이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던 것이다. 주민들은 시장이나 국회의원이나 모두 한통속이라며 기가 막힐 뿐이었다.

1월 21일, 시청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의정부시장과 문희상 의원 규탄집회’였다. 의정부를 대표하는 책임 있는 위치의 정치인들이 뉴타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는지를 규탄하는 자리였다. 이날 1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이날은 폭력적인 철거에 항의하던 주민들을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진압하다가 6명의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갔던 용산참사 2주기 바로 다음날이었다.

집회 도중에 그동안 의정부시 뉴타운 사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데 직 · 간접으로 관여한 공무원과 정치인들 10명의 명단을 제시하고 주민들이 즉석에서 스티커 붙이기를 통해 ‘뉴타운 5적’을 선정했다. 최종 확정된 뉴타운 5적으로는, 최종 결정을 추진한 안병용 시장, 뉴타운 사업을 기획하고 지정 신청한 김문원 전 의정부시장, 뉴타운 사업 실무책임자인 고재기 과장,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 있는 문희상 의원과 의정부시의회 강세창 의원이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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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1일 ‘의정부시장과 문희상 의원 규탄집회’. 주민들은 이 날 뉴타운5적을 선정했다.



이날 규탄집회에서는 시장에게 보내는 항의공문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보내는 항의메세지도 채택했다. 시장도, 국회의원도, 시의원도 민주당이 다수인 의정부에서 민주당은 뉴타운을 추진한 한나라당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주민들의 격렬한 분노와 항의에 돌아온 안병용 시장의 대답은 협박이었다. 안 시장은 1월 31일 의정부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타운사업에 대해 정치적으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또 “고시 신청 전 검토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뉴타운 5적을 발표하는 것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옹호하는 발언 역시 빼놓지 않았다. “반대와 찬성 주민들이 지역 국회의원에게 의사표명을 한 바 있으나 국회의원은 사업의 정책과정에 대해 참여할 수 없는 직책”이라며 “근거 없이 비방하거나 쟁점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며 노골적으로 문희상 의원을 비호하고 나섰다.

행정절차와 결정권한이 직접적으로 없는 한 어떠한 정치적 역할도 해서는 안 된다는 안 시장의 말은 표면상으로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형적인 관료의식의 발상인데다가 자당의 국회의원인 문희상 의원의 심기를 헤아린 것이었다. 지역정치인으로서 안 시장의 자질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사정은 문희상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뉴타운 재개발의 적극적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문 의원이었다. 그런데 당선이 되고 나서는 뉴타운 사업의 주요고비에서 결정권한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정치적 책임을 회피했다. 전형적인 이중적 정치인의 태도였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안양 만안지구에서 뉴타운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회도 하고 재검토도 해야 한다는 적극적 발언을 했던 같은 당 이종걸 국회의원, 주민 찬반의견 수렴을 통해 뉴타운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한나라당 김선기 평택시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우리는 한편으로 의정부시가 경기도에 제출한 ‘의정부 재정비 촉진계획안’을 입수해 계획안을 분석한 보도자료를 연이어 배포했다. 특히 의정부시가 2008년 12월에 수행한 뉴타운 사업 실시를 위한 주민설문조사가 표본조사여부도 불분명했고 회수율 수치결과도 오차가 있었던 점을 들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결정고시가 확정되기 전에 주민의견수렴을 하자고 계속 요구했다. 평택 안정지구가 주민들의 강력한 투쟁과 시장의 결단으로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한 사례를 들었다. 

평택 안정지구의 경우, 뉴타운 찬반 대립이 점차 심화되자 시장은 찬반측 대표와의 회의를 통해 ‘토지 등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여 의견수렴공문을 발송했다. 찬성자는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반송봉투에 넣어 평택시에 송부하는 방식으로 뉴타운 찬성의견을 묻는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찬성동의율이 조합추진요건인 50%에 훨씬 못미치는 18.9%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평택시장이 경기도의 결정을 통해 지구지정을 취소한 것이다. 이것은 경기도에서 주민의견조사 수렴방식으로 뉴타운 지구지정을 취소한 첫 사례였다. 이처럼 사전조사 부실 문제의 제기와 주민의견수렴 절차의 요구로 의정부시장을 계속 압박했다.


연대 투쟁, 김문수를 찾아라

의정부시에 주민의견수렴을 촉구하는 한편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경기도에도 힘을 쏟아야 했다. 경기도의 결정고시 심의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2월 16일로 예정된 경기도 재정비 심의위원회의 중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4월 8일까지 기한인 재정비심의 확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경기도를 집중 압박하기로 했다.

