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위원 출마의 변] 이제는, 익숙한 것들을 의심해야 할 시간입니다.
[전국위원 출마의 변]
이제는, 익숙한 것들을 의심해야 할 시간입니다.
투쟁현장에서, 사회운동현장에서, 사회 곳곳 소외받거나 배제된 이들이 있는 곳에서 당원들은 왜 그리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당원이라는 신분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행동들임에도 ‘미련하다’는 주변의 눈총을 감수하며 당원이라는 신분을 부여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의 지지를 받는 좌파정당 하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원들의 바람이 무색하게 우리 당이 처한 현실은 냉혹합니다. 0.38%의 지지율과 줄어드는 당비 내는 당원들, 무너져가는 당협들, 줄어드는 당 발전이나 혁신 논쟁들, 이렇다 할 대안을 전당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의 지속, 그래서 당장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그 일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심리의 팽배. 어쩌면 우리는 ‘우리 당이 처한 상황에 대한 답변들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우리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돌아봐야 하는 물음입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혁신이고,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우리 노동당의 전망입니다. 그래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반드시 당 전체의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당 대표단에게만 내 맡기고 있습니다. 진단도 대안도 당 대표단에 의해서만 제출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어느 것 하나 변변치 못한 우리 당의 상태를 고려한다면, 당이 반드시 답해야 하는 물음이 생겼을 때 당의 각 기구들이 함께 답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국위원회는 최고의 활동역량과 의지를 가진 이들이 모인 곳입니다. 이곳에서 당이 처한 위태로움을 논하고, 대안을 논하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가능해지지 않는다면 어떤 곳에서 가능할까요?
저는 전국위원 보궐선거(김포, 과천의왕, 광명, 군포, 부천시흥, 안산, 안양당협)에 출마하면서 당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전국위원회의 독립’과 산하에 ‘(가칭)정책수집단’ 설치
전국위원회는 집행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전국위원회는 구조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의장을 집행부 수장인 당 대표가 맡고 있으며, 소집도 대표단의 권한이며, 사업의제도 대표단에서 상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국위원회는 승인과 인준의 역할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전국위원회의 의장을 집행을 담당하는 당 대표와 분리하여 선출함으로써, 전국위원들이 현실적 필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당의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변화는 정세와 당 전망, 정책 등이 더 자주 토론되고, 당원들과 공유되는 상황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런 역할을 전국위원회가 짊어져야 합니다. 그러라고 막중한 권한이 부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분적으로 중앙당이 전담했던 전국위원회 준비 업무를 분담하는 효과도 가능해집니다. (전국위원회 의장을 당 대표와 분리하는 안건은 지난 4기 3차 전국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가 있습니다. 2015년 5월23일)
전국위원회의 독립적인 위치가 확보된다면, 산하에 상설기구로 ‘(가칭)정책수집단’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그동안 당 정책은 정책위원회의 주도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노동당의 상황은 상근하는 정책 인력이 1명뿐입니다. 정책 상근 인력을 늘리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당이 채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조건에서 삶을 살아가는 당원들의 경험과 시선으로 제안되어지는 정책들을 모으고, 가다듬어 당의 정책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설기구로써 ‘(가칭)정책수집단’은 분기 동안 당원들이 제안하는 정책들을 수집하고, 토론회를 개최하여 공유하고, 제안된 정책들을 다듬어 전국위원회 토론 안건으로 상정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상설기구의 설치는 당원이라면 누구나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며, 당의 정책이 전당적으로 토론되어지는 과정을 당의 활동으로 수행한다는 의미입니다.
당 사업의제 결정 권한을 대표단에서 ‘당 대회’로 전환
당의 핵심 사업은 누가 결정하는가? 현재는 대표단이 사업의제를 만들어 전국위에 제출하고 승인되면 집행하는 구조입니다. 대단히 자연스러운 절차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당 대표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대해 당 전체가 그 후과를 짊어지는 상황이 발생되었습니다. 현재의 체계는 대표 개인의 역량에 당 전체가 기대는 체계입니다. 이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당이 결정하고 당이 함께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당 대회에서 당의 여러 기구들과 대의원들이 제출하는 사업의제가 토론되어지고, 결정된 사업의제에 대해 대표단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여, 전국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집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것입니다.
