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당 당명 개정 의견 수렴 자료] 당명개정 반대글 1 - 이대희 대의원
안녕하세요. 저는 노동당 부산시당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대희라고 합니다. 저희 당은 지금 정기당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요한 안건으로는 당명개정과 총선전략이 있습니다. 2012년 입당하고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당명과 노선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습니다. 계속해서 당원의 숫자의 증감으로 나타나는 조직은 축소되고, 예산도 줄어들고 활동력도 줄어드니 끊임없이 위기와 대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사' 할 것이 분명하기에 결단을 내려서 도약을 도모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위기에서 극단적 단절을 이루어내지 않고서는 발전은 고사하고 죽음도 예방할 수 없습니다.
제가 써내려갈 작은 글은 누군가의 입장에서 보면 '사소한' 걱정일 수도 있고, 더 나쁘게 보면 전체의 큰 틀에서 판단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행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서 글을 써내려가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당대표단을 포함하는 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현재 당명인 '노동당'을 '기본소득당'으로 변경하는 것을 포함하는 안을 당대회에 제출했습니다. 단순히 이름을 바꾸자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세계관 및 사상체계로서 기본소득을 가지고서 사회운동정당을 해보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당대회 준비위원회가 주장하는 제안에 대해서는 큰 반대의견은 없습니다. 사실, 대부분 동의합니다. 제가 동의하는 주장들에 대해서는 크게 말할 이유가 없고, 갸우뚱 내지 '꼭 그래야할까?'하는 생각이 드는 당명개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당원들과 소통해야하는 당직자로서 당명이 변경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존재합니다. 일단, 정확하게 조사를 하거나 통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부산의 대부분의 당원들은 당명개정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명에 대한 의중이 확인되는 당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당비를 매달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 당권당원들이 대부분이고 그 중에는 당비인상 운동을 통해서 1만원이 넘는 당비를 납부해주시는 감사한 당원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상당부분 많이 당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제출된 안인 '기본소득당'으로 당명이 변경될 경우 발생할 영향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모든 당원들께서 논의 끝에 당대회에서 당명이 변경된다고 하였을 때 그대로 당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고 당비를 꾸준히 모두 내주신다면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진보신당에서 노동당으로 넘어온 역사상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었고 논쟁의 끝은 탈당과 당권당원의 축소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논쟁의 경우에도 당직자로서 최선은 다하겠지만 시당 조직의 축소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시당의 조직은 더욱 축소될 것입니다. 상임집행위원회 회의 자료를 보면 지금도 한 달에 30명이 넘는 당원들이 꾸준히 탈당하고 있고 당원증감표에서 마이너스는 한 번도 플러스로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당 차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당원은 매우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앙당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시당은 이런 추세로 간다면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사망이 아니라 자연 증감에 따라서 '자연사'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연사'한다면 다른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임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시당을 기준으로) 많은 활동 당원들이 반대하는 당명으로의 개정이 추진된다면 어떤 것을 시도도 해보기 전에 시당의 생명이 끊길 것이 두렵습니다. 절대로 당명을 바꿔서는 안되고 '노동당'을 사수해야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현재의 필요나 정세에 따라서 당명을 바꾸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의 외연과 조직이 극도로 축소되고 당원들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어서 당의 '회복탄력성'이 급격하게 낮아져있는 상태에서 당명을 바꾸는 문제는 신중해야하고 당명도 더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칫하면 숨통이라도 남아있는 공간의 숨통마저도 끊어버릴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당이 견딜 수 있는 충격의 정도를 감안하고 그에 맞는 당명과 변경시기 등이 결정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기본소득을 긍정하고, 기본소득의 해방적 기능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당명이 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이 어떤 하나의 '정책'으로서 주로 유통하는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이 당명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주장과는 무관하게 당원들이나 대중들에게 설명해야할 부분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우리당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당원들조차도 대표단이나 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제출되는 꽤 긴 문건들을 읽고서 고민하고 생각해야하는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기본소득 자체에 크게 동의하지 않거나 그것으로 당명이 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당원들을 비롯하여 기본소득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해를 위해서 너무 많은 사전준비와 지식이 필요합니다.
물론, 기본소득이 단순히 하나의 정책으로만 이야기되는 것을 넘어서 기본소득의 해방적인 기능을 이야기하고 선전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녹색당의 기본소득, 정의당까지도 간간히 이야기하는 기본소득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면서 우리당이 이야기하는 기본소득이 독자적으로 생존하려면 꽤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산시당의 활동은 시당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부산지역활동 그 중에서도 사하구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노동당은 그래도 민주노동당부터 역사가 오래되어서 꾸준히 알려진 덕에 주민들이 ‘노동자를 위하는 당’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시거나 ‘민주노동당의 계승당’정도로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마저도 매우 보수적인 분이시거나 하는 경우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당이다, 노동자를 위한 당이다 등으로 대강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당명이 만약 ‘기본소득당’으로 변경된다면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주민들에게 당을 과연 어떻게 설명하고 알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일부는 아마 이것이 정당이냐는 의문조차 표하실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
10년을 더해도 당선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나마라도 하고 있는 지역 활동에 어려움이 더 생기거나 시당 자체의 당원이 줄어드는 일로 인해서 마지막 활력까지도 사라질까 사실 많이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당직자로서 당의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것이 최선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결정이전에 지역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표하고 싶은 생각에서 짧지만 부족한 글을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