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당 당명 개정 의견 수렴 자료] 당명개정 반대글 2 - 최해송 당원
조급함이 불러온 가시밭길
최해송
서론
현 대표단은 지난 선거에서 당명변경을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그 때부터 당명변경이라는 진동은 시작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겠으나 확대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약 2년전의 당명변경에 대한 경험이 있었던터라 그 때의 기억을 상기시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와의 간담회를 통해 당명변경에 대한 의지가 분명함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당명변경에 대한 사전작업이 진행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당명 선정에 대한 운동이나 투표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기대, 기억과는 다르게 갑작스런 강진이 바로 덮쳐왔다. 당명변경은 이미 될 것이 정해진 것 듯 새로운 당 이름을 ‘기본소득당’으로 하겠다는 ‘통보’가 왔다.
이와 같은 급전개는 대표단의 조급함이 불러온 가시밭길을 자초하고 말았다. 진행과정의 문제는 설득부족으로 이어져 치명적인 문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수반될 문제도 기반파괴 문제, 당 재정의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본론에서는 치명적인 문제에 대한 자세한 주장과 왜 이것이 문제가 되어 수반될 문제가 예상되는지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본론
1.치명적인 문제
1.1 전개과정의 문제
약 2년전에도 당명변경의 움직임은 있었다. 일련의 흐름 끝에 당원 투표로 이어졌고 그 결과 부결되었다. 이번의 당명변경은 이런 전개과정이 없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현 대표단이 당명변경에 의지가 있음을 잘 알고는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당명변경을 기정사실로 두고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까지 선정해서 ‘통보’해버렸다.
제일 바람직했을 전개과정은 어떠한 이유에서 변경이 불가피함을 결의하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종투표로 가는 것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적어도 어떤 흐름으로 당원들을 유도하고자 했다면 최소한 몇 가지 선택안은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이미 ‘기본소득당’이라는 단일안으로 결의되고 당원들에게 ‘통보’되었다. 이런 전개과정의 문제로 당원들은 당혹감에 휩싸이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반발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당명만 변경하고자 했다면 이런 과정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동당의 기본 대전략을 기본소득으로 바꾼 다음 이에 연계하여 당명도 바꾸려는 것이다. 이는 실로 재창당에 버금가는 일이라 할 수 있는 대사건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선 사전 작업이 더 필요했다. 바로 설득(선전,홍보)또는 사상주입이다.
1.2 설득부족의 문제
설득부족의 문제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원들에 대한 홍보, 선전 또는 사상주입이 안 되었기에 현재 대표단이 하려는 일에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는 반발을 불러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년간 노동당의 이름하에 기존에 제시된 대전략, 길을 각자에 맞게 소화하여 활동하던 당원들에게 기존의 것과 다른 대전략, 길을 제시하면 못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 몇 년간 쌓여온 돌을 굴러온 돌이 한 번에 무너뜨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날들에 대한 평가와 왜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길로 가야하는지 제시가 있었다. 하지만 당원들은 사람이지 컴퓨터가 아니다. 사상이라는 것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쉽게 설치했다 삭제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현재 당 게시판 등에서 거론되는 반대의 근거들도 전부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에 발생되는 것이다. 왜 기존의 것을 버리고 바꿔야만 하는가, 왜 그 길로 가야만 하는가하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다 설득부족의 문제로 귀결된다.
2. 그로 인해 수반되는 문제
2.1 재정적 문제
몇 년간의 부침 속에 당세력은 계속 축소되고, 의지는 꺾이지 않았을지언정 현실적으로는 매우 힘겨운 상황이라는 것은 당원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체감되는 것은 재정적 현실에 관한 것이라 본다.
중앙당만 하더라도 기존의 빚에 추가로 옵티머스라 불리며 당의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당 차량을 담보로 한 빚이 있고 이를 해결하고자 대표단은 임금마저 반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당도 이럴진데 부산시당도 다를 바가 없다. 재정적 어려움에 상근 활동가의 퇴직금도 분납해야만 했고 현 시당위원장도 임금을 반납하고 있다. 다른 임원들도 활동에 대한 합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 당명변경이 논의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당명이 바뀌고 나면 해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당장 노동당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모조리 교체해야한다. 몇 개월간 대표단이 임금을 반납해가며 청산하고자 했던 재정문제가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설득부족의 문제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기껏 극복해오고 있던 재정문제를 다시 원위치 시킨 다음 정치력, 재정이 소모된 상태에서 곧 다가올 선거를 어찌 해나가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사업의 뒷심마련과 선거대비를 위해 당비 두 배 인상 운동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흐름을 놓고 보면 당명변경으로 소모될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선거문제가 발등에 떨어지면 그 때는 당비 세 배 인상운동을 하려는 것인가.
2.2 기반파괴의 문제
기반파괴는 당명변경에 의해 유발된다. 거대 정당이라면 언론에서 홍보해주니 문제없고 결국 선거 때 1번이냐 2번이냐 기호만 바뀔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당명변경은 곧 과거 기반의 파괴를 의미한다.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열성지지자라면 당명변경의 의의를 참을성 있게 들어주겠으나 일반 유권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노동당의 후보였던 예비 후보들이 하루아침에 기본소득당의 누구가 되어 나타나면 그나마 지금까지의 활동으로 쌓아왔던 노동당의지지 기반은 파괴되는 일로 이어진다. 이는 노동당의 후보로서의 정치인이 아닌 후보자 개인의 인지도 쌓기로 진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 과거 기반과의 단절까지 감수하며 당명변경을 해야 하는가?
3. 결론 : 엎질러진 물
전개과정의 문제와 설득부족의 문제가 겹쳐 당원들은 왜 그렇게 해야하는가 의문에 답을 할 수 없어 반발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설득을 시작한다고 한들 잘 진행될지 모르겠다. 지금의 이 자리는 이런 문제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설득(홍보,선전)하는 자리가 되었어야 했다. 당명변경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부터 대표단의 정치력 소모는 시작되버렸다. 당명변경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표단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고 노동당은 또 다시 큰 소용돌이에 빨려들어 갈 것 같아 염려된다.