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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몰아쳤던 뉴타운 개발의 광풍은 권력자들과 토건족들의 이익을 위해 서민들의 피와 눈물을 짜냈다. 노동당 당원들은 전국 각처에서 이 터무니없는 사업에 반대하며 서민들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위해 앞장서 싸웠다. 그중에서도 의정부 뉴타운 반대투쟁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뉴타운 계획 취소를 이끌어낸 목영대 위원장의 활동이 주목된다.


<사랑과 혁명의 정치신문 R>에서 목영대 위원장의 뉴타운 반대투쟁 일지를 연재한다. 주민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 하며 지역사업의 모범을 만들어낸 목영대 위원장의 격렬했던 투쟁의 시간들을 돌아본다.

달린다, 방송차


의정부 시청농성이 있은 직후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4월 초순에 김포 양곡 뉴타운 사업이 백지화된 것이다. 1,100여 명이 참여한 주민찬반투표 결과 뉴타운 반대표가 53.1%에 이르자 김포지사가 경기도에 지구지정 취소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로써 경기도 12개 시군 23개 뉴타운예정지구 중 안양만안, 군포금정, 평택안정에 이어 4번째 뉴타운 백지화사례가 만들어졌다. 오산뉴타운도 취소가 확실시되고 있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자면 찬반 주민의견조사에 따라 뉴타운사업의 추진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식들이 우리에게 희망적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김포양곡 뉴타운을 비롯해 지정취소가 된 지역들은 결정고시가 나기 전에 찬반주민의견조사를 한 곳이었다. 의정부와는 상황이 달랐다. 의정부 뉴타운은 이미 결정고시가 나버렸다. 결정고시 이전과 이후의 양상은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난다. 지정이 결정된 곳에서 주민찬반투표를 통해 원상태로 되돌린 사례는 아직 없었다. 우리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의정부시는 결정고시가 공지된 이후 주민의견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전국 최초의 사건이었다. 우리는 시가 제안한 주민의견 전수조사를 수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주민의견조사를 위해 구성하는 ‘찬반주민 의견조사 검토위원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검토위원회에 참여하는 데 대해 일부 주민들의 감정적 반발도 있었다. “뉴타운을 찬성하는 주민들과는 결코 같은 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뉴타운 결정을 해지시키기 위해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찬반주민 의견조사를 거쳐 뉴타운 계획을 취소시키도록 만드는 정면승부를 감행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가능지구와 금의지구의 이곳저곳 구석구석, 동네 골목골목을 돌며 뉴타운 반대 홍보 설명회를 열었다. 어린이 놀이터에서도 설명회는 개최되었다. 연초에 반대운동의 열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동력의 한계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유경아 여사께서 방송차량을 구입하자며 선뜻 삼백만원이라는 거금을 내놓았다. 뉴타운 반대운동 초기부터 서명과 설명회에 빠짐없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신 분이었다. 사람들이 고생한다며 늘 따뜻한 차를 준비해오시기도 했다.


“반대운동 초창기엔 암담했었요. 내가 볼 때도 사람들이 꼼짝을 안 하고 있으니까…. 뉴타운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으니까. 이걸 어떻게 해야 돼…. 고민하다가 노 총무한테 중고차 가격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봤지.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야 돼서. 기동력이 있어야 되잖아요.”

만만찮은 투쟁기금을 쾌척하게 된 사연을 여쭸더니 별 대단한 일 한 것이 없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씨앗기금에 몇몇 주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덕분에 스타렉스를 구입해 스피커 등 음향설치를 하고 시원하게 큰 글씨로 ‘뉴타운 반대 대책위’라는 로고도 붙인 방송차량을 만들었다. 방송차량 운행은 안계영 어르신께서 운전을 하시겠다고 자원하여 해결되었다.


안계영 어르신은 방송팀장을 담당하시게 되었다. 어렵사리 마련된 방송차를 몰고 다니지 않은 골목이 없을 정도로 온 동네를 누비며 홍보활동을 펼쳤다. 이 어려운 일을 그토록 열성적으로 해내신 저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했다.

