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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콜트콜텍 노동자-뮤지션의 멋진 연대
 김선우|시인·소설가 lyraksw@hanmail.net





2년 전 크리스마스 무렵, 홍대앞 클럽 ‘빵’에서 시낭송을 한 적이 있다.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를 위한 후원의 밤’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예술가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클럽을 찾아들었고, 우리는 따뜻하게 공명하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존재를 위로받았다. 내가 그곳에 가서 기타 노동자들과 잠깐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인연은 왜 나에게 온 것인가. 나는 언젠가 기타 소리로부터 위로받은 적이 있는 것이다. 기타를 만든 노동하는 손과 간접적으로 나는 연결되어 있었던 거다.

먹고 입고 쓰는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실은 그렇다. 우리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것들 뒤에는 그것을 만든 노동하는 손이 있고, 다시 그 뒤에는 그것에 원료를 내어주는 자연이 있다. 이 모든 연결의 인연들이 일방적 착취관계가 아니라 ‘서로 잘 기대어 있을 때’ 세상은 유지되어 간다. 정의라는 것이 필요한 것도 이 대목이다. 정의는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를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잘 존재하기’ 위해 서로의 관계성을 돌보는 일이다.

처음 만난 지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삶은 어찌 되었는가. 그동안 그분들과 동고동락해온 지인이 전하는 바로는 실제적으로 해결된 문제가 없다고 한다. 300여명의 해고노동자들은 1200일이 넘도록 위장폐업과 탄압에 맞서 여전히 싸우고 있다. 최근 법원이 콜트콜텍 공장 폐쇄 및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불법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지난 10년간 기타를 팔아 한국에서 120위 재력가로 성장한 콜트콜텍 사장은 오히려 노동자 탄압을 가속화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안이 요구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상식이 되는 때에 여전히 70년대 방식으로 노동자를 착취해 자신의 부를 축적하려는 이런 자본가의 얘기를 들으며 탐욕이라는 괴물이 인간을 얼마나 추하게 만드는지 다시금 몸서리쳐야 했다.

상황이 힘들긴 하지만 멋진 소식도 들었다.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에게 국제적인 연대의 힘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독일, 미국, 일본 등지의 음악 관련 종사자들이 ‘악기를 만드는 노동자가 없으면 음악도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한국의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국제적 연대 소식을 듣다가 나는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와우! 소리 지르며 팔짝팔짝 뛰었다. 이십대 중반 청춘의 시절, 내가 열렬히 환호했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잭 데 라 로차와 톰 모렐로가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지속적 연대를 표명한 소식을 보았기 때문이다. 약자에 대한 사랑을 양심 없는 강자에 대한 생생한 분노로 표출하던 그들의 폭풍 같은 음악 속에서 헤드뱅잉을 하며 춤을 추던 내 청춘의 한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 시절 내 속의 분노와 연대해주던 그들이 오늘 가난하고 힘없는 한국의 기타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멋진 소식!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속속 연대하고 있다는 소식! 우울한 끝에 나는 하하하 웃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어떻게? 이렇게!

세상의 담벼락은 높지만 담벼락을 넘어 연대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정이 여전히 세상의 한 녘을 지탱한다. 4년여를 끌어온 우리 기타 노동자들의 싸움이 올해엔 잘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연대해주시길. 인터넷 검색을 하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키보드 예술가’로 동참해 컴퓨터 키보드를 기타의 현처럼 울려주시길.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고, 고통받는 노동이 있는 한 행복하기만한 소비는 없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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