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위원회 노동절 논평
5월1일 하루가 아닌 일상을 노동자로
- 131주년 노동절을 맞이하여
우리는 평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이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그러다, 일상이 멈추는 순간이 온다.
어떤 사건, 사고 때문일 수도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갑자기 든 생각 때문일 수도 있으며, 이도 저도 아니지만 어쨌든 그 순간 이후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균열의 순간이 온다. 그러한 균열은, 한순간에 생기기도 하며, 오랜 기간 쌓여 왔던 것이 마침내 드러나며 생기기도 한다.
노동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균열의 지점은 내가 노동자라는 의식이 생기는 것일 것이다. 그 계기는 다양할 수 있지만, 노동자라는 의식을 가진 노동자는 그 이전의 생활인으로서의 노동자와는 다른 존재가 된다.
강릉에 있는 중장비 선회베어링을 만드는 회사인 신일정밀은 설립한지 40년이 넘은 회사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의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긴 것은 2000년도의 일이다. 그 이래 부딪힘은 있었지만 사측과 그럭저럭 지내오다, 노조파괴를 전문으로 하는 노무사가 경영고문으로 들어오며 마찰이 커진다. 그러다, 작년 8월 금속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하고, 8 ~ 9월 고용노동부 강릉지청이 실시한 현장 안전점검에서 수십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나오자, 9월 18일 대표이사가 ‘경영철학이 훼손’되었다며 폐업을 공고한다. 이후 신일정밀 노조는 10월 23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 반년이 넘는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이 순간에 사업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 사업장 내에서 투쟁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 그리고 다가올 투쟁을 준비하는 노동자들은 내가 노동자라는 각성을 거쳐 진짜 노동자가 된다.
오늘은 131주년 노동절이다.
오늘 또 한번 노동절을 맞이하며 또 다른 많은 노동자들이 내가 노동자임을 자각하는 그 균열의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노동존중을 정권을 치장하는 구호로나 사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변함없이 자본과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실제로는 노동자지만 노동자로 대접받지 못하는 각종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같은 노동자로서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
2021. 5.1
노동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