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주의로 옷 갈아입고

당 대중화 전략 추진하자!

- <집권 가능한 좌파정당> 건설의 길 -

 

 

 

2014. 10. 24

노동당 사민주의 당원 모임

(대표: 권범재)

 

 

 

 

 

핵심 주장에 관한 요약

 


1부 현재 당 조직의 과제와 대안

 

- 정책정당화를 통해 우리사회의 이슈와 여론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당의 정책 기능에 집중투자 해야 한다.

- 부문별 당조직의 강화를 통해 당원이 당 조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하고 지역조직의 광역화를 추진해야 한다.

- 당내 책임정치 확보를 위해 정파 등록제를 도입하고 당내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자유게시판 부활이 필요하다.

 

2부 당 정치노선의 평가와 전망

 

- 통합노선인지 독자노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당의 <대중화 전략>이다.

- 노동당이라는 당명, 사회주의를 명시한 당 강령, 그리고 정치노선에서 통진당 엄호 같은 요건들은 당의 대중정당화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들이다.

 

- 우리는 <사민주의 노선>의 전면 채택을 통해 당의 총체적인 대중화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 이미 지금까지 당의 정책 노선은 사실상 <사민주의>였다. 단지 (괜히 무섭게 보이려고) 얼굴에 사회주의의 탈을 썼을 뿐이다.

- 이제 사민주의의 탈을 쓰고, 이론적 이상은 <지향성>으로 존속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 <사민주의 노선의 전면채택>과정에서 <이탈리아 공산당식 재창당>을 추진할 수 있다.

- 정치노선이 정리 된다면, 노동당이 중심이 되어 당내외 사민주의 세력을 통합하는 <3당 합당>도 추진 할 수 있다.

 

   -----------------------------------------------------------------------------

 

 

 

 

1부 현재 당 조직의 과제와 대안

- 정책정당화, 책임정당화에 주력하자!

 

 

 

 

1. 우리의 현실 (조직적 측면)

 

우리 당의 당원수는 7월 현재 총 13,885명이다. 지역별로 본다면 서울과 경기가 총 6,648, 인천을 포함하면 7, 768명으로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직업별로는 사무직 3,762명 전문직은 1,468명으로 총 5,230명이 전문적 직업군에 속한다. (보다 정확하게 당원들의 생활양식을 파악하려면 지역별로 직업과 연령을 세밀하게 조사해야 하지만 현재 당의 공식통계는 이런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한다.)

문제는 우리 당의 활동가 혹은 전업 상근자들은 들은 위와 같은 분포를 보이는 다수 당원들의 생활양식이나 사고양식과 공감대를 많이 형성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그 결과 적극적 당 활동 참여자들은 대부분 활동가 및 상근자로 국한되고, 당 모임에서 대부분의 주제는 정치적인 주제에 한정된다.

요즘처럼 당의 상황이 안 좋을 경우에는 당내 정파간의 이견과 다툼에 대한 정보교환이 대부분이며, 오랜만에 나온 당원도 당 활동의 저조함을 확인하고 맥없이 돌아서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당 골간조직과 당원들의 간극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당원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와 범위는 좁아지면 결국 대부분의 당원들에게 노동당은 당비나 내주는 대상이되고 자신의 삶과 노동당 정치는 별로 상관없는 상태가 된다. 이 같은 구조에서 당 조직의 확대재생산은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당의 재정상황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20111월 일반당비는 1.08억이 납부되었고, 201310월에는 일반당비 0.9억원으로 1년 사이에 약 2,000만원 정도 당비납부액이 하락했다. 당원수와 당비의 꾸준한 하락이 이어진 것이다 (당원수 증감현황에 대한 년차별, 월간별 변동내역은 전국위원회 안건자료와 결산자료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일관된 통계를 잡을 수가 없도록 보고되고 있다. 당 성장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당의 당원수는 2012417,5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하락해서 20131013,500명까지 떨어졌으며, 당비출금액은 200991.4억원에서 201390.73억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1410월 현재 당비를 납부하는 당권자수는 5,617명으로 201316,959명에 비교해 1,000여명이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의 전략적 출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20141월에 발표된 당 장기성장전략에서는 52개년 계획으로 2023년까지 독자역량 강화와 외연확대를 통한 좌파정치의 독자성 강화를 중장기 당 성장전략으로 제시했으나, 그 방법으로는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의 의회진출을 목표로 제시하는 총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우리 당의 현실은 대중정당이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완전한 <재창당 수준의 개혁> 없이는 그 어떤 시도도 반드시 당의 분열 혹은 분할해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인식을 가져야 한다.