새해 들어 더욱 활성화된 뉴타운 재개발 중단 및 반대운동의 과정에서, 경기도 각 지역 뉴타운 대책위원회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경기도 단위의 연대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부천이 뉴타운 재개발 반대투쟁을 가장 오래 해왔던 데다가 매우 격렬한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곳임을 감안하여 우선 대표를 부천에서 맡고 ‘경기뉴타운비대위’를 결성했다. 비대위는 우선 2월 14일 부천에서 대규모 연대집회를 갖기로 했다. 

김문수 도지사 면담까지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주민들을 최대한 모았다. 가능, 금의지구 주민 약 160여 명이 부천까지 이동해 집회에 참석했다. 처음에는 차량 2대를 준비했는데 갈수록 주민들의 참여가 늘어나 승용차까지 추가로 동원했다. 오후 2시, 경기뉴타운비대위와 한기총이 공동진행하는 뉴타운 반대집회가 부천 남부역에서 시작되었다. 경기도에서 최초로 열린 뉴타운 재개발 반대 연대집회였다. 부천, 구리, 남양주, 광명, 군포, 평택, 의정부 등에서 약 1천여 명의 경기도민들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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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일대에서 천명이 넘는 뉴타운반대주민들이 운집했던 2월 14일 부천 남부역 앞 집회 



집회는 예상보다 굉장했고 그만큼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1부는 한기총이 주관했다. 뉴타운 반대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참여하여 기도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목회자들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그동안 주민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뉴타운 재개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먼저 회개의 큰 절을 올렸다. 한 사람은 순교하기를 원한다고까지 하며 결연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경기도 각 지역의 주민대책위 위원장들이 경기도의 뉴타운 개발계획을 규탄하며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갔다. 게다가 김문수 도지사의 면담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민들의 항의의 목소리가 커지고 경기도청을 몰려가자는 주장이 거세졌다. 이해당사자 천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집회다보니 규모나 내용에서 상당히 큰 사건이었다. 정치권은 물론 경기도도 뉴타운 반대여론이 이정도인가 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날 목사들이 부천역 사거리 옆 큰 도로를 막아버렸어요. 김문수가 온다 안 온다 계속 그랬고, 집회참석 도민들이 경인국도에 모여 다 주저앉고 누워버렸어요.”
이의환 국장이 회상하는 그날의 광경이다.
“거기서 버스가 다 서고 기자들도 막 사진 찍고 난장판이었죠. 몸싸움이 있었고 지도부고 뭐고 없었어요. 집에 가면서 횡단보도에 신호등 걸린 것처럼 대다수의 주민들이 흥분해서 다 주저앉았고, 이동순 여사와 금오동 할머니들, 가능동 주민, 김재환 고문님이 ‘여기서 끝내자, 사생결단 내자’라고 하며 도로를 점거했죠. 집에 가자고 했더니 ‘가긴 어딜 가? 싸우라며?’이러시더군요.”
분노한 주민들이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만나 공감을 이루면서 터진 폭발은 그렇게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한 시간 가까이 도로에서 수백여 명의 도민들이 얽히고설켜 인산인해를 이뤘죠. 쓰러지고 넘어지고 몇몇 주민들은 다치고 … . 그 와중에 의정부사람들이 제일 많았어요. 아주 커다란 사건이었죠. 주민들이 그날 ‘연대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처음 느낀 거 같아요. 그 이후엔 연대집회에 버스 한두 대 꼭 다녔죠.”

그런데 이렇게 큰 사건이 있었음에도 다음날 언론에는 단 한 줄의 기사도 나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혀를 끌끌 찼다. 언론이 이렇게 꼭두각시 노릇만 한다며 개탄스러워했다. 부천까지 달려가 ‘의정부뉴타운 반대’ 피켓이 언론에 한 글자라도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며 절절히 투쟁한 주민들은 또다시 기가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싸움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대규모 연대시위가 있은 후 이틀 뒤인 2월 16일, 부천지역 뉴타운 반대주민들은 부천시청으로 몰려 들어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뉴타운 재개발 중단을 촉구하며 50여 명의 주민들은 알몸시위까지 벌이고 시장실을 점거했다. 예상외로 이 점거농성은 15일이나 계속되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을지는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부천 비대위 주민들과 목사들의 농성은 결국 공권력에 의해 강제해산 되었다. 이때 부천기독교연합회 재개발대책위 박덕기 목사가 구속되었다. 그 결과 15일 간의 부천시청 점거농성투쟁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경기도 전역에서 뉴타운 재개발 반대투쟁의 불꽃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갔다. 곳곳에서 뉴타운 추진계획이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쳤고 커다란 정치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 목영대 (노동당 의정부 전국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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