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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 문재인 대통령 시대를 맞이하여


많은 사람의 예상과 최소한 그만큼의 사람들의 바람대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우선 문재인 후보에게 당선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는 것은 의례적인 것이 아니다. 그건 그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이다. 그가 어떻게 그 자리에 설 수 있었고, 어디를 봐야 하는지, 우리는 말을 나누고자 한다.

 

1년 전만 해도, 아니 10개월 전만 해도 저주받은 듯이 보이는 이 땅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이곳의 사회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 상태를 드러내는 말이기도 했다. D. H. 로런스를 따라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인 시대"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섬세한 작가는 곧바로 이렇게 덧붙였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길게는 어디로 잡아야 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지난 가을 이후 우리는 현 상태를 거부하고 "새로운 작은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누가 누구의 페르소나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두 사람과 '악의 평범함'을 잘 보여주는 몇몇 인물에 대한 우리의 주술적인 공격은 작은 희망을 품기 위해 우리가 건너야 했던 불의 강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강을 건넌 것만이 아니었다. 강을 건너는 우리 자신이 다리가 되어 우리의 정치계급이 불의 강을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변방에서 출발했기에 옷을 적시거나 태우지 않고 강 건너에 도착한 인물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어쨌든 아직 우리에게는 '새로운 정치'의 시간이 도래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 사회가 주술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현 상태에 대한 합리적인 진단과 적극적인 대안은 광장에서조차 주변의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쯤에서 반성의 고백을 하는 게 필요하리라. 사실 우리는 대통령이 두 번 바뀌는 시간 이상 신자유주의의 위기, 생태적 위기,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위기에 대해 지적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경제 모델과 정치적 민주주의, 사회적 관계의 재구성에 대해 말해 왔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누가 말하는가, 그리고 언제 말하는가가 중요했다. 우리는 우리의 사회적 처지와 정치적 능력에 맞지 않는 말을 해왔던 셈이다. 누군가 우리를 보고 조숙하다고 한다면 아마 그건 칭찬일 것이다.

 

새로운 정치의 시간이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의 과정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곁들여졌다 해도 경로의존성이라는 말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과정을 밟아갔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문재인 후보의 '적폐청산'이라는 슬로건일 것이다. 당연히 적폐청산은 우리가 겪어야 했던 주술적 사회와 이에 대한 우리의 주술적 공격만큼이나 모호한 것이다. 우리는 적폐청산이라는 말을 그 자체가 하나의 목표라기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와 주장이 경합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한 조건이라고 본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중의 과제가 있는 셈이다. 하나는 그가 천명한 적폐청산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방금 말한 것처럼 민주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권력 구조의 개편이나 선거제도의 개혁은 이를 위한 방도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우선 결선투표제와 전면 비례대표제를 주장한다. 이는 특정 정파의 주장이 아니라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서도 나타난 다양하고 의미 있는 목소리를 정치 제도가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시대의 요청이다.

 

다른 하나의 과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가치와 다양한 정책을 구현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 그가 비서실장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것을 믿는다. 그렇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다만 우려되는 일은 지난번 선거 패배에 대한 나름의 평가에 기초한 것이겠지만, 넓게 선거대책위와 팀을 꾸리면서 내적으로 서로 충돌하는 가치와 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조율되고 실현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협치'라든지 '통합'이라든지 하는 명분으로 뒤섞어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럴 경우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도 평가조차 할 수 없는 아노미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지난번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들고 나왔던 모토를 떠올리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이 먼저다!' 이에 대해 이 자리에서 자연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비판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날에는 목숨을 건 도약'이 필요하다고 충고할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고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노동시간 관련 공약은 과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인가? 그리고 노동시간의 반대편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시간과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가?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의 시대, 그리고 포스트 후쿠시마 시대에 탈원전, 에너지 전환, 기후 정의와 관련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작지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의 목록은 한없이 길어질 것이다.

 

하지만 후보 토론회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을 사실 불길하다. 동성애 관련 발언과 같이 시대착오적인 태도는 말할 것도 없고, 주로 대통령이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이 시대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두리뭉실한 태도는 심하게 말해 우리가 왜 불의 강을 건너야 했던가를 회의하게 한다. 명료한 태도와 입장을 보이기를 권한다.

 

언제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던가! 실제로도 돌아보면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다만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자리를 얻었을 뿐이다. 지금은 다른 나라의 정치를 따라가는 처지에 있긴 하지만, 한때 혁명의 나라였던 프랑스는 100년 간격으로 자신의 나라를 제대로 진단하는 두 사람의 보수적인 논객을 가졌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2월 혁명 전야에 '우리는 화산 지대를 걷고 있다'고 말했으며, 레이몽 아롱은 프랑스의 정치 질서가 이제는 안정화되었다고 생각한 1970년대 말에도 이런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이 국민은 얼핏 보기에 조용하지만 여전히 위험하다."

 

우리는 토크빌의 말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롱의 말은 이렇게 수정할 수 있다. '이 사회는 겉보기에 조용하지만 진짜로 위험하다!' 그러니 이런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축하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위험한 사회가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때, 그때야 비로소 서로가 서로를 축하할 수 있을 것이다.

 

(2017.5.10.,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안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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