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이 물가대책이라는 거짓말에 대해

 

 

경제학이라 해서 다 같은 경제학은 아닙니다.

예컨대 장하준 교수가 보여주었듯이, 경제학에도 여러 조류가 있고, 저처럼 정치경제학을 탐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경제학의 여러 조류 중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문제 삼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는 우스갯소리 하나가 있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경제학자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라는.

그렇지만, 또 다른 역설은 이렇게 공부한 친구들이 스스로 경제학의 이념적 포로가 되어, 경제학자들의 허구적 논리를 마치 타당한 것처럼 재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어제(2011.3.10) 한국은행이 “물가대책”(?)으로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기본적인 비판 등을 살펴보면, “한은 금리인상 = 물가대책”이라는 기본적인 공통인식을 전제로 시기나 인상률 등에 논란을 빗거나, 그것만 가지고 안 되므로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거나, 가계부채 등 부작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것은 위의 경제학자라는 사람들도 공통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경제학의 이념적 포로가 되어 있는 분들에게도 공통적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이글에서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한은 금리인상 = 물가대책”이라는 이들의 인식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서 마치 당연하고 정당한 상식처럼 통용되는 “한은 금리인상 = 물가대책”이라는 등식이 경제학적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밝히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선 “한은 금리인상 = 물가대책”이라는 등식이 허구라는 얘기를 하기에 앞서 다음의 사실관계는 밝혀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상품들의 가격상승(물가상승)을 야기하는 주요변수들은 화폐(통화) 자체의 가치하락, 공급에 대비한 유효수요의 증가, 법률이나 정책 또는 전쟁 및 기타 경제외적 변수들이 상품들의 가격상승(물가상승)을 촉진하는 경우, 상품들의 가격을 구성하는 생산요소들의 변동이나 가격상승, 유효수요에 대비한 공급의 상대적 감소, 대외무역 등이라는 것입니다.

 

첫째, 지폐경제가 확립되면서 화폐(통화) 자체의 가치하락과 관련된 변수는 유통화폐량이 과다하게 발행되는 경우뿐입니다. 예컨대 우리 역사에서 당백전 • 당오전의 남발은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폭등을 야기하고, 심지어 국가신용 자체를 흔들어 버렸습니다.

둘째, 기타의 조건이 일정할 때, 유효수요와 공급의 변동에 따라 상품가격이 등락한다는 것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셋째로, 리비아사태, 구제역 파동, 배추 파동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법률이나 정책 또는 전쟁 및 기타 경제외적 변수들이 상품들의 가격상승(물가상승)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넷째로, 상품들의 가격을 구성하는 생산요소들의 변동이나 가격상승, 특히 전기, 유류, 철강, 가스, 곡물 등 주요한 원료나 보조 재료의 가격상승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정은 우리가 피부로 늘 체감하는 사정입니다.

다섯째, 이상의 변수들을 감안하면 대외무역에서 또 다른 변수는 고환율과 투기적 거래입니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의 주범의 하나이며, 또한 국제유가나 원자재가 상승의 상당 부분은 투기적 가수요 때문입니다.

 

끝으로 상품들의 가격은 소득에 대해서도 상대적인 것이므로, 특히 소비자 물가에서는 소득 대비 상품가격이 중요하게 됩니다.

 

사정이 이와 같은 조건에서, “한은 금리인상 = 물가대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려면,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에 따른 시장이자율 및 금융시장의 영향)이 가격하락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거나, 또는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주요변수들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들 효과는 반드시 그 부작용보다 커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의 효과와 부(-)의 효과가 서로 상쇄되어 물가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물가와 관련해서 “한은 금리인상”이 결과들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1. 결과 하나 - 한은 이자수입 증대

 

한은의 금리인상은 한은에게 은행 대출금에 대한 이자수익이 증대를 가져다줍니다. 즉, 2010년 기준 “중앙은행vs예금취급기관부채”는 39조 5969억이므로, 기준금리가 연3%일 때 1년 이자수익은 1조 1879억원입니다. 또한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을 때, 2010년 기준 금리인상으로 얻는 추가수입은 약990억원입니다.

파생적인 이익은 제외하면, 바로 이것이 한은이 직접적으로 얻는 이득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한은의 이자수입 증대 자체는 물가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2. 결과 둘

- 현금통화 회수효과 - 부작용은 크고, “최선의 경우조차” 효과 미미

 

한은이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수익을 현금통화로 회수하는 경우에는 한은이 금리인상분만큼 유통화폐량이 감소하고, 통화증발과 관련된 물가안정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은이 이를 현금통화로 회수하지 않고, 계좌이체만 받는다면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통화량에는 아무런 변동도 없을 것이고, 통화증발과 관련된 물가안정 효과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물가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다음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한은이 금리인상이 실제로 증발된 현금통화를 일부 회수할 것인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무도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므로 알 수가 없습니다.

