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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대학 최악 근로조건 동아대 청소노동자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는 동아대학교가 있다. 동아대는 학생 수가 2만 명이 넘는 학교이다. 학생 수가 많은 만큼 대학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많다. 일전에 동아대 교직원 노동조합에서 부당한 전담직 채용에 맞서 투쟁을 전개하기 했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저항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동아대 청소노동자들은 오전 7시 출근하여 오후 4시에 퇴근한다. 격주 토요일도 근무하고, 휴식시간(휴식시간 10시 반~13시 반) 전에 오전 업무를 마감해야 해서 추가임금을 받지 못함에도 새벽 4시에 일찍 출근한다고 한다. 또 만 62세가 정년이라 고용을 연장하려면 촉탁직으로 전환되어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62세 이상 노동자들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험 앞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리고 동아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휴게실이 계단 및 창고, 주차장 모서리 한쪽, 지하실 창고 등 편안하게 휴식할 수 없는 공간에 설치되어 있었다. 심지어 새로 생긴 건물을 제외하고 오래된 건물의 휴게실에 에어컨이 없었다. 7~8월 폭염의 날씨 속에서 청소노동자들은 선풍기 하나로 장시간 휴식시간(3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학교 측에 건의했지만, 학교 측은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말만 할 뿐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동아대 청소노동자들의 여름은 유독 덥고 길었다.

 

동아대 청소노동자 사진.jpg


(계단 밑과 주차장 한켠에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배치되어 있다)

 

2017년 최저임금이 5월에 적용되는 부당한 현실

 

2017년 최저임금을 5월이 지나서 지급 받는 부당한 일도 있었다. 모든 노동자는 새해가 시작되는 11일부터 그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동아대 청소노동자들은 20174월까지 2016년 최저임금을 받고 5월이 돼서야 1~4월 받지 못했던 2017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소급지급 받았다. 이것은 명백히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동아대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 앞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이다. 신라대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토요일 근무가 사라졌고, 정년이 65세로 연장되었다. 그리고 중간에 장시간 휴식(: 동아대 3시간)도 사라지고 점심시간 1시간만 휴식하고 나머지는 업무시간으로 인정받았다.

 

노조는 아무나 하나~ 용기라도 있어야지~~”

 

지난 4월부터 민주노총 일반노조와 함께 동아대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를 조직하는 방식은 수공업적이다. 2~3회 정도 청소노동자들이 휴식 시간(오전 1030 ~ 오후 1시 반)을 틈타 각 단대별 휴게실을 찾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최근 일반노조에 가입한 부경대학교 노조가 만들어진 내용이 담긴 글을 나눠준다.

 

청소노동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반응은 여기서 노조 못 만들어요. 여기 사람들 먹고살기 바쁘고 늙어서 다른 데 갈 때도 없어요. 그냥 주는 대로 받고 조용히 사는 게 속 편하죠. 괜히 노조 했다가 찍히면 일 년 더 일할 수 있는데 못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노조는 안 되니깐 돌아가라고 했다.

 

반면 본인은 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이 하면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 지금 당장 노조 가입서 쓰고 싶어요. 근데 다른 노동자 휴게실에서 가입서 쓰면 저도 쓸게요. 누구 하나 총대를 메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사람 나오면 바로 가입합니다. 노조는 아무나 합니까. 용기가 잘 안 나요.”

 

노조 결성이 힘들다는 반응은 방문 횟수가 증가할수록 줄어들었다. 하지만 노조 가입을 타인에게 미루는 모습은 쉽게 변화하지 않았다. 동아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망설이는 것은 과거 실패한 경험 때문이었다. 2010년쯤 청소노동자 노조 조직 사업이 진행된 적이 있다. 당시 50% 이상의 노동자가 가입하여 노조가 공개적으로 등장하기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하지만 사용자 측 중간 관리자들(반장, 소장)의 방해로 노조는 와해되었다.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를 조사하기 위해 중간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1:1 면담을 했다고 한다. 1:1 면담을 통해서 중간관리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다음 계약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노동자들을 협박하여 결국 노조는 와해되었다.

 

노동자들의 입을 통해 과거 경험을 듣고 나니 왜 노조 가입을 망설이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가입을 제안했다. 과거 사용자 측에서 노조를 방해할 때 조합원이 힘 모아 싸웠다면, 지금처럼 열악한 환경에 노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며 노조를 권했다. 좋은 소식이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없기에 글을 통해서 구체적인 상황을 공유할 수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복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권리를 찾기 위해 한 발짝 내디디고 있다.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할 때 조금씩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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