해당년도의 사업의제는 대표단과 각 부문위, 대의원들의 연서명을 통해 제출할 수 있게 하고, 제출된 의제들은 대의원들 앞에서 각기 설명되고, 토론되고, 결정되도록 합니다. 이러한 전환으로 각 기구는 자신들이 제출할 의제를 위해 자기 공부를 하게 됩니다. 대의원들은 해당년도에 등장할 수 있는 여러 의제들에 대해 소개받는 자리가 되기 때문에 사회를 인식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의제가 제안되고 토론되고 결정되는 과정은 유명무실한 현재의 당 대회가 1년에 한 번 당에 활력을 불러 넣는 행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당명결정 과정에서 축제처럼 이루어진 다양한 제안들의 경연을 경험했었습니다. 그 경험이 당의 문화로 정착되면 좋지 않겠습니까?
‘(가칭)자원 추첨방식’으로 전국위원 선출 방식 전환과 ‘당연직 전국위원의 축소’
전국위원은 지역별 당권자 비례(150명당 1명)로 선출됩니다. 현재의 선출방식은 해당 지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당원에게 유리한 선출방식입니다. 현재의 방식은 오랜 시간 지역에서 활동해오고 있는 당원의 양보(?)가 없으면 전국위원의 구성이 고정될 가능성이 높아 새롭게 등장한 당원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당의 의사결정과정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전국위원회가 지역별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하는 역할이 아님에도, 지역별 당권자 비율로 선출하는 것은 순기능보다 나쁜 기능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당이 지향하는 대의제 정신에도 맞지 않습니다. 현재의 지역할당 전국위원 선출방식을 전면적으로 ‘(가칭)자원 추첨방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 드립니다.
‘(가칭)자원 추첨방식’은 전국위원으로서 활동할 의지를 가진 당원들만을 모아 추첨하여 전국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당에 대한 의견을 가진 당원들이라면 누구나 당의 의사결정구조에 들어와 자신의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구조이며, 특히 지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지 못한 젊은 당원들의 참여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진보신당 시절 10% 비율의 추첨제를 시행하다가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무작위추첨을 통해 선출하다보니 승낙 받는 과정의 어려움과 참석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되었습니다. 자발적인 의지를 전제로 한다면 지난 경험에서 나타난 우려지점을 없앨 수 있습니다.
또한 당연직 전국위원의 수를 줄여야 합니다. 현재 시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되면 당연직 전국위원이 됩니다. 전체 70여 명 중에 당연직이 20명입니다.(부대표 2인 줄어듬) 약 30%에 육박합니다. 왜 시도당위원장들이 전국위원회의 당연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전국위원회는 집행을 담당하는 곳이 아닙니다. 더 많은 당원들이 전국위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시도당위원장들도 전국위원으로서 역할에 참여하도 싶다면 출마하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위 세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1)당의 구조와 작동방식에 대한 당원 설명회와 토론회를 개최하겠습니다. 2)토론 과정에서 더 많은 의견을 모아 전국위원회에 안건 상정을 진행하겠습니다.
당 고문단까지 나서서 당의 현실을 걱정하는 초유의 상황입니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고, 기초체력이 너무 약한 현재 노동당의 현실에서 개별 당원들의 열정과 헌신에 위안을 삼는 것에 머무르지 맙시다. 평범한 당원들의 지혜를 모으면 비범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실천이 가능하도록 공간과 구조를 만듭시다.
우리를 구원할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씩 쌓고 만들어 가는 과정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우리 당의 노력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모든 익숙한 것들을 의심해봅시다.’ 그렇게 의심하고 답을 찾아가다보면 대중들로부터 지지받는 좌파정당이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
(김포, 과천의왕, 광명, 군포, 부천시흥, 안산, 안양당협)
전국위원 보궐선거 출마자 정상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