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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대형쇼핑몰 졸속으로 승인한 사하구청을 상대로 주민감사청구제를 신청하기 위해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서명운동을 받았다. 결국, 사하구 주민 300여 명의 서명으로 주민감사청구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서명을 받으면서 또 다른 문제로 고통을 받는 주민들이 많았다. 그중 인상 깊은 주민은 당리동 A 씨였다.

 

주민감사청구 서명운동 용지를 들고 당리동 상가를 방문하다 우연히 A 씨와 만났다. A 씨는 당리동 당산 오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이다. A 씨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며 당리동에도 문제가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무분별한 주차단속 문제로 주변 상인들이 벌금 폭탄을 맞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흔쾌히 나는 함께 하겠다고 이야기했고 주변 상인들에게 서명을 받아 구청에 민원을 넣자고 제안했다.

 

무분별한 주차단속으로 벌금 60만원을 납부한 A

 

당리동 당산 오거리 제석로 부근은 생계유지형 상가가 총 80여 개나 밀집된 지역이다. 인근에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아 불법 주정차가 만연한 지역이다. 구청에서는 고정형 CCTV를 설치하고 이동식 주차단속 차량을 통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주차단속으로 인근 상인들이 벌금 폭탄을 맞고 있다.


당리기사.jpg

                                                     (병원 카운터 앞 무분별한 주차단속 경고문)

 

A 씨는 가게 개점을 위해 인테리어 차량을 가게 앞에 세운 적이 많았다고 했다. A 씨는 불가피하게 트럭을 가게 인도부근에 정차할 수밖에 없는데 주차단속으로 60만 원이나 되는 벌금을 물었다고 했다. 그리고 잠깐 차를 세우고 가게를 들린 고객들이 주차단속 벌금을 물게 되어 가게를 다시 방문하지 않는 일이 많아 가게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에서는 주차단속 경고 앱을 깔면 문자메시지로 1차 경고를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앱을 깔지 않은 고객도 많고, 앱을 깔아도 문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경고 없이 주차 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A 씨는 당산 오거리는 도로가 좁아 주차단속이 불가피하지만 무분별한 주차단속은 당산 오거리 부근 상권을 죽이는 일이라 말했다.

 

주민 75명이 구청에 집단 민원을 넣다

 

A 씨와 함께 폭염이 내리쬐는 7월의 오후 당산오거리 주변 가게 약 80곳을 돌아다니며 서명을 받았다. 폭염 날씨 속에서도 총 75명의 서명을 받았다. 당산오거리 인근 상인 95%가 서명운동의 취지에 동의하고 참가했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박수를 받았고, 더운 날씨에 고생 많다며 음료를 챙겨주는 상인이 많아 갈증이 생길 틈이 없었다. 여러 문제로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이렇게 압도적인 지지는 처음이었다. 이런 반응이 기뻤지만,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새삼 부끄러웠다.

 

A 씨와 함께 서명을 마치고 사하구청에 무분별한 주차단속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당산오거리 제석로 75명 상인의 요구 사항은 점심시간 주차단속 한시적 유보, 이동식 주차단속 출퇴근 시간만 실시(하루 2), 이동식 주차단속 차량 단속 이전에 스피커로 1차 경고방송 할 것,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공용주차장 건설 등이었다. 우리는 민원 접수 후 구청 도로교통과로 찾아가서 담당자 면담을 요구했다. 교통과장과 계장 등이 직접 면담에 응했고 75명의 당산오거리 제석로 상인들의 문제를 전달했다. 도로교통과 과장은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고 면담은 종료되었다.

 

일주일 뒤 민원 결과가 A씨를 통해 통보 되었다. 사하구청은 민원 사항에 대해 점심시간 주차단속은 오전 1130분에서 오후 130분까지는 한시적 유보, 이동식 주차단속 차량 단속 이전에 스피커로 1차 경고 방송을 충분히 실시 등을 약속했다. 반면 이동식 주차단속을 하루 2번으로 줄여달라는 요구는 주차단속의 업무 특성상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공용주차장 건설에 대해서는 장기적 검토 사항이라고 답변하며, 5월부터 사하구 주차장 수급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9월 말 경에는 주민공청회를 열어 주민의 의견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노동당이 함께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A씨가 구청에 민원을 접수하고 도로교통과 과장과 면담하고 나오면서 나에게 한 말이다. 처음에는 A 씨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주민 스스로 구청에 민원 제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확인하니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A 씨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이다. 휴일 없이 주말에도 출근하다 보니 동네에 문제가 있어도 선 듯 나서기 힘들었다. 나와 처음 만난 날에 주차단속 문제를 혼자 메모장에 적어 놓았지만 바쁜 일상으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우선 정치인이 주민 어려움을 경청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평범한 주민의 삶이 조금 덜 바쁘고, 적게 일해도 먹고살 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조건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노동당이 해야 할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A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에 대한 답변을 끝으로 지역정치 좌충우둘 2탄을 마친다.

 

민원 넣고 주변에서 저 같은 자영업자가 왜 노동당과 함께 움직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전 그때마다 자영업자라고 노동자랑 다릅니까 라고 답변했습니다.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하고, 하루 매출로 하루를 사는 상인들도 노동자의 입장과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면 자영업자의 삶도 나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노동당의 정치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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