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문] “쉬운 길이었다면 나서지도 않았을 사람들에게”
“쉬운 길이었다면 나서지도 않았을 사람들에게”
힘든 선거에 다양한 방법으로 힘을 보탠 당원동지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경기도당 선거의 책임자로서 허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낡은 정치와 나쁜 경제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선거여야 했습니다. 부자들만의 경제, 밥그릇싸움과 정체불명으로 점철된 후진-정치에 균열을 낼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거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패배였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얻은 비례대표 전국 득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에 비하여 1/3로 낮아졌으며, 경기도에선 1/2 수준에 그쳤습니다.
노동당 재창당 이후에도 지속된 진로논쟁과 일부 세력의 이탈 그리고 복수의 야당 등장으로 인하여 조건과 정세는 2년 전보다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새로운 대표단과 경기도당 집행부가 구성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맞은 총선은 무척 힘든 싸움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절박함으로 나서야 했던 선거였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손에 들려진 성적표는 무겁기만 합니다.
그러나 잊지 못할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경기도당의 출마지역 집중지원 방침에 따라 모든 당원협의회들이 동참하여 목표한 지원금을 달성했습니다. 당원협의회별 당원집중의 날을 운영하여 선거기간 내내 경기도 전역에서 당원들이 출마지역으로 모여들었고, 각 지역에선 14번 피켓을 들었습니다. 또한 당원들의 어린 자녀들부터 60대 신입당원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건강이 좋지 않은 당원들마저 몸을 아끼지 않은 장면들은 미안함과 감동을 함께 남겼습니다. 우리 동지들께서는 유례없이 진정한 선거-운동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의당 대표와 새누리당 후보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 강한 상대들과 맞붙은 4자 구도에서 고양시갑 신지혜 후보와 선본은 끝까지 분투했습니다. 덕분에 당과 후보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하였고, 비례득표에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른바 진보정당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의 폭언과 반말 사건 속에서도 우리 신지혜 선본과 운동원들은 끝까지 예의를 지켰고, 존엄을 잃지 않았습니다.
노동당 경기도당에게 이번 총선의 목표는 “2018년 지방선거로 가는 중기기획 중 하나로써, 조직적으로 선거 과정을 통하여 당 조직의 활성화와 새로운 정치주체를 발굴하고, 정치적으로 차별화된 의제 전면화와 신선한 인물의 인지도 제고라는 결과에 의하여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에선 의미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는 반면, 경기도 전체의 득표율로 볼 때에 크게 부족했음을 인정합니다. 더구나 당 전체와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자명합니다.
‘무거운 과제’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당의 역사와 노선을 계승하되 ‘완전히 새로이 시작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변혁을 외치면서 정작 당 안에서는 변화와 실험보다 안전을 선택해온 우리에게 되돌아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후 과정에서 ‘모든 당원들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모으는 과정’을 반드시 밟아야 할 것입니다. 경기도당 역시 꼼꼼한 선거평가와 재정비를 거쳐 2016 정기대의원대회가 승인한 사업계획을 차분하고 착실히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1935년에 출발하여 1만 5,000킬로미터를 행군한 중국 홍군이 1936년에 자리를 잡았을 때에는 주력군 8만여 명 중 십분의 일에 불과한 8천여 명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대장정이라 불리는 이 신화는 사실 패퇴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의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쉬운 길이었다면 나서지도 않았을 사람들, 바로 당원동지들에게 존경과 감사 그리고 책임과 사과의 마음을 담아 허리를 숙입니다.
2016년 4월 18일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
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