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비핵화 시대, 핵 재처리 실험 전면 폐기하라
- 과기정통부의 파이로·고속로 사업 재개 결정을 규탄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UAE 바라카 핵발전소 건설 완공식에 참석해 “바라카 원전 건설의 성공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수주도 노력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노동당은 탈핵 전환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강력한 우려와 함께 핵발전 수출을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7일 핵확산 우려와 사고 위험, 혈세 낭비,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핵 재처리실험-파이로와 고속로 연구 개발 사업을 재개하는 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적정성 논란에 휩싸인 핵 재처리 실험-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 개발(R&D) 사업을 재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국회 과방위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과방위는 재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사업 재개를 협의한다.”라는 내용인데, 보고서가 비공개라는 이유로 정확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핵 재처리실험의 전면 폐기는 수년 동안 대전의 핵 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와 전문가, 탈핵 진영에서 주장해 온 사안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전환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업이어서 당연히 전면 폐기 혹은 전면 재검토를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7인의 사업재검토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사업재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지난 3월 5일 반대 측 전문가들의 사업재검토위원회 해체 요구와 보이콧 선언, 강력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찬성 측 전문가들만의 의견을 담은 이번 결정은 폭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전환이 거짓이며, 오히려 핵발전 확대와 무분별한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고통, 산적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 신규핵발전소 부지의 지정고시 해제 등 구체적인 행보가 없음을 지적해 왔다. 여기에다 최근 핵발전소 수출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은 실로 현 정부의 탈핵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진정한 비핵화와 평화는 모든 핵-핵무기와 핵발전을 폐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거 대표적인 적폐 중 하나인 핵마피아들과 한국원자력연구원 같은 기관의 전면적인 쇄신이 없이는 생태사회로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국회 또한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업에 혈세가 쓰이도록 관리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다. 이미 20여 년 동안 7천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파이로-고속로 사업이 어떤 결과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을 질책하며 전면 재검토를 위한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 핵 재처리실험의 중요한 전제이자 출발인 고준위 핵폐기물-핵쓰레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미 국내 핵발전소 임시 저장고에 쌓인 핵폐기물이 1만 5천여 톤에 이르며, 월성 핵발전소가 2019년에 포화에 이르는 등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고준위 핵폐기물이라는 난제를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급선무이지 2020년까지 연구를 연장해 달라는 무책임한 요구를 들어줄 때가 아니다.
핵발전소 주변 지역민들과 대전 주민들은 핵쓰레기, 핵 재처리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 후쿠시마 7주기 사전 퍼포먼스로 핵폐기물 모형 택배를 보낸 바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함께 논의하자는 이 퍼포먼스에 대한 정부와 경찰 당국의 대응은 공무집행 방해라는 범죄 혐의를 덧씌우는 것뿐이었다.
이 일련의 해프닝은 현 정부의 강력하고도 분명한 탈핵 전환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탈핵 공약을 철저하고 조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졸속적인 핵 재처리실험 강행과 탈핵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을 멈추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노동당은 핵 재처리실험 중단과 완전한 탈핵을 위해,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투쟁을 지지하며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비핵화 시대에 핵 재처리실험은 기만이다. 즉각 중단하라!
문재인 정부는 당장 핵발전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핵쓰레기 해법 없다, 파이로·고속로 연구를 폐기하라!
국회는 파이로·고속로 예산 집행을 중단하고, 국민의 목소리와 안전을 면밀히 검토하라!
과기정통부는 졸속, 파행 사업재검토위 운영에 대해 사과하고, 보고서를 즉각 공개하라!
2018년 3월 29일
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