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당 위원장의 편지] 화냅시다, 바꿉시다 - 2016년을 행동하는 분노의 해로
[경기도당 위원장의 편지]
화냅시다, 바꿉시다 - 2016년을 행동하는 분노의 해로
안녕하십니까.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15년이 가고 2016년이 왔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일부 탈당이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고, 후회까지 걸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저로선 안타까울 뿐입니다. 새로이 입당하는 분들도 꾸준히 계신 노동당은 예상대로 13,000 당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새로이 당을 정비하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기도당 역시 헌신적인 당원동지들이 저마다 맡은 역할에 충실히 임하며 마음을 모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화나는 시대입니다
연말에 발표된 통계를 보니 한국 노동자 평균 연소득이 3,20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8,000달러 가까이 되니 환산하면 얼추 비슷한 평균처럼 보입니다. ‘아, 우리 집은 평균은 되는구나’, ‘와, 우리 집은 평균보다 높구나’, ‘에이, 우리 집은 평균도 안 되네’,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만, 사실 이것은 더욱 참담한 수치입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 임금노동자 중 절반의 평균 연소득이 2,000만 원 이하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을 환산하면 3천 수백만 원인데, 이건 ‘1인당’입니다. 그럼 볼까요. 2인 가족은 6,500만원 소득을, 3인 가족은 1억 가까운 소득을, 4인 가족은 1억 수천만 원의 소득을 얻는 것에 준하는 경제규모라는 지표가 1인당 국민소득입니다. 위에서 말한 세 종류의 반응 자체가 허망해집니다. 실제로 그런 가구가 얼마나 됩니까? 전체 노동자 중 절반은 그 평균 연소득에도 한참 못 미치는데 이건 무슨 연유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쓰는 말 중에 ‘비정상의 정상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봅시다. 상위 10%가 금융자산, 부동산자산의 66%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위 50%의 자산은 2%에 불과합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연소득 2,000만 원 이하 노동자가 47.5%입니다. 전체 노동자들 중 절반의 월 소득이 166만 원 이하이고, 갈수록 늘어나는 비정규직은 한 달 평균임금이 143만 5천원입니다. 더 기막히게도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씩 일하고 100만원 남짓 받는 사람들, 우리, 그리고 바로 내가 얼마나 많습니까.
더 해볼까요. 작년에 30대 대기업 임원들의 평균연봉이 공개되었습니다. 1년에 83억 3천만 원을 받는 삼성전자 임원 한 사람의 연봉이면 최저임금 1만원이라도 적용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람이 400명 이상 생겨납니다. 삼성전자 임원 수가 천 명 남짓이니 단순히 계산하면, 단 천 명이 무려 40만 명분의 소득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초고액 연봉을 반으로만 줄여도 최저임금 1만원 일자리가 20만, 정규직 수준의 일자리는 10여만 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비정상 아닙니까?
이 진정한 비정상의 정상화 대신,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야 신규채용을 늘릴 수 있다 하고,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이 어려워진다며 6,030원으로 묶고, 명예퇴직과 정리해고를 일삼고 있습니다. 수백 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재벌은 그대로 두고서 노동개악을 상사시키지 못하면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고 공갈협박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소수가 지배하는 헬조선, 맞습니다. 극소수가 부의 태반을 차지하고서 노동개악 안 하면 경제가 망하고 청년일자리는 없다고 협박 하는 헬조선, 맞습니다.
‘10년 후에 무얼 먹고 살지 두렵다’라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진심으로 나라걱정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수출주도성장과 부채의존소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으로 노동개악을 제시했습니다. 노동유연성을 심화시켜 기업을 유지하고,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비정규직을 증대시킴으로써 총고용의 양을 늘리려 합니다. 그러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기획입니다. ‘위안부 야합’의 대상인 일본의 아베정권과 일본 재계마저 최저임금을 1만 엔 수준으로 인상함으로써 내수기반을 유지하려는 마당에 한국은 기득권을 유지한 채 현 시스템을 연장하고자 막다른 골목으로 가겠다고 합니다.
20세기 초반에 경제 불황에 빠져 있던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지금의 초강대국의 기틀을 잡았다. 그런데 미국이 산업을 팽창시키던 참전 초기에 전쟁터에서 사망한 전사자들보다 군수공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수가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한국도 마치 전쟁을 앞둔 것 같습니다.