“내가 스물네 살 땐가 의정부에 와서 월세 살면서 이것저것 다 해봤어. 택시 스페어도 하고 부동산 중개도 하고 식당도 하고. 애들 키우면서 집 없어 서러움도 많았지. 그러다가 십여 년 전에 겨우 집을 하나 샀어. 다 낡은 집이었는데 천장에서 쥐하구 고양이가 뛰어 다니다 막 무너지고 그래. 더 살 수가 없는 거여. 그래 몇 년 살다가 어렵게 집을 지었어. 그 집을 짓고 처음에 우리 집사람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아, 재산세가 나오면 밥 먹다가도 은행을 가는 거여. 재산세 내는 거 아까워하질 않았어. 별천지에 사는 기분이었어. 너무 너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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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10일 의정부 청소년 회관에서 개최된 뉴타운 가족설명회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장만한 내 집이 뉴타운 때문에 졸지에 사라지게 되자 어르신은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집이 뉴타운 한다는 거야. 계산해보니까 빈털터리가 되는 거야. 시에다가 공공기반시설로 토지 내놓고 짓기 시작하면 철거하고 건축하고 분양 끝나면 나중에 손에 쥘 게 뭐가 있겠어. 그냥 지금 낡았지만 다가구 주택에 임대료 조금 받아 노후생활 하는 게 낫지. 그래서 뉴타운 반대한다고 가서, 내가 할 줄 아는 게 운전이니까 방송차라도 몰겠다고 해서 운전하게 된 거야. 그 때 신촌로타리다 가능로타리다 자다가도 언뜻 일어나면 물도 한 모금 안 마시고 차 몰고 다녔으니, 그거 참.”


운전도 운전이지만 몸도 성치 않은 상태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힘들었던 상황이었지만 어르신은 나름대로 뿌듯한 추억으로 그 때를 기억하고 계셨다.

“나중에 대상포진까지 걸린 거야. 배고프면 국수나 한 그릇 먹고 방송차를 끝까지 담당했어. 집행부는 전역을 커버해야 하니까. 동네 골목은 내가 방송 하러 댕기는 거야. 이쪽저쪽 구역대표들이 지원 나와 달라고 하면 가서 하고 그랬어. 아, 물론 동네 할머니들이 애쓴다고 방송소리 듣고 시원한 음료수도 주고, 돈도 만원씩 주면서 음료수 사먹으라고 하고, 주민들이 격려하는 건 많았어.”



눈물바다가 된 뉴타운 증언대회


주민 찬반의견 조사에서 뉴타운 반대여론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더욱 공세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낮에는 골목에서 서명을 받고, 밤에는 영상을 준비해 놀이터를 돌며 설명회를 했다. 4월 17일에는 청소년 회관에서 가족설명회를 개최했다. 어르신들이 “어버이날 오지 않아도 되니 뉴타운 가족설명회는 꼭 참석하자”며 자녀들을 설득해 참여했다. 보금자리가 하루아침에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될 것을 걱정하며 노심초사 잠 못 이루는 부모님들을 보고 자녀들은 뉴타운의 실상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다. 어르신들을 빼고도 약 100여명에 이르는 딸, 아들, 며느리, 사위들이 참석했다. 이 행사 이후 곧바로 민생연대 의정부지부 주관으로 4주간의 뉴타운 시민대학 강의를 개설했다.


4월 22일에 개악된 도정법 통과에 항의하는 대규모 여의도 집회가 열렸다. 이 여세를 몰아 4월 27일에는 경기 뉴타운 재개발 반대연합과 진보신당 공동으로 ‘뉴타운사업 출구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 및 뉴타운 사업지구 주민피해 증언대회’를 국회에서 개최했다. 대회 전에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경기연합과 진보신당의 조승수 국회의원, 최재연 경기도 의원이 참석해 “뉴타운 ‘보완’이 아니라 ‘탈’ 뉴타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약 500여명의 청중이 자리한 가운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토론회와 증언대회가 시작되었다.


축사는 당시 진보신당 대표인 조승수 의원이 “묻지마 뉴타운 18대 총선, 우리가 했던 얘기 옳았다”라는 주제의 브리핑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집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번듯한 내 집을 마련하기를 많은 국민들이 희망한다. 소중한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월급쟁이들은 수십 년 동안 저축도 한다.”

“지난 몇 년 간 우리사회를 휩쓸었던 뉴타운이 애물단지가 되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현재 뉴타운이 완공된 곳은 겨우 19군데에 불과하다. 행정소송만 163건에 이르고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다. 지난 18대 총선 때 주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용해 정치권이 너나 할 것 없이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대거 당선되면서 이것을 약속했고, 총선이 사실상 묻지마 뉴타운 선거가 됐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아무도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지구지정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주민들을 위한 어떠한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타운이 완공된 지역 주민들은 잘 살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노후한 주택 대신 초호화로 으리으리한 건물이 들어섰지만, 오히려 원주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과도한 추가분담금 때문에 빚더미에 올랐다. 서민들에게 독배와도 다름이 없었다. … 이제 잘못된 뉴타운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경기지역 등에서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지만, 오도 가도 못하는 폭탄이 돼가고 있다.”