 

 

 

2. 구체적 대안의 방향

 

 

. 부문별 당원모임 활성화

 

<지역별 편제> 보다는 <부문별 편제>가 당원들의 관심과 에너지를 끌어내는데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경우 2~4년 내에 이사 등의 이유로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직업이나 직장의 경우 거의 특정 분야에 계속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슷한 분야에 종사 중인 당원들끼리의 모임이 당원들의 일상적 관심사에 훨씬 더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동일한 직업군의 당원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업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는 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능한 다양한 분야의 부문별 당원모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생활공간으로부터 나오는 대중적 요구를 기반으로 정책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당의 부문별 조직이 활성화되면 이를 통해 사회 각 분야의 정책을 수립하고 일종의 쉐도우캐비넷 역할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기초 지역조직의 경우, 실제 선거에 출마할 출마 예정자를 중심으로 구성해 나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 중앙당 정책 기능 강화

 

중앙 차원의 정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민주노동당은 원외 정당이면서도 6명 이상의 상근자가 정책국에 속해 있으면서 상가임대차 보호법같은 정책 아이템을 통해 사회 여론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당은 정책 전담 상근자가 단 한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정책분야의 역량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 문제는 당의 여론 선도 기능을 근본적으로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지역당협이나 광역당에서 선거의제를 발굴하는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체 당 예산의 40%가 중앙당에 할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액으로 따지면 많지 않다. 이 같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현재 중앙당 중앙 정책국은 사실상 1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예산 조정을 거쳐 중앙당 정책국의 예산을 특별히 증액할 것을 제안한다.

중앙 정책 조직의 역할은 정책의 직접 생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 내부에 정책생산 능력을 가진 전문가들은 찾아보면 많이 있고, 정책재능을 기부할 당원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당 정책실은 국민대중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대중운동을 통해 조직화가 가능한 의제를 발굴하고, 마케팅 기획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광역지구당과 지역당협을 연결하고, 새로운 대중운동을 조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당 정책 없이는 당의 대중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고, 당원들의 당적 정체성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스타 정치인이 없으면 스타의제라도 만들어야 하고, 언론의 제약으로 스타의제가 어렵다면 생활의제, 운동으로서의 의제라도 만들어야 한다. 무상급식 의제가 한순간에 전국민적 이슈로 발전했듯이 우리가 발굴한 대안교육 의제, 국민연금 하나로, 의료보험 하나로가 전국민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대중정당의 생명은 의제발굴과, 의제에 기반 한 대중운동에 있다. 이를 위해서 당의 정책기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 지역 조직 광역화

 

현재 당 발전의 수준을 고려해 볼 때, 당을 245개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의 소 지역별 당원협의회로 편제할 이유가 크게 떨어진다. 지역 당원협의회는 너무 세분화-소규모화 된 측면이 있고, 일상적인 지역당협 모임은 채 10여명을 넘지 않는 실정이다. 일부 몇몇 지역에 민중의 집이나 지역당협이 활발하게 운영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당협은 사랑방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수적이다. 광역당 중심의 당 활동 전면재편과 앞서 제시한 부문별 위원회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강화된 중앙당 정책실이 부문위를 밀착 지원하면서 정책의제를 발굴, 마케팅 기획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광역당을 통해 확산하는 방식으로 당 활동을 방식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특히 전국 순회 대중강연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 정파 등록제 도입과 당내 커뮤니티 활성화

 

현재 당에는 정치적 의견을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다수의 의견그룹이 존재한다. 이들의 존재를 공식화함으로써 정파에 의한 책임정치를 유도하고 정파경로를 통해 또 다른 당원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현재 우리당은 형식적으로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된 단일지도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이 운영되는 실제 양상은 각 정파를 대표하는 부대표들이 한명씩 선출되어 사실상 대표단을 구성하고 있다. 즉 대표단이 일종의 정파간 합의체제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

연합지도부의 문제는 정치적 책임의 모호성이다. 특정 결정에 모든 정파가 참여하게 되고, ‘지도부 의견형태로 결정사항이 표출 되므로 해당 결정이나 판단에 어떤 정파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정파등록제와 더불어 당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부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당 활동을 소상히 파악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고 당 활동보고역시 보다 당원 친화적으로 개편되며 당내의 모든 의제들이 사전에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2부 당 정치노선에 대한 평가와 전망

- 사민주의 옷으로 갈아입고 대중정당 건설하자!

 

 

 

1 [위기의 원인] 조직노선은 정확했다. 그러나..