 

둘째로, 한은이 금리인상이 시중에 풀어 놓은 현금통화를 회수하는 방법으로 유효적절한 수단인가? 부작용은 적되, 효과는 더욱 큰 다른 수단은 없는가?

이에 대한 일반적인 답은 다음 통계표를 통해 구할 수 있습니다.

 

표) 국내총생산과 현금통화 및 국내총생산 대비 현금통화의 유통횟수 등(단위, 억 원).

구분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국내총생산

(명목)

7,671,137

8,268,927

8,652,409

9,087,438

9,750,130

10,264,518

10,630,591

11,279,057

상승률

6.5%

7.8%

4.6%

5.0%

7.3%

5.3%

3.6%

 

현금통화

173,478

192,068

204,123

216,361

220,395

234,372

292059

349488

상승률

-4.8%

10.7%

6.3%

6.0%

1.9%

6.3%

24.6%

19.7%

한은vs

은행부채

234,012

195,850

228,367

302,334

343,595

414,091

385,732

395,969

 상승률

18%

-16%

17%

32%

14%

21%

-7%

3%

GDP 대비 유통횟수

44.2회

43.1회

42.4회

42.0회

44.2회

43.8회

36.4회

32.3회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 재정리

*주1) 국내총생산(명목) 통계중 10년은 09년 명목GDP에 한은 발표 실질GDP 성장률 6.1%를 적용한 추정치임

*주2) GDP 대비 유통횟수는 “명목GDP/현금통화”임

 

 

위의 통계를 보면, 한은이 2009년과 2010년 시중에 풀어 놓은 현금통화는 평균 이상을 증가시킨 2004년(상승률 10.7%)과 비교해서도,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각각 24.6%(09년, 절대증가액 약7조 1886억원)과 19.7%(10년, 절대증가액 약 6조 8722억원)의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2009년 2010년 현금통화의 증가는, 03년~08년 GDP 대비 유통횟수 평균 43.28회를 정상적인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2009년 18.9%, 2010년 34.1%로 증폭시킨 것으로 나타납니다. 단,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거래가 침체되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09년과 10년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요인은 이 보다 작을 것으로 추정되나, 어쨌든 한은의 09년과 10년 통화증발이 상당히 큰 물가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다른 한편 한은이 기준금리에 상응하는 이자수익 전액을 현금통화로 회수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현금통화 회수증대 효과는 2010년 예금취급기관(은행)부채 기준으로 0.25%인상일 때 약 990억원이고 1%일 때 약 3960억원으로, 이는 09년 순증가액 약7조 1886억원과 10년 순증가액 약 6조 8722억원에 비해 아주 적은 액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현금통화를 회수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통화증발에 따라 이미 발생한 물가상승 요인을 되돌릴 수 없다는 문제도 있으며, 한은이 현금통화로 회수하지 않고 계좌이체만 받는 경우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금통화 회수효과는 Zero일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은이 진실로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불안을 완화시키고자 한다면(즉,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관리를 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현금통화 증발정책이 중단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미 증발된 현금통화를 회수하는 방법도, 은행에 대한 채무를 현금통화로 회수하는 방식,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면서 이를 현금통화로 회수하는 방식 등 부작용은 적되 보다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를 조절하는 방식은 현금통화 회수효과는 불투명하고 소극적이며 가변적인 반면에, 시장이자율의 상승 및 이에 따른 부작용을 불가피하게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3. 결과 셋 - 시장이자율 상승과 직접적인 효과

 

예외적인 경우도 있으나,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시장이자율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현금통화와 관련된 은행의 이자부담 증가를 의미하며, 은행은 대체로 이 같은 인상을 자신들의 대출이자율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컨대 상당수 기업들이 원자재가 상승을 상품가격 인상에 반영하지 않고 종종 자신들의 손실로 이를 흡수하는 것처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를 자신들의 손실로 흡수하는 경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시장이자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이자율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은행은 이 같은 인상을 대출이자율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고, 가능하다면 한은 금리 인상을 핑계로 더 큰 정도로 인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와 연동시킨 금융상품들의 이자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째, 마치 물가인상 분위기에 편승해 너도 나도 올리듯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핑계로 너도 나도 시장이자율을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세 가지 주요 사정 때문에, 직접적으로는 은행의 비용증가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시장평균이자율의 일반적 상승경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그리고 이와 관련된 현상을 우리는 늘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바입니다.

