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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원 주고, 15만 앞에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눈물의 기타 '콜트·콜텍' 일본원정기③] 후지록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
                                                                                 이선옥 (okyunjuya)

후지록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에 다녀왔다.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과 함께 원정투쟁을 하기 위해 나선 길이다. 자유와 저항의 상징인 록(Rock)으로 무장한 뮤지션들과, 기꺼이 즐기고 구르며 일상을 탈출할 준비가 되어있는 관객들의 축제.

십오만 명이 다녀간다는 거대한 축제에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빨간 금속노조 머리띠를 두르고 다녔다. 투쟁조끼와 머리띠를 두른 나이 지긋한 노동자의 모습은 물 위의 기름방울처럼 낯설었지만, 축제는 그조차 퍼포먼스로 휘감을 만큼 뜨거웠다.

원정투쟁단은 한 여름 밤, 꿈같은 2박 3일을 보내러 온 낯선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목청 높여 '노우, 콜트!'를 외쳤다. 우리는 축제가 끝난 후에도 그들의 일상에 우리의 외침이 들어가길 바랐다.

하지만 2박 3일 짧은 기간 어느 찰나라도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의 아픔이 그들에게 전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어느 날 갑자기 대면한 낯선 사람들의 사연이 갑자기 내 일상을 지배할 순 없을 테니까. 죽을 때까지 모르고 지나치는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들의, 어떤 아픔이 한 둘이겠는가.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아픔이 국경을 넘어 누군가의 가슴에 한 순간이라도 머물렀다면 그 또한 대단한 인연이 아닐까 싶다. 어느날 나에게 날아와 꽂힌 어느 팔레스타인 아이의 슬픈 눈동자처럼.

찰나라도 아픔이 전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 후지록 페스티벌 가는 길 나에바 산에 도착해 캠프장으로 가는 길. 진흙투성이 산길을 30분 넘게 걸었다.     ⓒ 이선옥

후지록페스티벌은 15만 명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행사다. 해마다 여름의 가장 절정기에 3일 밤낮으로 열리는데, 올해는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가 축제 기간이다. 페스티벌 시작 하루 전날인 7월 29일 우리 원정단은 아침 일찍 짐을 싸들고 도쿄를 출발했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은 도쿄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니가타현의 나에바 산이다. 깊은 산 속에서 열리는 축제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단다. 산자락에 텐트를 치고 자야 하고, 날씨는 아주 변덕스러우며, 모기, 거머리 등 온갖 벌레들이 엉겨 붙을 거라 한다. 텐트와 선전물과 식량을 싸들고 지하철과 국철과 신칸센을 갈아타 4시간 만에 나에바 산이 있는 '에치고유자와'역에 도착했다. 한적한 시골 마을인 유자와 역은 후지록페스티벌 깃발과 형형색색의 젊은이들로 잔뜩 들떠 있었다.

역 광장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비가 떨어진다. 우비를 꺼내 입고, 짐을 갈무리하고 한 시간쯤 기다려 겨우 버스를 탔는데,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나에바 산에 도착했을 때는 비바람이 거세게 몸을 때린다. 식량 상자와 선전물, 텐트, 옷가지들이 들어있는 가방은 순식간에 다 젖고, 노트북이며 온갖 장비들도 물 젖은 솜이 되어버렸는데, 그 상태로 진흙탕인 산길을 걸어 2시간을 또 기다려서야 겨우 입장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한국 돈으로 60만 원 넘게 주고 산 티켓이다. 노동자들이 힘들게 농사 지어 고추 따고, 마늘 따고 장아찌랑 고추장 된장 만들어서 마련한 돈. 뮤지션들이 노 개런티로 2년 넘게 공연에 나서준 덕에 모을 수 있었던 소중한 돈.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어 식량도 싼 것으로 준비해 오고, 어지간한 것은 돈 들이지 않고 해결하도록 바리바리 짐을 싸왔다.

그 짐들이 다 물에 젖어 식량은 진흙바닥에 뒹굴고, 텐트를 칠 산자락까지는 30분을 걸어야 하는 난관.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쳐야 할 텐트가 10개. 첫날부터 만만치 않은 시련이다. 악명 높은 후지록의 날씨를 체험하는 것으로 첫날밤을 보냈다. 벌써 지치기 시작한다.

액세서리여도 좋아


▲ 산자락을 뒤덮은 텐트들 후지록 페스티벌의 공식 숙소인 산자락의 텐트촌. 사진에 담지못한 텐트가 어마어마하다.     ⓒ 이선옥

후지록페스티벌의 첫날이자 우리에겐 둘째날인 7월 30일 아침, 날씨가 갰다. 텐트를 나와 둘러보니 밤새 늘어난 텐트가 엄청나다. 태어나 처음으로 텐트로 뒤덮인 산을 봤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서 다 모여들었을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고생이지만, 제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사서 고생을 즐기는 이 사람들은 뭘까. 물이 차오른 텐트에서 비닐 하나만 몸에 두르고 오들오들 떨며 잔 터라 모두 몰골이 말이 아니다. 이 즐겁고 거대한 축제 숲에서 우리 원정단 6명만 섬처럼 떠있는 것 같아 잠시 우울해진다.


▲ 원정단의 발연기 4박 5일동안 혹사당한 발들을 모아 기념촬영을 했다.
ⓒ 이선옥

후지락의 난관은 날씨만이 아니다. 우리가 주로 활동해야 하는 엔지오(NGO) 빌리지는 텐트에서 꼬박 30분을 걸어야 한다. 그것도 진흙탕에 자갈 박힌 산고개 길이다.

어디를 가든 고개를 몇 개 넘고 수만 명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사이를 헤치며 걸어야 당도할 수 있다. 이동한 거리를 헤아려보니 하루에 최소 6킬로미터는 걸어 다닌 셈이다. 게다가 날씨가 오락가락해 비라도 확 쏟아지면 걷는 것도 힘들다. 샌들은 진흙탕에 빠져 엉망이고, 발은 벗겨져 금방 부어올랐다. 발을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은데 서로가 어젯밤 비바람과 벌인 사투를 무용담 하듯 뱉을 뿐, 모두 힘든 내색은 하지 않는다.


▲ 콜트·콜텍 부스 엔지오 빌리지에 콜트·콜텍 부스를 차렸다.    ⓒ 이선옥


▲ 관객들의 응원 메시지 엔지오 마을의 콜트·콜텍 부스를 찾은 일본 관객들이 응원 메시지를 적었다. 많은 관객들이 부스를 찾아 힘내라 응원해주고, 사진도 찍어줬다.     ⓒ 이선옥

엔지오 빌리지 부스 한 켠에 일본의 빈곤운동 단체와 천막을 함께 쓰게 되었다. 후지락에는 공연을 위한 스테이지 외에 엔지오 빌리지가 있어 엔지오 단체들이 부스를 차리고 활동을 한다. 몇 해째 이어 온 전통이라는데, 관객들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엔지오 빌리지가 있는 페스티벌도 거의 없다 한다.

그렇다고 후지락을 진보적인 축제라 하지는 않는다. 이 거대한 행사를 치를 정도로 진보가 힘이 있다면, 혁명도 상품으로 소비하는 세상이 오진 않았을 테고, 오늘 일본 사회가 이렇게 답답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엔지오 빌리지도,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시위도 구색처럼 액세서리에 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색조차 갖출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축제들 사이에서 이런 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면 그건 다행한 일이다.

장기투쟁 1200일, 햇수로 4년.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한다. 어디라도 불러주면 가야 하고, 말하라면 해야 한다. 4년을 싸운 노동자들에게'선택'이란 말은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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