 

우리 당이 걸어온 길 (=족보)를 간단히 짚어보면 이렇다.

민주노동당 -> 민주노동당(선도)탈당파 -> 진보신당 -> 진보신당독자노선 -> 노동당

이렇게 볼 때, 우리 당이 걸어온 길은 <주사파와의 일관된 분리노선> 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분리노선> 때문에 우리는 10만당원이 모여 있던 민주노동당을 과감히 떠났고, 진보신당 시절이던 2012년에는 당 안팎의 지독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진보대통합>에도 반대했다.

 

우리가 걸어온 이 길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일단 우리의 조직노선은 옳았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12년 진보신당 시절, 주사파와의 재결합 노선에 반대해 결국 당을 존속 시켰던 우리의 선택은 불과 몇 달 후에 정당성이 확인 된 바 있다.

통합진보당이 결성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분열되고, 정의당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로서 주사파와의 재결합 노선이 처음부터 문제였다!”는 우리의 주장이 실제 현실로 확인되었다.

민족주의 운동권 세력과의 결합을 반대하고 일관되게 <분리>를 선택해온 우리의 판단과 결정이 옳았음을 확인받은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우리는 대중들로부터 상을 받았어야 맞다.

 

그러나 사정은 이와 정반대다. 당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2008년 촛불시위 때는 많은 당원이 입당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국면에서 아무도 노동당을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게 족보도 없는 정의당에 입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 주사파의 해악과 묻지마 진보대통합론의 문제가 만천하에 폭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리 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 온 우리는 왜 대중의 칭찬과 박수를 받기는커녕 대중의 외면을 당하고 있는가? 우리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조직노선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정치노선의 실패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치노선의 실패란  당의 대중적 이미지와 홍보전략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당명, 당 강령 등의 요소들과 당의 존재의의를 실제 논리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당 정체성 설정 같은 문제를 의미한다

 

 

2. 독자-통합논쟁, 아이고 의미 없다

 

2014년 현재, 재현 조짐을 보이고 있는 독자-통합 논쟁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논쟁이다. 조직노선상의 오류가 아니라 정치노선상의 오류에서 교훈을 찾아야 하는데 통합인가 독자인가 라는 조직노선의 문제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쟁이 크게 의미 없는 이유는 우선, 통합론에서 파트너로 거론 중인 정의당의 원초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의당의 지도부가 민주당과의 통합에 더 관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노동당과 통합해 봤자 민주당과 합당할 때 잡음만 커진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통합의 논리적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정의당과 노동당의 합당이 이루어지려면 정의당에서 1) 북한에 대한 입장 표명, 2) 2012년 진보대통합론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무시하고 그냥 통합하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가치를 배제한) 묻지마 통합이다.

 

정치노선을 정리하지 않은 채 조직 통합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는 문제도 있다. 우리는 당을 대중화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통합이 논의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순전히 당의 부피를 키우기 위해 먼저 특정 정당과의 통합을 전제하는 것은 가치통합의 원칙을 배제한, 말 그대로의 이합집산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측면에서 <독자 생존론>의 의미도 예전 같지 않다. 대중성을 상실한 독자노선은 어차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노동당 분당 6년이 지난 지금 까지도 왜 통합논의의 도전을 다시 받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우리가 대중들에게 10초 안에 설명할 수 있는 <우리 당 만의 독자적 차별성>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통합이냐 독자냐 라는 2년 전 논쟁 구도가 아니다. 우리의 영혼을 지키면서 다수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당은 도대체 어떤 옷을 입어야 할 것인가? 이 고민이 더 중요한 지점이다.

 

 

3. 진보재편론과 진보통합론은 같은가 다른가?

 

 

가>  진보 재편론 비판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진보동네 통합론>이고 또 하나는 <남의 땅에 헤딩하기>. 우선 정의당과의 통합론으로 요약할 수 있는 <진보재편론>을 살펴보자.

 

<진보동네 통합론>은 한마디로 10%짜리 제3진보정당을 재건하자는 노선이다. 민주노동당이 2004년에 창출한 바로 그 구역(=대략 10%~13%구역)이 찢어져 있으니 이를 통합하자는 취지이다. 여기서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통진당을 배제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보통합 대신 진보재편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차피 10%짜리 진보정당은 민주당을 넘어설 수 없는 정당 즉 태생적으로 집권 불가능한 정당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노선을 추구하려면 통진당을 포함한 진보구역을 모두 통합하는 게 맞다. 어차피 집권을 포기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통진당과도 합당해 10%구역의 안락함 (=이 구역에도 나름의 안락함이 있다)을 누리고 사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궁극적으로 진보동네 안에서 구상하는 이합집산이란 단기적인 생존 논리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집권가능한 좌파정당>을 만들 수는 없다. 국민의 눈에는 궁지에 몰린 운동권정당의 고육지책 정도로 비춰 질 공산이 크다.