“지구지역 취소 및 뉴타운 특별법을 폐기해서 근본적으로 다른 대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한이 맺혀 있고 답답한 마음이 가득한 주민 여러분들을 위한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심상정 상임고문이 연이어서 축사를 했다.

“뉴타운 피해주민 여러분, 얼마나 답답하고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십니까? … 평생을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거 못 입고 그렇게 해서 작은 보금자리,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렇지 않나. 그런데 그 보금자리 다 빼앗기고 지금 노숙자로 전락하신 분 많다. 입주하신 분들은 추가 분담금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있다. 그거 감당 못하시는 분들은 변두리로 쫓겨나서 도시빈민으로, 그 나락으로 내쫓기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나? 정치가 잘못돼서 그렇다. 어제 보도를 보니 30년 동안 재개발해야 할 물량을 4년 만에 다 뉴타운으로 지정해버렸다. … 뉴타운 사업은 재벌 건설사들의 투기사업이었다. … 재벌 건설사 출신 시장, 투기적인 탐욕을 뒷받침하는 사람들을 시장, 대통령 만들었기 때문이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서민들 피눈물 흘리게 해놓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 2006년, 도시정비촉진법이 국회 상정됐다. 뉴타운 만들어준다고 하면 표가 몰릴 것이라 생각하고 299명 의원 중에 뉴타운 도시개발촉진법, 이거 서민대청소법이라고 주장한 곳은 우리 진보정당밖에 없다. 너무 죄송하다. 저희는 299명 중에 10명 밖에 없어 막지를 못했다. 저와 우리 당의 노회찬 전 대표는 바로 이 뉴타운 광풍 때문에 금배지를 날렸다. 우리 당은 조승수 대표를 비롯해 전 당원이 여러분들과 함께 뉴타운을 철회하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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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신당 뉴타운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호소하고 있는 108세의 어르신


1부 토론회는 세종대 변창흠 교수의 발제로 권정순 변호사, 나눔과 미래 이주원 국장, 그리고 최재연 경기도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분위기가 워낙 술렁거려서 토론회는 약식으로 마무리하고 대부분 자료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2부 증언대회가 시작되었다. 사회는 당시 진보신당 김형탁 민생본부장이 진행했는데, 증언대회 시작 전부터 장내에는 격앙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왔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주민들이 쫓아내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나마 행사를 주최한 진보신당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주었다.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서울, 경기지역 뉴타운 재개발 지역 피해주민들이 현수막을 들고 일제히 연단을 점거했다. 장내는 소란스러워졌고 기자들의 사진 플래쉬가 여기저기서 눈이 아플 정도로 터지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분노한 주민들을 달래고 장내를 정돈한 후에야 증언대회가 속개될 수 있었다. 경기도 각 시군에서 주민들이 한두 명씩 나와 뉴타운 추진 때문에 입은 피해를 절절하게 호소했다.


의정부에서는 김영이씨와 김옥강씨가 증언을 했다. 김영이씨는 “고혈압에 시력도 약화되어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며 말문을 열었다.

“의정부 1동에서 왔다. 3남매 데리고 애 아빠랑도 사별하고 낮에는 넝마주이로 밤에는 빨래를 걷어 세탁을 해서 집을 한 채 겨우 장만했다. 그 집을 계약해놓고 너무 좋아서 매일 아침마다 집 안팎 이곳저곳을 쓰다듬고 출근하고, 밤에 집에 와서 또 그렇게 쓰다듬었다. … 이제 좀 살만해졌는데 뉴타운 한다고 해서 몸도 안 좋은데, 여기까지 약봉지 들고 왔다.”

말끝에 김영이씨가 약봉지를 꺼내 흔들며 흐느껴 울었다. 가슴 아픈 사연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대회장은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금의 2구역에서 뉴타운 찬성측으로부터 모진 대우를 겪으며 심지어 폭행가지 당했던 김옥강 여사의 증언도 좌중을 흔들어 놓았다.

“뉴타운 반대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데 찬성파가 왜 돌리냐며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쌍욕을 해댔다. 그리고 내게 막말을 퍼 붓고 삿대질을 하다가 따귀를 때렸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사지가 벌벌 떨린다.”