 

다른 한편 “한은 금리인상 → 시장이자율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적으로 볼 때 부정적입니다.

 

우선 “한은 금리인상 → 시장이자율 상승”은 물가에 오직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미칩니다. 왜냐하면 “한은 금리인상 → 시장이자율 상승”에 따라 직접적으로 가격하락 효과가 발생하는 영역은 “자본상품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동의하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물가”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 물가”입니다.

그런데 “한은 금리인상 → 시장이자율 상승”에 따라 직접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받는 상품들은 우리가 “물가”라고 할 때 알고 있는 상품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이자율의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들은 배당 • 이자 • 임대수익 • 이윤 등을 낳는 독특한 자본상품들입니다. 즉, 주식이나 채권, 토지 • 주택 • 건물, 채권이나 파생상품, 기업(인수합병 등에서 보듯 기업도 상품으로 매매됩니다) 등입니다.

 

이들 자본상품들은 다른 요인이 같다면, 시장평균이자율의 상승에 반비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토지 • 주택 • 건물의 가격변동에 따른 물가영향을 제외하고, 이들 자본상품들의 가격변동은 물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예컨대 주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실물경제의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물가에 대한 영향은 거의 Zero에 가깝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예컨대 삼성 이건희씨나 현대자동차 정몽구씨가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절반으로 하락해도, 이건희씨나 정몽구씨의 개인적 소비지출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과 꼭 같습니다. 비록 자신의 보유증권을 현금화시켜 소비지출에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딱 그만큼만 유효수요 감소효과가 있을 뿐입니다.

더구나 이와 같이 예외적인 감소효과조차도, 다른 경제변수들의 영향으로 상쇄되어 버린다면, 예컨대 시장평균이자율의 다소간의 상승에도 주가가 상승한다면,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4. 결과 넷

- 시장이자율 상승의 간접적인 효과가 물가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시장 평균이자율의 상승은 채권자와 금융기관의 생산 없이 거저먹는 수익을 분명히 증가시키며, 동시에 대출을 받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부담도 증가 시킵니다.

 

한 마디로 대출을 받은 소비자와 생산자는, 한편으로는 물가상승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자부담 증가 때문에 쌍코피가 터집니다.

 

물론 이자부담 증가만큼 소비지출 여력은 감소하며, 대출을 받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희생만큼 유효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물가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들 대출을 받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이자부담이 증가했다고 해서, 꼭 필요한 밥과 김치를 덜 먹거나 전기나 물 또는 유류를 덜 소비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필수재에 가까운 것일수록 지출의 감소폭은 작아지며, 사치재에 가까운 것일수록 감소폭은 큽니다.

 

한 마디로, 국민 다수가 느끼는 물가에 대한 고통은 필수재에 가까운 상품들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기 때문인데, 대출을 받은 소비자와 생산자는 이자부담 증가라는 자신들의 추가 희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가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또한 이러한 이중고는 이자부담 증가만큼 직접적으로 소비지출을 줄여야 하는 중하위 계층으로 갈수록 커지며, 다른 한편 중상위층 이상은 이자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득에서 차지하는 여유자금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며, 따라서 물가에 미치는 이들의 유효수요는 감소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물가상승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물가대비 소득입니다.

 

물가가 100에서 200으로 상승했음에도 소득도 100에서 200으로 상승했다면 실질소득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물가는 100에서 150으로 상승하고, 소득은 100에서 50으로 감소한다면 실질소득은 1/3이나 감소합니다. 그리고 이는 “한은의 금리인상 = 물가대책”이라는 등식에서는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경향입니다. 왜냐하면 이 경우 물가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에 소득은 직접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이자부담 증가만큼 직접적으로 소비지출을 줄여야 하는 중하위 계층들은 자신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유효수요 감소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의 혜택을 적게 얻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유효수요 감소는 필수재일수록 적고, 사치재일수록 큰 방향성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한은 금리인상 → 시장이자율 상승 → 물가하락 효과”는 대출을 받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추가희생을 전제로 할 때만 성립되는 것이며, 심지어 그 희생에 비해 혜택은 거의 없고, 끝으로 정상적인 유효수요를 인위적으로 감소시킬 수도 있는 이와 같은 효과는 생산과 고용 및 소득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해 생산의 정체, 즉 공황(economic crisis)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5.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과삼간 태워서는 안됩니다.