 

 

나> 일본공산당 모델의 한계

 

<진보동네 통합론>이 당의 미래가 될 경우 우리는 잘해봤자 일본공산당 정도의 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공산당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일본공산당은 30만명이나 되는 당원과 150만부나 팔리는 기관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공산당은 의회진출 성과는 초라하다(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8). 즉 전혀 집권세력을 위협하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다. 일본공산당은 수십 년 전에 폭력혁명노선을 공개적으로 폐기했고, 북한과의 관계도 깔끔하게 단절했다. 그러나 정작 공산당이라는 당명은 바꾸지 않았다. 그 결과, 선거에 나가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군소정당으로 60년을 버티고 있다.

 

일본공산당은 존재의의는 <자본주의의 정치적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있고, 보통선거권과 의회제도로 운영되는, ‘아름다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선전할 수 있는 최대의 명분을 일본공산당이 제공하고 것이다. 정작 중요한 실효적인 권력은 보수정당들이 독점, 행사하고 있고 공산당은 <집권가능성 없는 만년 군소정당>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상이 이런 것이어선 안 된다. 우리는 <진보동네>를 뛰어넘어 <집권 가능한 좌파정당>건설로 나가야 한다.

 

 

3. 공포의 민주당 왼쪽 구역에서 벗어나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길은 <남의 땅에 헤딩하기> 전략이다. 즉 이 두 번째 길은 <진보구역을 통합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역으로 <기존의 진보구역을 완전히 탈출하자!> 는 노선이다.

 

 

가> 우리는 진보의 감옥에 갇혀있다

 

우리는 진보라는 개념 속에 포위되어 있다. 진보정당, 진보진영, 진보세력, 등등 말 끝마다 진보를 넣어 자기 정체성을 표현한다. 그러나 진보는 이미 죽은 개념이다.

 

진보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들은 사회주의, 민족주의, 공산주의, 노동조합주의, 무정부주의, 사민주의, 문화적 좌파.. 등등을 의미하는 (다중적인 의미와) 취지로 진보를 사용한다. 사회주의 같은 개념들이 한국에서 무서운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뜻으로 진보라는 애매한 표현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적 인식은 전혀 다르다. ‘진보!’ 라고 하면 <민주당보다 더 나간 애들> <민주당 왼쪽> 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결국 쓰는 놈은 진보라 쓰지만, 읽는 놈은 민주당이라고 읽는 상황이 수 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 진보동네에 갇혀 있는 한 집권 가능한 대중정당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1>을 살펴보자. <1>은 현재 우리당이 처해있는 정치지형상의 지점을 단순화해서 추상적으로 표시해 본 것이다.

 

 

 

*<1> 현재 우리 당의 포지션 *

 


1copy.jpg


   

 

여기서 우리는 진보동네 10% 구역 안에 갇혀있다. 이 구역은 <공포의 민주당 왼쪽 구역>이라고 할 만하다. 다르게 말하면 아무런 희망도 없는 <진보의 감옥>이다. 왜 그런가? 이 구역에 갇혀 있는 한, 절대 당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구도 하에서 당을 키운다는 것은 결국 여타의 진보3당 표를 갉아먹고, 민주당 표를 갉아 먹는다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우리 당이 커지면 새누리당은 오히려 좋아한다. 즉 이 구도야 말로 <새누리당이 가장 행복한 구도>이다. 이 구도가 지속되는 한 실제로는 소위 진보정당들의 성장 자체도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여기저기서 희망없음을 호소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우리가 <진보의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 구도가 <공포의 구도>인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소선거구제 하에선 모든 정치적 선택이 양당구도로 수렴된다 즉 제3정당이 불가능하다는 이른바 뒤베르제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주 정확히 작동한다) 즉 위와 같은 구도 하에선 새누리당-민주당 구도가 영원불멸의 구도가 된다

다시 말해 <진보의 감옥>에 갇혀있는 한 우리는 절대 집권가능한 좌파정당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독자 생존을 계속유지한다 해도 실제 <세상을 바꿀 권력>과는 거리가 멀고, 단순히 선거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돈이나 갖다 바치는 자본주의의 장식품 정당이 되는 것이다

 


나> 새누리당 왼쪽 전략

 

따라서 우리는 10% 진보구역을 탈출해서 새누리당의 기반을 갉아먹을 새로운 구도를 탄생시키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기존의 진보-보수 구도를 전제로 할 경우, 진보동네에서 벌어지는 각종 자질구레한 시도는 결국 군소정당 하나를 더 추가하는 일로 귀결 될 수밖에 없다.