대회의실을 가득 채운 500여명의 주민들은 마치 자신이 겪은 일처럼 동화되었다. 피해사례가 발표될 때마다 여기저기서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부당한 처우와 피해를 받은 증언이 발표될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분노에 몸을 떨었다.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해내고 목청껏 구호를 외치고 난 후에야 증언대회는 겨우 끝났다.



뉴타운, 폐기가 답이다


증언대회가 끝난 후 진보신당은 “그동안 주민들의 재산을 가로채고 고통으로 몰아넣은 문제 많은 뉴타운을 묻어버리자”며 뉴타운 폐기법안 성안에 착수했다. 이번 기회에 뉴타운 사업을 전면적으로 폐기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데에 당 내 성원들은 의기투합했다. 변호사인 진보신당 김정진 부대표를 중심으로, 이주원, 박학룡, 이준범, 임동현과 이의환 국장 등 당 내의 주택정책 전문가들이 모여 민생법안팀을 만들었다. 이들은 밤을 새워가며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거듭한 끝에 법안 초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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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7일 국회 증언대회에 참석한 의정부 뉴타운 반대 주민들


법안은 파격적이었다. 법안의 제목은 ‘도시재정비사업의 단계적 해제를 위한 특별법안’이었다. 이 법안은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뉴타운 사업의 해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폐지 ▲뉴타운의 추가 지정 금지 ▲재정비촉진계획 고시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날 때까지 조합 설립이 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지정 해제 ▲조합 설립인가 후 2년이 지날 때까지 사업 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지정 즉시 해제 하는 등 단계별로 뉴타운 사업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법안 초안이 만들어진 후 우리는 광명, 안양소사, 덕소, 남양주를 비롯한 경기도 일원과 영등포 신길, 관악구 신림지구 등 서울 일대의 뉴타운 예정지구를 방문하여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당시 진보신당 국회의원은 조승수 의원 1명뿐이었다. 발의를 위해선 국회의원 10명의 서명이 필요했는데 그 서명을 받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소위 진보정당이라고 자청하던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의원조차 법안을 외면했다. 너무 과격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법안발의는 지지부진하게 늦추어졌다. 법안 성안 후 시간이 꽤나 지나간 11월이 되어서야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과 김진애 의원 등을 설득하여 발의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회의원 대다수는 이 법안에 반대했다.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18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되어버렸다. 서민들의 삶이 바닥으로 떨어지던 말던 아랑곳하지 않고 뉴타운법을 제정할 때는 너도나도 발의에 동의하던 국회의원들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뉴타운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들이었다. 그러던 그들이 정작 주민들을 살리자고 만든 법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애써 만든 법안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다. 이 법안은 비록 폐기되었지만 이후 일몰제 도입 등 뉴타운 출구전략이 제도화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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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11월 28일 뉴타운 해제법 발의 기자회견(출처 : 뉴민주신문)


증언대회 이후 뉴타운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졌다. 정부(국토해양부)는 도시재생 법제개편을 주제로 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5월 12일 서울문화교육원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 공청회는 사전에 충분한 홍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개최된 것이었다. 하지만 뉴타운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냥 있지는 않았다. 경기연합은 이 공청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 공청회는 최근 뉴타운 재개발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생명만을 연장해보려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됐다. 공청회에 나선 토론자들의 면면도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로 구성되었고, 공청회를 통해 정부가 마련하려는 법안도 퇴행적이다. 정부와 경기도는 지금 당장 뉴타운 지구지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즉각 해제를 실시하기 바란다.”


뉴타운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어가고 있었다. 언론들이 이 상황에 대해 보도를 내기 시작했다. KBS 시사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은 2011년 3월 연일 뉴타운에 대한 집중 탐사보도가 방영되었다. 담당자였던 허영재 PD는 의정부까지 와서 5시간 동안 이의환 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갔다. 3월 13일 ‘추가 분담금, 매몰비용까지. 출구는 없나?’라는 제제를 시작으로 연속 탐사보도가 이어졌다. 5월 25일에는 ‘진퇴양난 뉴타운, 어디로 가나?’라는 제목으로 MBC PD수첩이 방영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해가자 국회에서도 일련의 움직임이 생겼다. 6월이 되자 민주당도 더 이상 뉴타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듯 하다. 민주당의 이미경 의원을 중심으로 법안이 준비되고 있었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주최했다. 우리는 토론회장으로 몰려갔다.

“뉴타운 법을 만든 장본인들! 민주당은 각성하라!”

분노한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토론회는 난장판이 되었다. 손학규 대표는 현장에 나오지도 못했고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 현장에는 이미경 의원과 김진애 의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험악한 분위기가 토론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의환 국장이 마이크를 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을 경기연합 정책국장이라고 소개한 이의환 국장은 격정적인 어조로 포문을 열었다.