마음껏 화냅시다. 바꿔야 하니까요.
대안은 내수기반경제와 가처분소득증대입니다. 장기 저성장 구조를 확인한 노동당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최저임금 인상과 기본소득 지급을 정책으로 다듬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당한 요구와 대안을 가지고 2015년 하반기에 민중총궐기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뭉쳐 싸웠습니다. 이 싸움의 앞줄에 섰던 노동당, 그리고 늘 함께 움직인 경기도당에게 돌아온 답은 공안탄압입니다. 도당위원장은 두 차례나 경찰에 체포․연행되었고, 부위원장들과 당협위원장들도 경찰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천동설 신봉자들인 양 자기들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권력자들은 역사교육도 제 마음대로 하려 합니다. 젊은 세대의 지지를 못 받는 이유가 역사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렇습니까? ‘광우병 사태와 촛불’ 때문이고, 사대강 사업 때문이고, 세월호 참사 때문이고, 청년 실업 때문 아닙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뿐만 아니라 국어사전도 새로 쓰고 있습니다. 개혁, 그게 개혁입니까? 정상화, 그게 정상화입니까? 심지어 혼이란 단어까지 다시 정의하더군요. 혼이 나간 대통령, 우리가 혼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살찐 재벌과 후진-정권에 온몸으로 맞선 정당이 노동당입니다. 살인적인 경찰폭력과 재앙적인 노동개악을 막아내지 못하면 우리사회의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 있는 정당들 중 무언가를 한 정당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단언컨대 없습니다. 물대포 경찰을 앞세운 무대뽀 정권, 부자정당 새누리당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또한 권력투쟁 속에서도 시대에 역행하여 비례대표 축소에나 동의해준 밥그릇야당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무책임국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개악에 관해서도 언제 야합국회를 만들지 모릅니다.
경기도는 어떨까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구)새정연이 손잡은 경기연정을 좋은 사례로 홍보해왔습니다. 지방자치의 모범사례 운운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준예산 사태를 초래하며 중앙정치 종속성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저는 ‘경기연정은 주민의 삶에 긍정적 실효를 끼치는가?’, ‘경기연정은 한국 정치와 사회 변화에 유익한가?’, ‘아니라면 보수정당 담합 모델에 그치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한계를 논하고 깨야 할 구조 아닌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안을 준비해가겠습니다.
그리고 2016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총선준비위원회를 꾸려 대비를 논해온 노동당이 곧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합니다. 좌고우면하는 다른 세력들과 달리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분명한 태도를 견지하되 보다 넓은 틀의 선거 대응을 위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경기도당에서는 고양파주당협 위원장인 신지혜 후보가 고양시 덕양갑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신지혜 후보는 해당 당협만의 후보가 아니라 경기도당의 후보이고 노동당의 후보입니다. 신지혜가 우리이고, 우리가 신지혜라는 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비례대표 선거도 중요한 4월 총선은 단발적인 결과만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 가깝게는 2018년 지방선거를 경유하는 중장기 기획의 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좌파정치의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가기 위한 중요한 걸음입니다. 긴 안목과 애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차근차근 바꿔가야 합니다.
2016년을 행동하는 분노의 해로
아직도 많은 분들이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백남기 님은 여전히 병상에 계십니다. 얼마 전에 협상타결을 선언하였으나 고인이 된 쌍용자동차의 많은 해고노동자들은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갇힌 배로, 폭력의 대상으로, 정처 없는 사람과 그 가족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하지만 좌절과 절망은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정치를 바꾸고 사회를 바꿀 사람들은 ‘화내는 사람들’입니다. ‘행동하는 사람들’뿐입니다. 뉴욕과 유럽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인 운동의 공통점도 ‘분노와 행동’에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분노를 행동으로 조직하는 사명이 노동당과 당원동지들에게 있습니다. 노동자 서민이 다수입니다. 다수가 이기는 세상을 만드는 길, 우리가 앞장서야 합니다.
2016년엔 화냅시다, 화를 내야 합니다.
바꿉시다, 바꿔야 합니다.
2016년을 행동하는 분노의 해로 만듭시다.
2016년 1월 9일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
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