 

<2>를 참조해 보자. 우리가 주목하는 이 새로운 정치적 땅은 <새누리당 왼쪽 구역>이라고 부를 만 하다. 이 지점은 우리가 새정치민주연합을 괴멸시키고 소위 여타 진보정당들을 지금보다 더 구석으로 밀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지점 즉 기존 양당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점으로 보인다. 이 구역은 한국정치사상 지속적으로 제3세력을 탄생시킨 바로 그 구역이기도 하다. (ex: 창조한국당, 안철수)

지역간 대립구도 즉 영남-호남 대립구도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의미 있는 제3당이 발생하는 순간 곧바로 영남과 호남에서 현재의 2당이 모두 3당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위치가 바로 이 지점이다.

 

 

*<2> 집권 가능한 대안의 포지션 *

 

2 copy.jpg



이렇게 정치적 집터를 옮겨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민주당 왼쪽에 갇히는 순간 어차피 양당구도 극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즉 <집권 가능한 좌파 정당>을 설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장기에 있어서건, 단기에 있어서건 우리는 <공포의 민주당 왼쪽 구역>을 벗어나야 희망이 있다.

 

 

 

5. 새누리당 왼쪽에 새로운 땅을 개척하자

 


가> 왜 우리는 노동자를 빼앗겼나?

 

<진보의 감옥>을 탈출해 새누리당 왼쪽의 새로운 땅을 개척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다뤄보기 위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왜 노동자는 노동당을 안 찍고 새누리당을 찍을까?

 

저소득, 저학력, 고연령층 노동계급의 상당 부분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한 가지는 전쟁을 겪은 분단국가로서 갖는 한국적 특성에 기인하고 있다. 북한문제에 대한 대중의 강력한 선입견이 유권자 선택의 핵심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다른 당도 아닌 새누리당이 국내최대의 노동자 정당이 된 것은 그들이 북한 마케팅을 혼자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어머니 세대의 세대특성을 살펴보자. 노년층의 정치성향을 요약하면 <반북적이며 계급적>이다. 50대 이상 세대들은 보수진영에 대한 지지가 매우 강하지만, 그들의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한편으로 매우 계급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잘사는 놈들만 계속 잘 살어! 이민 가야돼!”라는 계급적 소외감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북한문제에서 다른 당들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투표소에만 들어가면 손이 자동으로 새누리당 쪽으로 가는 습관이 들어있을 뿐이다.

 

여기서 만약 우리가 새누리당이 독점하고 있는 반북마케팅의 고리를 끊어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것은 계급적인 성향만 남게 된다. 두개의 반북세력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복지에 찬성하는 반북세력(=우리당)>이고 또 하나는 <복지에 반대하는 반북세력(=새누리당)>이 존재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구도라면 저소득, 저학력, 고연령층 노동계급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다.

 

새누리당이 반북적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사실 새누리당 강령에 북한에 쳐들어간다든가 하는 말은 없다. 단순히 이미지로서 반북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뿐이다. 이 단순하고 허접한 무기를 갖고 새누리당은 원래는 우리 편인, 노동계급의 절대 다수를 빼앗아간 것이다.

 

무엇보다 <빼앗긴 노동계급>을 되찾아오지 못하는 한, <집권 가능한 좌파정당>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새누리당 왼쪽 터에 다시 땅을 일구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이다.

 

 

나> 민족주의! 먹지 말고 우파에게 양보하세요.

 

진보동네를 벗어나서 새누리당 왼쪽 땅을 개척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그것은 민족주의적 가치관과 지향성을 우파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박정희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고..' 박근혜가 <통일대박론>을 주창하듯이, 민족주의는 원래 <우파의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특성상 묘하게도 민족주의가 좌파로 분류되는 <좌우의 뒤죽박죽> 현상에 오래 시달려왔다. 이것은 특히 민주화 운동권 세대에 하나의 고정관념처럼 전승되어 왔으며 결과적으로 386세대 전체가 30년 넘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진보정당 운동도 이 한계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본질은 <자주-평등의 연합노선> 이었다. 권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자주와 평등의 연합노선>이 만개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민족주의와의 연합노선을 박살내고 탄생한 정당이다. 논리적으로는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권영길 세대의 구상인 <자주파와 손잡는 노선>을 때려 치웠어야 했다. <민족주의>를 우파에게 양보하고 <자주파를 제물로 삼아..> 당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것이 당이 부여받은 역사적 책무인 셈이다.