“뉴타운을 추진한 민주당은 책임져라. 손학규 대표는 대통령 후보로 나오지 말아야 한다. 김진표 의원은 수원 매탄동에 뉴타운을 추진한다고 했다. 심판하겠다. 이미경 의원은 법안에서 심사를 통해 일몰제를 하자고 하는데, 해는 원래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떨어져야지 해가 질 때 심사하겠다는 거냐? 민주당은 더 이상 주민들을 기만하지 마라! 당신네들이 근본적으로 사죄하고 책임져라!”

뉴타운법 제정에 찬동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가차 없는 질타와 항의였다.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미경 의원의 법안 수준으로 뉴타운 관련법의 현실적 개정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우리와 진보신당(현 노동당)은 더 이상 뉴타운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원칙이 있었다. 따라서 뉴타운법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하고 더 이상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더불어 뉴타운법을 만드는데 공모한 민주당이 진심으로 사죄하고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지리한 검토위원회 구성 협상


언론이 대대적으로 뉴타운 문제를 알리고 있었고 국회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에 대응하는 것은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고 힘겨웠다. 이와 동시에 의정부시의 뉴타운 추진에 대한 대응 역시 기민하게 준비해야 했다. 의정부시가 제안한 주민 찬반의견 전수조사가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사안이었다. 우리는 의정부시를 대상으로 검토위원회 구성을 위한 대화를 지속하면서 한편으로는 연번부여 신청을 내주지 말 것을 요구했다. 명시적으로 약속을 하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의정부시는 연번부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동네 일부에서 행정조직 말단이 뉴타운 찬성세력과 결탁하는 일이 생겼다. 금의지구에서 추진위 준비를 위한 임시총회에서 정비업체 직원들이 회의를 주관하고 현직 통반장이 가칭 추진위원장이 되어 주민의 서명동의를 받는 등 행정 하부조직들까지 개발추진세력과 합세해 뉴타운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우리는 의정부시에 강력한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금의지구의 사례에 대해 항의하면서 통반장들이 뉴타운 찬성추진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라고 한 것이다. 또한 3월 말 시청 농성 건으로 안 시장이 주민들을 고소 · 고발한 조치를 즉각 취하할 것도 아울러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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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책위는 방송차량을 이용해 동네 골목골목을 돌며 집회를 계속했다


5월 말에는 주민의견 전수조사를 위한 검토위원회 구성을 위한 교섭이 진행되었다. 26일에는 실무협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의정부시는 실무협의의 참석대상을 ‘토지 등 소유자’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알려왔다. 나와 이의환 국장은 즉각 “폐쇄적인 위원회 구성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뉴타운 사업의 취지상 장기세입자를 비롯한 지역주민들도 이해당사자이므로 이들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초 도정법이나 도촉법의 취지는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해당 지역의 80% 가까이 되는 세입자들의 목소리가 당연히 반영되어야만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집 없는 서민들이 다수인 의정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세입자들의 주거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고 주거 당사자로서 검토위원회에 이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주장은 관철되지 못했다. 물론 우리들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대책위의 주민들 중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토지 등 소유자로 구성된 대책위 주민들은 일부 세입자들이 주거 이전비를 받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세입자들은 뉴타운을 찬성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소유자와 세입자 간의 이해대립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대책위 주민들은 세입자들의 의견을 검토위원회에 반영하는 것에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 내부의 반발은 예상 외로 컸고 상당할 정도로 조직이 술렁거렸다.


나와 이의환 국장은 끝내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향후 검토위원회에서 세입자에 대한 주거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정도의 안을 협상안에 포함시키는 선에서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이것은 대책위원회 조직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를 경험하는 일이었다. 현행 뉴타운 관련법들이 세입자의 주거권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점 역시 커다란 문제였다.


의정부시와 주민의견조사를 위한 ‘의견수렴위원회’ 구성 건으로 지리한 실무협상 공방이 계속되었다. 관건은 뉴타운 주민 찬반의견 조사를 결정할 검토위원회 위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였다. 시청에서 세칙 초안을 가져오면 우리는 내부토론을 거쳐 입장을 확인했다. 우리는 시장을 ‘의견수렴위원회’ 위원장으로 하여 책임을 지도록 할 것, 찬성측 반대측 각각 7명의 주민대표위원과 전문가 7명을 포함한 21~23명의 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것, 그리고 의견수렴방식은 지구별로 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나름대로 변호사의 자문도 구하고 현재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을 역임하고 있는 당시 진보신당 김상철 정책위원의 도움을 수시로 받았다. 그러면서 의정부시와 4~5차례에 걸친 협상을 진행했고 7월 중순 뉴타운 전수조사를 위한 위원추천에 합의했다. 찬반 주민대표는 위원 1명 당 100명 이상의 토지 등 소유자의 인감동봉 주민추천을 통해 위원을 추천키로 했다.



