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슈 / 뉴스
photo_2018-01-15_14-05-58.jpg



이 글은 이코노미21에 노동당 당원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가 같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원래 글의 주소는 http://m.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4765입니다.



[박노자 칼럼] 기본소득 도입되면 임금노예의 삶이 강요되지 않아


- 기본소득의 도입은 한국 노동의 역사에 분수령 될 것


자본주의 사회는 ‘자유’라는 말을 유독 애호한다. 언론, 사상 등의 자유도 언급되지만, 기본적으로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자본이 생산하는 상품들에 대한) 소비의 자유다. 표현, 언론 자유도 어디까지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언론이라는, 매매대상이 되는 매체를 소비하는 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는가? 소비의 자유는 달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 가지 커다란 부자유가 있다. 바로 대부분에게 ‘임금노예’로서의 삶이 강요된다는 것이다. 소비할 만한 ‘돈’이 있으면 필수품부터 주류적이든 비주류적이든 각종의 표현매체까지 다 소비할 수 있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등 지대 소득을 보장해주는 ‘자본’을 소유하지 않는 이상 자본주의 사회는 그 누구에게도 돈을 ‘그냥’ 주지 않는다.


소비의 자유를 누리자면 품을 팔아야 한다. 품팔이, 즉 노동시장에서는 이 사회의 다수를 이루는 노동력 판매자들은 절대 평등하지 못하다. 대체로 그 불평등들은 요즘 거의 세습된다고 보면 된다. 부모를 ‘잘 만난’ 금수저는 부모 재력으로 충분한 사교육 등을 받아 예컨대 의대로 진입해 의료기술 보유자로서 노동시장에서 일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의 영세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들은 안정한 자리를 갖는 임금노예마저도 되지 못한다. 사실 직장에서 압박을 비교적 덜 받는 교사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임금노예’의 자리는 한국사회에서 이제는 거의 ‘귀족’으로 이해될 정도다.


임금노예가 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어쩌면 굶어 죽어야 할지도 모를 현실은 개개인에게 대단히 폭력적이다. 기아에 대한 인간의 본원적인 공포감이 자극되고, 또 노동력 구매자, 즉 자본과의 관계에서 노동력 판매자는 무력해지고 만다. 대안이 배고픈 나날이라면 노동력을 헐값으로라도, 임금체불을 밥 먹듯 하는 불량 자본가에게라도 팔아야 한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의 도입은 커다란 차이를 가져다 준다. 기본소득이 보장돼 있는 이상 임금노예의 삶은 더이상 절대적인 것으로 강요되지 않는다. 비록 소비를 많이 못하더라도 굳이 임금노예가 되지 않아도 기본적 ‘생존’이 모두에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실 기본소득은 빈민층에 사회적 시민권을 부여한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한국처럼 노인인구의 절반이 빈곤에 허덕이고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사회에서야말로 기본소득은 노동자에게 적어도 상대적인 자율성을 부여해준다. 그런 의미에서는 기본소득의 도입은 1987년 이후 민주노조의 자율화 등과 같은, 한국 노동의 역사에 하나의 커다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서비스 선택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1. [박노자 칼럼] 기본소득 도입되면 임금노예의 삶이 강요되지 않아

    이 글은 이코노미21에 노동당 당원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가 같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원래 글의 주소는 http://m.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4765입니다. [박노자 칼럼] 기...
    Category컬럼 발행일2018-01-15
    Read More
  2. 18.01.11 최저임금 인상 사각지대 청소·경비노동자 고용보장 촉구 기자회견

    [18.01.11 최저임금 인상 사각지대 청소·경비노동자 고용보장 촉구 기자회견] 노동당은 1월 11일(목)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청소·경비노동자들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고용 보장을 촉구하...
    Category사진뉴스 발행일2018-01-11
    Read More
  3. 언론의 도 넘은 최저임금 포격

    ▲ 오보로 점철된 채널A : 야간수당은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일하면 지급된다. 그런데 야간수당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편의점은 대부분 1~2명이 일해서 야간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박...
    Category컬럼 발행일2018-01-05
    Read More
  4. 18.01.02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 참배

    [18.01.02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 참배] 1월 2일(화) 오전 11시 노동당 대표단은 2018년 첫 일정으로 중앙당 당직자와 서울시당, 인천시당, 기본소득정치연대 당원을 비롯한 평등노동자회, 알바노조, 청년좌파 회원들과 함께 마석 모란...
    Category사진뉴스 발행일2018-01-02
    Read More
  5. 17.12.27 하이디스 정리해고 1000일, 연대의 날 “정의의 신발! 탐욕의 신발!”

    [17.12.27 하이디스 정리해고 1000일, 연대의 날 “정의의 신발! 탐욕의 신발!”] 12월 27일(수)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대만 영사관) 앞에서 열린 <하이디스 정리해고 1000일, 연대의 날 “정의의 신발! 탐욕의 신발!”> 행사에 노동당이...
    Category사진뉴스 발행일2017-12-27
    Read More
  6. 17.12.19 ‘노동·민중 진영 개헌 방향과 쟁점’ 토론회

    ▲ 토론회에서 노동당 개헌 방향과 주요 개헌안을 발제하고 있는 장흥배 노동당 정책실장 [17.12.19 ‘노동·민중 진영 개헌 방향과 쟁점’ 토론회] “신자유주의 97년 체제의 종식을 담는 개헌이 필요하다” 12월 19일(화) 오전 10시 30분 민...
    Category사진뉴스 발행일2017-12-19
    Read More
  7. 17.12.14 서울시당과 경기도당이 함께하는 지역정치학교 제4강

    [17.12.14 서울시당과 경기도당이 함께하는 지역정치학교 제4강] 12월 14일(목) 노동당 중앙당 회의실에서 ‘서울시당과 경기도당이 함께하는 지역정치학교 제4강’이 열렸습니다. 이번 강의의 주제는 “일상의 자치, 주민들의 자치”로 지역 활...
    Category사진뉴스 발행일2017-12-15
    Read More
  8. 17.12.09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대회

    [17.12.09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대회]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대회에 노동당이 힘께했습니다. 12월 9일(토)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회를 진행했으며, 오후 3시부터 함께 행진...
    Category사진뉴스 발행일2017-12-10
    Read More
  9. [특별기고] 돈은 줘도 ‘권리’는 못 준다… 아동수당 타협의 본질

    ▲ 노동당은 연령, 소득, 자산, 직업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월 4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안을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이 글은 베이비뉴스에 장흥배 노동당 정책실장이 같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원...
    Category컬럼 발행일2017-12-08
    Read More
  10. [장흥배, 을의 경제학] 을의 정치경제학

    이 글은 한겨레신문에 장흥배 노동당 정책실장이 같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원래 글의 주소는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2341.html입니다. 을의 정치경제학 자신이 당사자가 된 ...
    Category컬럼 발행일2017-12-0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19 Next
/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