 

 

6. 정치의 본질은 대중에게 보내는 신호

 

자본주의 시대의 대중 정치란 대중을 설득하거나 계몽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는 대중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보통, 하루의 대부분을 경제적 일상에 파묻혀 있다가 우연히 접하게 되는 계기를 통해 아주 짧은 시간 (1~2) 사이에 각 정치세력이 내보내는 신호를 판별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동안 대중을 향해 생산해낸 신호는 무엇이었고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가장 대표적인 신호는 당명이다. 그런데 우리는 노동당이라는 현재의 당명에 대해 일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일면 부담스럽다. 노동당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의 조선노동당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중앙당에서 모 기관에 전화해 여기 노동당인데요그랬더니 북한에서 온 전화로 착각했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지금 현재의 당명은 엄마한테도 말하기 부담된다. 1년에 두 번 보는 친척들에게 말하기란 더 부담된다. 말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시절과 비교해 볼 때, ‘민주라는 말이 빠졌을 뿐인데 효과가 완전히 다르다.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이것은 우리가 한국적 환경을 너무 간과한 탓이다. 냉정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조직적으로는 통진당과 결별 노선을 밟았으나, 정작 중요한 순간마다 통진당을 엄호하거나 통진당의 입장을 깊이 이해해주는 천사 같은 행태를 보여 왔다. 이것은 대중들로 하여금 통진당과 비교해서 노동당이 무슨 차별성이 있는 것인지?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의미 없는 분당, 의미 없는 독자노선을 밟아 온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현재 당의 껍데기로는 의미있는 대중정당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당 강령에는 사회주의가 나오고, 당 이름은 노동당이고, 틈만 나면 통진당을 엄호하는 판에 대한민국에서 의미있는 대중정당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당 대중화 전략의 본질은 <당의 영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당이 대중에게 보내는 신호>를 바꾸는 것이다. 이제 집권 가능할 정도의 대중을 획득하기 위해 당을 둘러싼 포장지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7. 자본주의 극복하기 전에 <장롱 사회주의>를 먼저 극복하자

 

 

가> 강령은 사회주의, 실제 프로그램은 빨간날 놀기

 

우리 당의 강령에 사회주의가 등장한다. (노동당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성별위계 구조와 생태 파괴 문명에 맞서 싸우며,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 운동과 결합된 사회주의를 추구한다. -노동당 강령 ) 하지만 현실에서 추진하는 캠페인은 사회주의가 될 수 없다. 실제 우리가 했던 운동은 결국 빨간날 놀기 운동이나 카드수수료 인하운동 같은 것이다. 카드수수료 0.1%씩 낮춰서 언제 사회주의를 할 수 있을까?

 

당 홈피에 게시된 각종 당 정책 중에 사회주의냐 사민주의냐 라는 구분법을 적용해서 사회주의라고 할 만한 정책은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재보궐 선거에서 동작구에 출마한 김종철 후보가 내세운 슬로건은 동작에는 김종철이 있습니다.” 였다. 타 후보들은 딴 동네에서 갑자기 왔고, 우리는 동작에서 오래 살았으니 찍어달라는 의미의 슬로건이다. 사회주의랑 아무 상관없는 슬로건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온 정치 노선은 강령에 사회주의를 걸어 놓고, 현실정책으로는 빨간날 놀기 운동을 제시한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은 <빨간 날 놀기 캠페인>의 의미를 무시하는 취지가 아니다. 이는 사람들이 쉽게 넘어갈만한 생활 속의 소재를 정치 캠페인에 적용한, 매우 의미있는 활동이었다.)

 

각 개인이 마음속 깊이 고이 간직해온 이념적 상징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상징이 현실정치에서 거의 써먹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 그만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나> 사회주의는 강남좌파의 슬로건

 

사회주의란 어차피 현실정치에 대한 담론이라기보다는 논리적인 이상에 대한 담론이다. 따라서 사회주의만 말하고 현실정치에 눈감는 것은 현실 정치가 바뀌건 말건, 자기 삶에 아무 부담이 없는 사람들이 그냥 말로만 펼쳐내는 이상으로 귀결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재정적, 시간적 여유를 갖고 현실과 상관없이 논리적 이상만 설파하는 강남좌파의 논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개인의 소신을 소중히 가꾸어온 분들에 대해 우리는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에 등록한 합법정당은 전혀 다른 차원의 사고가 필요하다. 현실정치에는 별로 써먹지 못하고 장롱 안에 수십년째 계속 보관중인 <장롱 사회주의>는 너무나 먼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너무 먼 미래는 결과적으로 현실 개척 과정에서는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다. 단순히 <마음의 위안>이 될 뿐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정치에서는 너무 먼 미래를 제시하는 것은 운동권의 아편이다.

