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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사진 _ 이상엽 사진작가)



  “지금도 노동당 당원이세요?”, 또는 “아직 노동당에 남아 있어요?”라는 물음을 종종 듣는다. “그렇다”고 대답하기보다 가볍게 웃고 넘긴다. “지금도...”라거나 “아직 남아...” 등의 언설은 ‘최고 형태의 정치 결사체’인 정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당원에 대한 예의 이전에 말이다. 이 ‘예의 없음’은 한국의 진보정당의 위상과 진보정당에 대한 시각이 한참 잘못되어왔다는 점을 드러낸다. 가령 프랑스의 사회당원에게나 영국의 노동당원, 또는 독일의 좌파당원에게 “지금도...”나 “아직 남아...”와 같은 질문은 그 자체로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에 아직 진보정당과 민주노조의 합법적인 공간이 서 있지 않았던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내 생전에 그런 공간이 마련된다면...!”하고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렜던 적이 있었다. 그러므로 프랑스에서의 20여 년의 정치적 난민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근무를 시작한 언론사의 노동조합에 가입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죽는 날까지 민주노동당의 평당원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 판단에 민주노동당에서 앞서 말한 ‘최고 형태의 정치결사체’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해야 했고 그것이 지금 노동당의 전신인 진보신당의 당원이 된 계기가 되었다. 그 뒤 나는 내가 있을 자리에 계속 있을 뿐이다. 그런데 걸핏하면 “지금도...” “아직 남아...”등의 말을 듣는다.
  나는 스스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센 강변에서 소멸되었을 존재임을 안다. 파리에서 작은 식당이라도 차릴 만한 돈이 수중에 있었더라면 지금쯤 비교적 안락하게 소멸했거나 소멸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어쭙잖지만 사회적 발언을 하게 된 게 거의 우연의 결과라는 뜻이다. 귀국하면서 “센 강변에서 소멸했을 존재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만나고 쓴다.”고 마음먹은 배경 중 하나다. 주변에서 노동당에 대해 정치적 발언권이 약하고 존재감이 없다고 말할 때, 나는 오히려 내 정체성에 들어맞는다고 느낀다. 내가 마조키스트가 아니라는 걸 굳이 밝혀야 할 것 같다. 
  적잖은 사람들이 ‘현실’을 말한다. 그렇다. 현실이 중요하다. 그런데 인민이 처한 현실이 중요하지, 정치인의 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보나 좌파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보기에 인민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는데 진보를 표방한 정치인들의 현실은 자주 변했다. 다시 말하자면, 자본주의사회 아래 모순은 더욱 교묘해지고 심화되는 그만큼 인민의 현실에 변화가 있을 뿐 그 근간에는 변화가 없었는데 이들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진보정당에는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이 있었다. 그 결과는 지리멸렬이었지만 진보 진영 안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세력에게서 반성적 성찰을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노동당이 진보진영에서도 소수정당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걸 나는 안다.  
  그렇지만 나는 노동당이 표방한 정책 노선이 인민이 처한 현실에 가장 적절한 대응이라고 판단한다.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기본소득이 그것이다. 나는 내 이성과 감성으로 노동당 당원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치결사체의 최고형태라는 점이 부정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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