- “지혜로운”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시장이자율의 변동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등 세부적이고 다양한 사정을 검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상의 결과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간단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른바 경제학자들의 얘기와 달리,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여러 가지 통화량 조절수단 중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선택해서는 안될 하책 중의 하책입니다. 부작용은 큰 반면, 효과는 부작용에 비해 지극히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작용은 적되,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통화조절 수단들이 통화정책의 핵심이어야 합니다.

(*참고로, 중앙은행의 금리조절을 통화조절 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주기적 • 불규칙 변동을 중앙은행의 금리조절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독특한 경제이념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서로 상쇄되는 효과들 때문에, 한은의 금리인상 및 이에 따른 시장이자율 상승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설령 이러한 정책이 정상적인 유효수요를 감소시켜 물가하락의 방향성을 갖더라도, 지금과 같이 소비자금융시장이 팽창한 조건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더 큰 수렁으로 이끌게 될 뿐입니다.

 

한 마디로 빈대 한 마리(정상적 유효수요 감소에 따른 물가하락 효과)는 겨우 잡았지만, 초가삼간 다 태웠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셋째, 물가고를 겪는 소비자와 생산자들을 위한 보다 지혜롭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할 뿐입니다.

 

수입물가와 관련하여 형성된 고환율은 “신중히” 수정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거래 차익 등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 등을 차단하기 위한 수많은 대책들부터, 증권거래시장까지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합니다.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의 거품들도 신중히 걷어내야 합니다. 예컨대 아무리 구제역과 살 처분 파동이라는 잘못된 정책의 결과로 국내 육류 공급이 감소했다 해도, 현재의 육류가격의 상승은 지극히 비정상적입니다.

유가도 마찬가진데, 특히 유가는 과거의 가격통제 정책을 복구하고 정부가 신중하게 민주적 관리에 나서야 할 상황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비상한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말로만 성장정책 또는 사이비 성장정책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성장정책이 필요합니다.

국민경제의 성장이란 무엇입니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산업들이 번창하고 성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사회의 자금은 어떻게 흐르고 있습니까? 일부 대기업의 성장을 제외하면, “공동화”의 아우성 소리가 끊이지 않을 만큼 다양한 산업의 영역에서 자금이 끊임없이 유출되는 경향을 갖는 반면에, 돈 놓고 돈 따먹기 시장으로 흐르고 있지 않습니까?

 

도박판의 판돈이 아무리 커지고 로또시장이 아무리 커진들, 그래서 누군가는 대박의 행운이 생긴들, 국민경제의 성장에는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껏해야 이런 영역에 종사하는 일부에게 사회적 부의 이전을 야기할 뿐이고, 이들의 약간의 유효수요에 대응하는 생산물의 소비만 있을 뿐입니다.

주식 • 재테크 시장의 판돈이 커지더라도, 사정은 이와 거의 비슷할 뿐이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정부의 거시 • 미시 및 조세•재정정책은, 반드시(!), “심지어 이윤율이 적어도” 다양한 산업의 영역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이 유리하도록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하며, 동시에 생산적으로 일하는 다수의 고용과 소득의 개선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한 마디로 진정한 의미의 성장정책과 동시에 생산적으로 일하는 다수의 고용과 소득의 개선만이 물가변동에 대한 내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주와 관련하여 가장 심각한 “전월세 대란”(‘전세’대란이 아니라, 실제는 ‘전월세’ 대란입니다)에 대해서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율 상한 5%제도 및 월세전환 이율 5%제도가 부작용 없이 도입 시행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와 함께, 비정상적인 신용팽창과 채무자의 파산과 파국 등을 조장하는 약탈적 대출시장도 시급히 축소되어야 하고, 이 자리를 정부차원의 장기저리 생활안정자금 대출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를 게을리 하는 경우, 약간의 물가상승 등만으로도 약탈적 대출시장에 노출된 사람들의 파국은 촉진되기 때문이며, 동시에 정부가 조세 재정으로 지출해야 할 사회보장비용 요소는 계속해서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알맹이 있는 국제 공조도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유가, 원자재가의 상승의 상당 부분은 선물거래 영역에서의 투기적 가수요에 기인한 것들이며, 이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은 대한민국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무대에서도 대한민국 정부는 힘없고 빽 없는 대한민국 정부라 자책하지 않는 용기와 지혜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정부는 빈대 한 마리 잡기 위해 국민경제를 망칠 뿐인 모든 정책들을 지혜롭게 수정해야만 합니다!

지혜로운 정부라면, 경제학자들의 거짓말에 진실로 속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글쓴이: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 (전)민주노동당 경제정책 담당자(현재는 탈당)

2011년 3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