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신자유주의적, 반자치적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난 8월 28일 민주당은 현행 광역시-시․군․구-읍면동으로 이어지는 3단계 지방행정 체제를 개편하여 70개 정도의 광역자치단체로 통폐합 하는 행정체제개편을 18대 첫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화답하여 8월 31일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허태열 의원은 민주당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행정체제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바야흐로 촛불시위로 극단적 대결양상으로 치달았던 양당의 관계가 행정체제개편을 출발점으로 하여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구태의연한 ‘대연정’이라는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은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체제개편은 이미 2006년 2월 노무현 정권에서 민주당이 광역시도 및 시․군․구를 통폐합 하여 70여개광역단체로 하는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한나라당의 반발, 다른 한편으로 현행 서울시에 대한 4개 권역으로 분할 등의 논란이 증폭되면서 개편 논의가 전면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정기국회를 앞두고 행정체제개편 문제에 대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정확히 합치되고 있다. 양당이 이전에 보여주었던 정치적 대결 양상과 너무나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동상이몽’이 숨어있다.

 

행정체제개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행정 효율성을 근거로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각기 목적을 달리하는 적나라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권이 지향하는 신자유주의적 보수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집권초기 촛불시위의 강력한 저항이 가져온 ‘정권붕괴’상황을 수습하고 가시적 성과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정체제개혁을 말하고 있다면, 민주당은 지난 노무현 정권 시기 정치적 의도의 연장선상에서, ‘전국정당화’와 연계된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구 개편이라는 정치적 수단으로 행정체제개편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보수양당의 발상은 공통적으로 효율성을 내세웠다는 차원에서 지극히 신자유주의적이고 정치공학적인 반면, 문제설정에 있어서는 반자치적, 반민주적 무지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 지방과 관련되어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는 ‘행정체제개편’이 아니라, 지방자치와 지방민주주의 심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시행 13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방은 지방자치제도 시행 초기에 발생했던 의회와 단체장의 비민주적 관행과 불법 및 탈법행위, 부정부패 등 온갖 문제가 현재까지 끝없이 되풀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제도가 원래 해당 지역 주민 참여를 통한 주민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을 주민 자신이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기초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지방자치의 실상은 주민의 참여와 자주적 통치는 배제된 채 지방유지와 토호들의 사익 추구 행위가 공공연히 정당화되고 이들에 의해 지방자치는 정치적 사교클럽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따라서 이들 양당이 논의하고 있는 행정체제개편은 지방자치의 원래 목적 및 현실과 괴리된 반민주적, 반자치적 공모관계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진보신당은 시기적으로도 보수양당이 추진하려 하고 있는 행정체제개편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경제에 대한 ‘9월 위기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서민경제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환율폭등, 무역수지적자 등 대외경제여건은 IMF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수양당이 제기한 행정체계개편 논의는 소모적인 논쟁만을 불러 일으켜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를 2년 정도 남겨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행정체제개편 논의는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으로 만신창이가 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을 초래할 것이다.

 

진보신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보수양당이 추진하기로 한 신자유주의적, 반자치적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물론 진보신당은 장기적 차원에서 국가의 청사진으로 제시되는 행정구역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동의를 표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보수양당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제기하는 광역시도 및 시․군․구 통폐합을 통한 70여개 광역단체로의 개편이 아니라, 실질적인 민주주의 강화와 주민의 참여, 자치를 보장하는 ‘행정체제의 세분화’가 개편의 핵심이 될 것이다.

 

 

2008년 9월 1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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