깊어져가는 주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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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 집회에 참석한 뉴타운 반대 주민들


뉴타운 반대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힘겨웠던 것은 같은 지역의 주민들끼리 서로 반목하고 척을 지게 되는 것이었다. 인간성이 돈 때문에 황폐해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다. 뉴타운은 그렇게 사람을 망치는 괴물이기도 했다. 반대운동이 거세지면서 혹시라도 찬성측 주민들과 충돌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였다. 목전에 돈이 왔다 갔다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방해하는 반대측 주민들을 곱게 볼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뉴타운 반대 홍보 운동을 펼치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뉴타운을 찬성하는 측에서 슬슬 시비를 걸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급기야 주민을 폭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4월 12일 금의2구역에서 뉴타운 반대 홍보에 앞장섰던 김옥강 여사가 뉴타운을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그 때문 전단지를 넣으러 갔지. 원래 그 금의 2구역이 반대세력이 가장 드세서 다들 ‘혼자 가면 안 된다, 꼭 몰려다니고 이번엔 두 패로 가자’ 이렇게 했는데. 그래서 안계영씨 차는 먼저 가고 우리는 걸어가니까 저만큼 가는데 갑자기 ‘싸우고 난리 났다, 발리 가보자’ 해서 후다닥 뛰어갔지. 가서 보니까 박모(뉴타운 구역 추진위원장)라는 사람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하고 있는 거야, 안계영씨 한테. 아들같은 사람이. 점점 삿대질을 하면서 칠 것 같이 달려드는 거야. 그리고 온갖 쌍욕을 해대는 거야. 개새끼 씹새끼 하면서. 그래서 내가 한 마디 했어. ‘저 사람이 저거 미쳤나, 어디 머리가 허연 사람에게. 야 이눔아, 너는 그러면 어디서 나왔냐?’ 그랬더니 그때서야 조금 주춤 하더라고. 그랬더니 그 옆에 2구역에 추진위원장 문00 그놈이 나를 뻔히 쳐다보더라구. 처음엔 그랬어.”


“그런데 그 다음에 또 가능동 사람들이 협조를 해가지구 전단지 돌리러 또 갔어. 한 다서여섯명이서 이 골목 가고 저 골목 가고 흩어져서 가는데 어던 놈이 안계영씨 방송차가 있는데 발을 바퀴에 집어넣고 술에 취해서 욕을 하구 덤비구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야 이눔덜아 니네들은 집 뺏기고 가만히 있겠느냐’ 그랬더니 그놈이 나한테 삿대질을 하면서 이 씹팔년이 그러면서 나한테 귀싸대기를 날려버렸어. 어이쿠, 센 주먹으로 사정없이 맞아서 눈 앞에 번갯불이 번쩍하고 아구가 돌아버린 것 같아 말도 못하고 추녀 끝에 한참 앉아 있었어. 입도 못 벌리겠고. 할 수 없이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고 며칠 입원했어. 밤새 너무 욱신욱신 쑤시고 아파서 잠도 못 잤지. 억울해서 뜬눈으로 새웠어. 전치 3주 나와서 그눔을 고소했는데 가진 건 하나도 없는 알콜 중독자야. 뉴타운 찬성측하고 맨날 몰려다니며 술이나 먹구 그런 놈이야. 결국 우리 대책위에서 병원비를 냈지.”


방송팀장이었던 안계영 어르신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신다.