 

 

8. 이제 사민주의의 탈을 쓰자

 

우리는 지금까지 사회주의의 탈을 쓰고, 실제로는 사민주의를 해왔다. (혹은 사민주의보다 더 개량적인 정책노선을 밟아왔다.) 이쯤 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의 탈을 쓰고, 사민주의를 하는 것과

사민주의의 탈을 쓰고, 사회주의를 하는 것 중에

무엇이 합법정당의 임무와 역할에 부합하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주의란 그 자체가 하나의 개념적 이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현실에서 작동시키기 위한 개념은 아니다. 다시 말해 사회주의란 하나의 <지향성>이지 현실적인 정당홍보의 소스가 될 수는 없다그럼 어떻게 사민주의의 옷으로 갈아입을 것인가?

 

 

가> 이탈리아 공산당식 재창당 방안

 

이탈리아 공산당은 1992년까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가장 크고 대중적인 공산당이었다. 공산당 중에서는 제일 잘 나가는 당이었던 그들은 하지만 한 번도 집권을 하지 못했다. 세력은 유지하지만 집권 불가능한 정당이었던 셈이다.

이 당은 1992년 로마에서 <자진해산>을 선택 한다. 붉은색 당기를 스스로 내리고, 마지막으로 인터내셔널가를 부른 다음에 해산했다. 그러나 당원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형식상 해산했지만 곧바로 이름을 바꿔 새로운 당을 창당한다. <이탈리아 좌파민주당>이 그것이다. 바로 이 정당으로 1996년 집권에 성공한다.

 

이탈리아 공산당과 이탈리아 좌파민주당 사이에 무엇이 바뀐 것일까? 실상 바뀐 것은 많지 않다. 당 이름이 바뀌고 당 깃발의 색깔이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어차피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들 생각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볼 수도 없다. 주지하듯 나이 먹은 사람들이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결국 공산당이건 좌파민주당이건 그들이 실제 갖고 있는 영혼 즉 <지향성>은 바뀌지 않았다.

 

공산당에서 좌파민주당으로의 변신이 갖는 본질은 대중에게 전달되는 <신호>의 변화다. 당이 입고 있는 옷이 바뀌었을 뿐이다. 대중은 빨간색 신호일 때는 길을 안 건너다가 초록색 신호로 바뀌는 걸 보고 길을 건넜다. 우리는 <사회민주당>으로의 혁신적 변화를 대중에게 더 크게 어필하기 위해 이와 같이 스스로를 재탄생 시키는 <이탈리아 공산당식 재창당 방안>을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나> 노동당 주도의 신 3당 합당

 

사민주의 정당으로 전면적인 당의 껍데기를 바꾸는 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신 3당 합당도 고민해 볼 수 있다.

 

노동당 +정의당내 사민주의 그룹 + 당 밖 사민주의 세력

 

이 방식의 장점은 첫째, 사람들의 눈에 주로 띠는 당의 외부를 전면 쇄신하는 데 있어, 홍보상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 경우 당을 확대하기 위해 초대장을 발송하는 외부 세력들에게 반성문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만약 노동당+정의당의 단순 1:1 합당 방식을 시도할 경우에는 북한에 대한 태도와 2012진보대통합노선의 오류에 대한 정의당 측의 반성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맺힌 한을 풀려고 반성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매듭을 짓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합당의 역사적, 대중적 근거가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규 창당의 경우 어차피 사민주의라는 이념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창당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반성문이 필요 없다.

 

 

 

9. 사민주의는 전 세계적 프랜차이즈

 

왜 사민주의 정당으로의 전면적 개편이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는 우리당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사민주의는 전세계적 개념이며 전통적 개념이다. 즉 이미 형성된 인지도가 높고 역사적인 개념이라 브랜드화 전략에 적합한 개념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정당 브랜드가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다.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나 사민당이야..’라고 하면 네이버에 가서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 네이버에 검색어 쳐서 5분안에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의 이념정당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이념정당이다.