“어휴, 내 생에 최고 고생해봤어. 객지생활 하면서 굶고 배곯으며 다녔어도 그렇게 고생해보진 않았어. 거 있잖아, 찬성측 애들. 금의2구역 방송 나갈 때 방송차 바퀴 앞에 발 집어넣고 시비 걸어서 경찰차가 출동해서, 그때부터 싸움을 거는데 깡패들이 들러붙어서 내 옆에 서서 ‘늙은이가 먹구 살 일 있냐구, 왜 떠들고 있냐구, 조용히 가서 자빠져 자라구’ 반말을 하구 욕하구 해서 9구역 박준호씨가 화가 나서 싸우다가 신고가 돼서 같이 끌려가구…. 그 당시 충격이 커서 집에서 잠도 못자고, 아 그래가지고 그 때부터 호신용 칼을 갖고 다녔어. 방송하는데 마음적으루 위안이 되거든. 최종엔 정당방위를 쓸 수가 있거든. 목숨 걸고 한 거야. 뉴타운 이거 진행되었으면 시청에서 할복하려구 그랬어. 이제 와서 그것마저 뺏기면 갈 데가 어딨어, 늙은이덜이…. 생활을 못하는데. 이건 상상조차 하기 싫어. 아 지금은 한 달에 300만원 주고 하라고 해도 못해! 허허! 반대운동 이거 사람이 헐 일은 아냐. 나쁜 놈들, 정치인들이 도둑놈들이지!”


검토위원회에 대비하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찬성측 역시 자기들 나름대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찬성측은 검토위원회 추진을 위한 실무협상 과정에서 조직을 정비하고 의정부 뉴타운 연합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각 구역별로 뉴타운을 추진할 채비를 본격적으로 갖춰나가며 뉴타운 반대에 대응하는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 대책위가 하고 있는 뉴타운 반대집회에 맞대응하는 집회와 방송을 시작했다. 집회 때마다 “목영대를 처벌하라!”며 나를 지목했다.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뉴타운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전단을 나눠주며 찬성홍보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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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영대를 처벌하라!” 뉴타운 찬성 주민 집회에서


그들은 네이버에 ‘의정부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만들고 여기서 뉴타운 반대투쟁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나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과 악성 댓글들이었다. “주민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진보의 탈을 쓴 썩은 정치인” 등이 그것이었다. 그들은 아내까지 들먹이며 인터넷을 활용해 온갖 악선전을 지속했다. 내가 속한 진보신당에 대한 공격도 그들의 단골메뉴였다.


그중에 정말 재밌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들이 내 집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정보를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는 인터넷에 “금오동에 대지 44평을 네 명이 나누어 지분을 확보, 본인 지분은 11평, 투기하려고 무허가 집을 경매받다”는 내용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웃고 지나칠 일은 아니었다. 나 개인에 대한 매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뉴타운 반대운동에 도덕적인 흠집을 내려고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표했다. 또한 사이버 대응팀을 만들어 뉴타운 찬성측의 사이버 홍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갔다.


내가 팔자에도 없는 ‘토지 등 소유자’가 된 사연은 따로 있다. 아내이자 동지인 최혜영이 2010년 12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 그 내막이 담겨 있다. 아마도 말주변 없는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는 최혜영의 글을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나의 주거잔혹사


나는 지금 의정부 금오동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다.

이 집은 현재 1층에 두 가구, 2층에 두 가구, 3층에 1가구 총 5가구가 살고 있다. 그중 우리 집은 3층인데 약 18평정도 된다. 전형적인 다세대 주택이다. 건평이 약 40여 평 된다.

이 집에 이사 온 것은 큰아이를 임신하고 배가 부를 즈음 그러니까 93년 봄쯤 이었다. 


그러니까 18년이 된 셈이다. 큰아이 나이랑 같은 햇수로 나이를 먹는 집이다.

93년 당시 가능동의 옥탑방에서 신혼살림을 하다가 친정엄마가 병환이 점점 깊어지고 해서 동생들과 돈을 모아 현재 살고 있는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 친정엄마, 아빠, 남동생과 같이 살기 위해 당시로선 방3개짜리 전세를 구하느라 이리저리 발품을 팔다가 전세2천만 원인가를 주고 막 짓고 있는 이 집에 계약을 했고 완공되자마자 처음 이 건물로 이사를 왔다.


당시 전셋값이 폭등하던 시절이었고 부동산업자, 건축업자들이 집을 지어 전셋값으로 메우던 시절이어서 나도 이 집에 이사 온 후 2년에 한 번씩 허덕이며 주인 눈치 보며 전세를 이백만 원씩 올려주며 살았다. 그러나가 몇 년 후 갑자기 주택시장이 하락하고 앞집에 살던 집주인이 어느 날 갑자기 짐을 싸갖고 도망가 버렸다. 


황망해 하던 우리 세입자들은 그제서야 건물 등기부등본을 띄어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등기 건물이었던 것이다. 시청 말로는 설계변경으로 건물 등기가 안 난 건물이라고 했다. 미등기 건물이니 당연히 서류상 집이 없고 우리는 무허가 건물에 살고 있는 셈이 되고 법적인 전세 보장도 될 턱이 없었다.