(지금 노동당의 입장에서는 당 밖의 대중에게 사회주의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도저히 당홍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즉 대중 설명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엄청난 브랜드 가치의 주인이 한국에는 없는 실정이다. 이를 선점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미 민노당 창당시점에 <당 이름 선호도>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사민당 33% 진보당 22% 노동당 8%

 

로 나타났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사민주의 브랜드화 전략에 있어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한국의 운동권 세대는 사민주의에 대한 비호감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20대 선배들이 해준 얘기 즉 사민주의는 자본주의의 체제 내적 해결을 추구하는 나쁜 것라는 오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밖의 민중들은 사회민주주의에 들어간 사회라는 글자만으로도 왠지 불안감을 느끼는 실정이다.)

 

이제 오래된 이데올로기적 자존심, 다수 대중과 괴리된 언어감각을 버려야 한다. 불필요한 이데올로기적 자존심이 당 대중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대중적 감각에 맞는 정치적 신호를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을 바에는 굳이 선관위에 등록한 합법정당을 할 이유가 없다. 그냥 데모당을 하면 된다.

 

 

10. 자본주의의 들러리 정당에 만족할 것인가?

 

 

요즘 당 내부에 무정부주의의 흐름이 부쩍 많아졌다. 이쪽 길도 안 보이고 저쪽 길도 잘 안 보이니, ‘정당운동이 아니라 그냥 운동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 밖에는 대안정당론이 풍년이다. 한 때는 진보통합’ ‘야권통합같은 말들이 유행이었지만, 요즘 유행하는 개념은 진보통합이 아니라 <대안정당> 이다.

 

여기서 우리는 위기는 기회! 라는 격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국면에서 오히려 주도적으로 당의 낡은 이미지를 스스로 파괴하고, 아무 기득권 없이 대안정당 논의를 주도하면 당 밖의 시민 세력들과 광범위하게 연대할 수 있다. 그 에너지로 다시 양당구도 극복을 위한 새로운 정당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제 이데올로기적 자존심을 버리고 실제 먹히는 정치를 하자. 우리는 지금, 선거 때 선관위에 돈 갖다 바치는 당이다. 양당 구도에 들러리나 서주고 자본주의의 장식품 노릇이나 하는 정당이다. 언제까지 이런 팔자에 갇혀 살아야 한단 말인가!

 

당은 진화해야 한다. 대중의 눈에 띨 수 있도록, 당의 포장지를 바꾸고 당이 표출하는 신호를 바꿔야 한다. 그 속에서 끊임없이 당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지향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간과 쓸개를 빼주면서도 영혼을 잃지 않는 위대한 전략을 꾸려나가야 한다.

 

우리가 이 전략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우리당의 손실이 아니라 한국 민중의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

 

<끝>

 

  • 레이서 2014.10.27 09:17

    네,,,, 내가 사회주의자라고 아들을 사회주의자로 만들겠다는 아버지는 별로 없죠^^

     

  • 소울뮤지션 2014.10.29 13:25

    오 지지합니다...꾸벅..^^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일반의견 [전망섹션] 내용, 일정 및 게시판 사용 안내 노동당 2014.10.06 2967
9 일반의견 정책당대회 <정망섹션> 본토론 당원 의견 포스트잇 모음 file 권태훈 2014.12.02 2604
8 일반의견 [팟캐스트녹취록]전망섹션 2차심화토론 - 사민주의당원모임- 권범재 당원(2014.11.21) file 노동당 2014.11.25 2360
7 일반의견 [팟캐스트녹취록]전망섹션 2차심화토론 - '신좌파당원회의'- 나도원 당원(2014.11.19) file 노동당 2014.11.21 2140
6 일반의견 [팟캐스트 녹취록]전망섹션 2차 심화토론-진보재편으로 새로운 진보정치의 재도약을-강상구 당원(2014.11.14) 노동당 2014.11.17 2746
5 일반의견 [팟캐스트녹취록]전망섹션 2차심화토론 - “당의 미래”가 제안하는 당 노선 - 김한울 당원(2014.11.12) file 노동당 2014.11.13 2103
» 입장제출 [전망섹션 입장제출] 사민주의로 옷 갈아입고 당 대중화 전략 추진하자 2 file 사민주의당원모임 2014.10.24 2851
3 입장제출 [전망섹션 입장제출] “당의 미래”가 제안하는 당 노선 1 file 나동 2014.10.24 3157
2 입장제출 [섹션1 입장제출] 녹색좌파 대중정당과 녹색좌파 정치연합 1 file 나도원 2014.10.24 2837
1 입장제출 [전망섹션 입장제출] 진보재편으로 새로운 진보정치의 재도약을! 1 나경채 2014.10.23 275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