'세상에 등기도 나지 않은 건물을 해마다 전셋값을 올려 받다니. 그리고 주인은 도망가고.'

기가 막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을 줄 모른다는 불안감에 나와 세입자들은 주인을 찾아 헤매었건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 때 처음 가슴이 무너진다는 것이 무엇인줄 알았다.


‘어린 애들과 부모님과 길거리로 나앉는 것은 아닐까.’. 

걱정근심에 잠도 못 이루었고 ‘건물 등기부등본을 왜 그리 늦게 띄어보고 바보같이 전세를 올려줬을까’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다. 게다가 토지엔 채권자들이 각종 압류를 해놓은 상태였다.


이것저것 모두 포기하고 그냥 살다보면 해결되겠지 하고 살던중 어느 날 또 큰일이 터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은 미등기 되어 있어 압류가 들어오지 않았지만 우리 집 바로 옆집도 같은 주인이었는데 거기 세입자들은 가압류 되어 있던 집에 경매가 들어와 전세를 날리기도 하였다. 건물이 미등기 상태로 있었던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며 스스로를 달랬건만 이게 웬일? 우리 집의 토지가 경매에 들어갔다.


고민을 하다가 우리 다가구 세입자들이 모여 모두 회의를 하고 결국 세입자들이 토지를 낙찰받기로 했다. 토지 40여 평을 가구별로 어느 정도 배분해 낙찰 받아 공동소유로 하게 된 것이다. 그 돈은 어렵게 시댁에 하소연 하며 만들어 겨우 집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집은 없고 토지는 10여평 소유한 희한한 세입자가 된 것이다.


그러기를 몇 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갑자기 뉴타운으로 지정되었다고 했다.

아 이제는 제발 이사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다가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주변 땅값이 올라가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18년이나 살았으니 집도 매우 낡아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웠다. 집수리를 해야 할 것이 날로 늘어나고 가끔 천장에서 비도 새고 해서 이곳에 사는 게 정말 지겨워지고 있었다. 아이들도 노래를 불렀다. 제발 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그래서 뉴타운 되면 뭔가 아파트 하나 하늘에서 떨어지겠지 하고 어떻든 빨리 이 집에서 이사 가고 싶었다.


뉴타운 지정된다는 소식이 나고 그러기를 몇 년.

뉴타운 지정으로 인한 문제점 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원주민은 내쫒고 결국 부동산 투기꾼들만 이득을 보는 뉴타운이라며 남편은 급기야 뉴타운 대책위에 뛰어들었다. 나도 몇 차례 교육을 받아보니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몇 년씩 질질 끌며 집수리도 못하고 낡은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뭔가 타운이 조성되고 아파트가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부동산 경기가 지금처럼 안 좋은 시기, 게다가 시중가로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인근지역 공시지가인가 뭔가로 보상해준다고 하며 조합결성 및 추진과정에 여러 주민갈등의 문제들도 등장하고  결과적으로 원주민이 자기비용을 대출받아 아파트 분양권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 갖고 있는 재산도 없는 사람들에겐 뉴타운은 결국 허울 좋은 환상에 불과한 것이었고 삶의 터전만 빼앗기게 될 뿐이었다.


그저 살고 있는 집이나마 수리하거나 조금 개선해 손보고 사는 것이 훨씬 이득인 것이었다.

게다가 이후 전셋값은 폭등할 것이고 세입자들은 인근지역으로 밀려나갈 것이 확실한 뉴타운,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


이미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실패한 뉴타운이 경기도 그것도 의정부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동네 주민들도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었다.


특히 평생 일해서 작은 상가건물 하나 갖고 임대료로 생활하고 있는 노인층 원주민들의 경우 그런 생계형 임대료 수입은커녕 본인 추가 부담으로 아파트나 하나 받게 될 터인데 더더욱 원치 않은 일이었다.


엊그제 의정부에서 대규모 뉴타운 반대 주민집회가 열렸다.


약 4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남편은 중앙 일을 그만둔 후 실업급여를 받으며 뉴타운 대책위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집회준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니 오늘은 문자가 왔다. 


의정부시에서 주최하는 뉴타운 공청회를 주민들과 함께 방청하며 막아보고자 약 200여명의 주민들이 모였는데 그곳에서 항의하다가 공무원들에게 질질 끌려나와 내동댕이쳐져 병원에 누워있단다.


에고 나의 주거잔혹사는 언제나 끝이 날려나 끙~~




[ 목영대 (노동당 의정부 전국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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